01 이 집
02 화가새
03 낙엽놀이
04 나무
05 산책
06 밤하늘에
07 열 셀 때까지
08 수레들
09 서쪽 집의 노래
10 가로등의 노래
11 화가새 with 김므즈
12 이 집(에필로그)
보석 같은 순간들을 캐치해내는 탁월한 작가 여성 뮤지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홍혜림 정규 2집 <화가새> 여기 그녀가 사는 숲이 있다. 그녀가 바라보는 나무와 새들이 있고 산책로가 있으며 가로등이 있다. 그녀가 지나는 길은 모두 노래가 되고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토록 회화적인 음악을 들려준 뮤지션이 또 있었을까. 그녀의 이름은 홍혜림이다. 홍혜림은 2008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를 통해 독특한 음악세계를 처음 드러냈고 2012년 1집 < As A Flower > 2015년 EP 을 발표했다. 전작들의 정서와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여주는 그녀의 이번 앨범 <화가새>의 CD 패키지 속에는 책 한 권이 들어있는데, 그 안엔 시처럼 써 내려간 노랫말들과 더불어 그녀의 작가적 감수성을 좀 더 깊이 느끼게 해주는 에세이 열두 편이 들어있다. 1집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2집 <화가새>는 고요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는 이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를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그야말로 고집스럽고도 정성스러운 앨범이다. *추천의 글 맑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홍혜림의 음악을 듣는 내내 그 연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음악이 귀를 잡아끌며 사로잡는 이유는 그만큼 그녀의 음악이 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순수라는 말을 끌어다 쓰기가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 역시 그녀의 음악 안에 깔린 정신적인 것들이 세상 어딘가로 기울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의 음악에서 연상되는 것은 단연 여행과 산책의 이미지로, 혼자 떠나고, 혼자 걷는 오롯한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방향을 잃은 골목길에서 만난 오래된 서점, 바닷가에 없을 것처럼 나타나 서 있는 나무판자로 지어진 집 한 채, 드넓은 초록 평원에서 뛰어놀고 있는 한 마리의 토끼…… 그리고,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볕이 들지 않는 곳에 볕이 들게 하고, 새가 있을 법한 공간에 새떼들이 날아와 저녁잠을 청할 것만 같다. 글 쓰는 듯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아니 어쩌면 음악을 하듯 글을 쓰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재능이 그만큼 입체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는 날, 이렇게 말을 걸 것이다. “제주도 좋아하시죠?” 그녀의 음악은 정말 정말 섬을 닮아 있어서다. 이제, 우리가 잠시 놓치고 살거나 잊고 살고 있는 감성을 만난다. 감성의 숲으로 초대를 받는다. 홍혜림의 음악은 소박해서 정이 깊고, 서정적이어서 두고두고 읽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녀를 알아서 내가 참 고맙고 반갑다.
시인 이병률
홍혜림 2집, 화가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