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래섬 D469》는 개인의 마음속에 구축된 공간을 탐구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D469는 현실에는 실재하지 않는 모래섬이다. 이름은 내가 가진 질병의 분류 기호에서 빌려왔다.
2017년 여름, 병을 처음 진단받은 후 우울감에 빠져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방의 창문을 열면 학교 운동장이 보였는데, 이를 바라보는 것이 세상과 나누는 유일한 소통이자 일과였다.
네모난 운동장은 모래로 만들어진 섬 같았다.
갈 곳을 잃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나에게는 휴식처이자 위안을 주는 장소였다.
작은 섬 안의 사람들은 멀리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지만 그 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이 전해졌다.
공을 차며 달리는 발걸음에서는 활기를, 축 처진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슬픔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주고받는 손짓에서는 다정함을 느꼈다.
몸은 고립되어 있었지만 매일 새로운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마음은 점차 유연해졌다.
《모래섬 D469》에는 이러한 가상의 모래섬을 찍은 사진을 비롯하여,
베를린과 서울의 병원에서 진료받은 각종 서류의 텍스트 및 기호를 재배치하여 담았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을 통해 질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새로운 의미로 해석된다.
책에는 모래섬을 떠올리며 쓴 짧은 글과 3년째 복용 중인 약의 설명서에서 고른 단어를 조합하여 만든 문장들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 소개
일상의 순간을 글과 이미지로 기록한다.
고양이와의 눈 맞춤, 강아지가 흔드는 꼬리,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처럼
작은 몸짓이 주는 커다란 감동에 위로를 받으며 살아간다.
천천히, 적당히, 건강히 사는 삶을 꿈꾸며 충북 괴산에서 출판사 cucurrucucu를 운영 중이다.
모래섬 D469 / 쿠쿠루쿠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