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 / 단 한 시집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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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
개정판
130*224 mm
128 pages
무선 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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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단한은 겨울이 시작될 무렵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순수미술과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2019년 WAYSOFSEEING에서 첫 개인전 <Baby, We’re Driving to the Light!>을 열었고 같은 해 11월, 첫 시집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를 선보이게 되었다.

 

 

책 소개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는 단한이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 적어둔 글들을 일부 모아 엮은 시집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

개정판

130*224 mm

128 pages

무선 제본

 

 

 

 

책 서평

— 〈사랑을 사유하는 당신아〉, 배소유

 

 어제는 지장을 찍었다.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 재계약 때문이었다. 고작 일 년을 더 살겠다고 약속하는 일일뿐이었지만 내 주제에 이렇게 꾸준해도 되는 일인가 싶었다. 세어보니 8년 동안 스무 번의 이사를 했다. 한데 이번 일 년은 참으로 무탈했구나 싶다. 모두가 잘 지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다름없이 떠오르는 한 이와 그가 보내준 노래가 있다. 바로 이 연분홍 시집의 저자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거 아니라고〉다. 내게 글이 전멸하던 어느 날에 다정한 그가 보내왔던 메시지였다. 별일 없이 산다는 건 만족일까 혹은 안정일까. 이 책에 가득한 시들을 읽고 나니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일, 마음과 마음, 몸과 마음, 이를테면 사랑과 사랑이 떠오르지 않던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는 유독 눈으로 읽히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와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그는 느릿한 몸짓에 빠른 호흡을 하며 마음이 다 내비치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곤 했다. 물론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았고, 내게 처음 말을 걸어오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단번에 반해버렸던 소년의 얼굴에는 서투름이, 말투에는 신중함이 녹아있었다. 그렇던 소년은 이제서야 느릿한 한 숨의 끝맺음을 준비를 하는가 보다. 내게 책을 엮는다 했다.

 우리에겐 서툴러서 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있다. 자연스러운 것은 화려하진 않지만 빛이 난다. 빛이 나는 것들은 우리에게 오랜 시간 동안 따뜻함을 선사하지 않는가. 내가 처음 마주한 ≪사랑해 마지않는 그대야≫는 그러한 글 조각들의 모음집이었다. 그것은 꼭 내가 알고 있던 그가 글로서 다시 태어난 느낌이랄까. 

 

거창할 것 없어요

일단 시작은 이렇게 해보세요

저는 오늘 자몽 주스에 대해 사유해보겠습니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핀대요

신기하지 않나요?

저는 꽃이면 다 풀밭에서 피는 줄 알았는데요

이럴 때면 꽃인데 존경하게 되죠

━ 〈미술수업 1〉 부분

 

 제주 함덕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피는 무성한 풀들과 그 사이 틔운 꽃을 본 적이 있다. 끝이 없는 푸르른 바다 앞에서 줄기 잎사귀를 퍼트리고 있는 풀들을 보고 있자면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질겼고, 아름다웠고, 눈물겨웠다. 유머가 더해진 〈미술수업 1〉에선 이 단락을 다시 볼 수 있다. 해당화의 꽃말은 ‘온화’이다. 시에게도 감히 말을 붙여보자면 이 시의 끝말은 온화가 아닐까 싶다. 시의 앞 단락에선 친절하게도 읽는 이를 안내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데 화자가 내 앞에 있다면 나의 운명을 점쳐주세요! 외치고 싶다. 운명을 따라간다는 말 혹은 운명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무엇이든 사유해보자는 온화한 당신. 사랑을 마음껏 그려도 결코 나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줄 것만 같다.

 

그리하여 그림은 아름답게 남으니

나는 글을 쓰네

아무도 영원을 말하지 않네

그리하여 글을 쓰네 글은

다시 읽을 수 있으니 나는 외워

━ 〈오늘의 날씨〉 부분

 

그들의 대화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아마 계속 모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등지고 귀를 막으면 되는 일입니다

 

숨어사는 것이 너무 익숙해지면

이만큼 편한 것도 없습니다 안전하고요

말도 안 되지요 가만히 있는다는 것

그런데 저 때문에 게임이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죠

저는 누구에게 죄를 짓고 있나요

  ━ 〈야생 풀꽃〉 부분

 

 혼란스럽고 때로는 비틀거리는 세상 속에서는 마음 한편에 자신만의 평화 하나쯤 가지고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으면서 살아왔다고 불행한 것은 아닐 테다. 단지 자신들만의 방식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화자의 방식이 결코 사랑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사랑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식이라고 보면 어떨까. 글을 쓰고 외우는 것도, 가끔은 숨어서 작게 피어나는 마음을 고백하는 일도. 어떠한 방식이 되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살아온 건 예의 바름을 떠난 어떠한 결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평화로운 마음을 가졌는데 어떠하냐고, 그래도 우리가 밉냐고 묻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을 참지 못하는 나는

살구를 닮은 그대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 〈경수〉 부분

 

다시 살고 싶은 보광동

지금은 모든 것이 변했군요 변해갈 테고요

커피를 평소보다 조금 더 팔았다고 정윤 누나한테 뽐내던 것도

모두 지난 일입니다 다만

그곳에서 저는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 〈보광동〉 부분

 

그런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었다

호주에 있어 쉽게 만나지 못하는 친구의 이름을

의현아

네가 싫으면 이제 고등어 안 구울게

이제 곧 여름이 오잖아

그때는 너도 나도 건강만 하자

  ━ 〈나무야 나무야〉 부분

 

 희망이란 바라는 마음보다 더 빛나는 가능성이다. 이 시들을 읽으면 유난히 반짝이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희망이란 꼭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위 단락들에선 지난 마음들에도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에 있어선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리워하는 마음에서도 여백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배려이다. 이 배려에선 화자의 맑고 유순한 마음이 티가 난다.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빌어보며 허공에 읊조리는 것이다. 혼자만의 소망뿐이었을지라도, 그는 모두를 티 없이 맑게 만들줄을 안다.

 

나는 여전히 많이 걷고 생각한다. 내게 생각이란 것은 숨 쉬는 것과 같으니 ‘많이’라는 표현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많이’ 숨 쉰다고 말하지는 않으니.

먼 곳으로 떠나겠다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광명에 다시 눌러앉아있는 것이 조금 멋쩍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좋다고 느끼는 요즘. 발갛게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며 한참을 생각해봐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의 말은 이해가 되질 않고,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일찌감치 죽어버린 이 이야기에 삼류영화 같은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서로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 사람들, 그 입가에 피어있는 당연한 미소들을 나는 적는다. 시리고 쾌적한 공기. 여러 번의 겨울을 이겨냈지만 나는 조금도 이 계절과 친해지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나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들. 혹은 매일 먹어야 하는 몇 알의 약과 담배가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온다면, 슬픔을 전시하지 않고도 나를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온다면…

부디 다가오는 겨울에는 한 뼘 더 자란 마음을 가지고 보여줄 수 있길. 그리고 이룰 수 있길, 별 보다 빛나는 내 사람들과 나의 소원들을. 그것은 빨지 않고 걸어둔 코트 주머니에서 작년의 사탕을 발견하던 마음이고 나는 그렇게 ≪Candy≫를 만들었다.

누군가 태어나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겨울의 초입에 선 나는 다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유월의 마음을 기억하는, 시월의 다짐으로.

  ━ 〈아멘〉 전문

 

 ‘여전히’로 시작하여 ‘다짐’으로 맺음을 짓는 〈아멘〉의 전문에는 끓는 힘이 있다. 심심한 표현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여전히’라는 말에선 떠오르는 희망이 보인다. 그건 두말할 것 없는 화자만의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실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출항하는 한 척의 배와 같은 화자가 영원히 닻을 올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섣부른 결심이라도 나는 그의 미완성의 완성을 축하해주고 싶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한 발자국 먼 곳으로 나아 온 것 같다. 내게 이런 시기가 오면 나는 가만히 내게 오는 말들을 들어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의 글도 함께 찾게 되겠다. 그지없이 평범한 사랑을 하는 내가 그의 글을 읽고 더욱 근사해진 사랑을 비밀스럽고 자랑스레 품게 되는 일. 앞으로 사는 동안 영원토록 사랑을 나눌 수 있겠다는 일. 이 모두 감사한 일이다. 둘러보니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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