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에게 그런 날이 올거라고는 깨닫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한거죠. 아버지의 시간은 그날 멈췄지만, 저의 시간은 돌고 돌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엄마가 되었네요. 지독한 그리움 속에서 얻게 된 아이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과 마음을 그리고 썼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변화된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엄마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찬란한 시간들을 50여편의 일러스트와 글로 전합니다.
<작가소개>
묘연 :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오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허락된 작은 시간들을 쪼개어 사랑을 쓰고 그렸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난 진심을 이야기 합니다.
<책 속의 문장>
우리 언제고 헤어질 수 있어서 지금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그리고 많이 사랑해야 해.
혹여나 헤어진다 해도 너무 슬퍼 마.
우린 서로의 가슴속에서
따듯하게 남아 있을 거니까.
어쩌면 정말 인생의 시작과 끝은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무덤의 봉분이 아기를 품은 엄마의 배와 꼭 닮아있는 것처럼, 염을 한 아버지의 얼굴이 갓 태어난 아들의 얼굴과 꼭 닮아있는 것처럼, 누워서 엄마의 손길만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 거동을 못하고 누워있던 할머니와 닮아있는 것처럼, 아이를 낳으며 겪은 어마어마한 고통이 아버지를 떠나보낼 때 겪었던 마음의 고통과 견줄만했던 것처럼. 그렇게 생과 사가 다르지 않은 것처럼 인생은 서로 맞닿아 순식간에 흘러간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우리의 시간들. 그리고 지구의 억만 겁의 시간 속에 티끌 같은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짧다.
예고 없이 어느 순간 끝나 있을 것이기에, 사라지고 또 사라질 것이기에, 우린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는 동안 때론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지겹고, 지치게 되겠지만 서로에게 따듯한 눈빛을 보내는 건 잊지 말자.
어느 순간 삶이 끝나 눈을 감게 되어도 우리가 나눈 눈빛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나에겐 너 말고도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많지만 너는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이기에 난 늘 괜찮아.
그렇게 괜찮다고 넘어가는 날들이 쌓여 이전보다 더 넉넉한 내가 되길 바라.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마음이 되길 바라.
그리고 난 너에게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사랑해.
네가 느끼고 있는 세상이, 지금은 나밖에 없는 그 세상이, 너에게 따듯하고 넓고 포근한 곳이었으면 하니까.
엄마들은 자기의 행복이 멀리 달아날까 봐 좋은 이야기는 숨기는지도 모르겠다. 육아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한 트럭 쏟아붓고 돌아서서 아이를 보러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모를 거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잠시 엄마의 자릴 비웠던 자신을 자책하고 아이에게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를.
모유수유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모유를 졸업하고 난 아이에게 괜히 한 번 더 물려보고 싶은 마음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만 있을 때 작아진 아기띠를 괜히 메어보는 마음을.
작은집에서 혼자 행복한 게 너무 아까워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자랑하며 다니고 싶은 마음을.
힘들다는 푸념을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말하는 거조차 아까워 숨기고 있다는 걸.
그렇게 작은 집에서 얼마나 열심히 사랑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전투적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아무래도 어른이 되면 가장 좋은 점은 엄마가 되어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 이 진짜 좋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거야. 넌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마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어서...
눈부신 날들 / 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