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평균 5,000자 분량의 초단편소설 10편으로 구성되어 등교길, 출퇴근길, 잠들기전 짬짬이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단편집입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삽화들과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재들의 단편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검사 측 심문하세요'
인간 판사의 지시에 인간 검사는 일어나서 내가 마치 살인이라도 저지른 것 마냥 몰아치듯 추궁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나를 대변해줄 뱀파이어 변호사는 항소심 시간에 해가 너무 강하게 내리쬔다는 이유로 변론을 거부했다. 아마 자신의 관 속에서 핸드폰으로 속 편하게 재판과정 중계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모든 재판과정이 뱀파이어인 나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재판부에서 모든 재판을 해가 중천에 떠있을 시간에 잡는 것 자체가 썩 유쾌하진 않았다.
'피고는 철저히 계획적으로 본 사건을 계획했습니다. 우발적이 아니라 피해자를 물기 위해 약 3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3개월 동안 피해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경계를 풀게 하고 심지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물기 전 식사 시간도 아닌데 양치와 가글까지 하면서 철저하게 범죄를 준비했습니다. 피고는 본인의 범죄행위가 계획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십니까?'
사랑도 그 범죄행위에 포함이 된다면 계획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밤의 사무실' 中)
사투리통역사 / 덕화 초단편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