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읽는기호06 수박/ 계용묵
“취미에 따라서 제각기 다르기는 할 것이로되 여름 과실로는 아무래도 수박이 왕좌(王座)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맛으로 친다 해도 수박이 참외나 다른 그 어떤 과실에 질 배 없겠으나 그 생긴 품위로 해서라도 참외나 그런 어떤 과실이 수박을 따를 수 없다. 그 중후한 몸집에 대모(玳瑁)무늬의 엄숙하고 점잖은 빛깔이 우선 교양과 덕을 높이 쌓은 차림새 같은 고상한 인상을 주거니와, 감미한 맛을 새빨갛게 가득히 지닌 그 속심은 교양과 덕의 상징이라 아니 볼 수 없다.”
桂鎔默(1904~1961). 단편으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로, 대표작은 「백치(白痴) 아다다」, 「별을 헨다」. 중후만 몸집에 점잖은 빛깔까지는 이해했는데요. 타과일과 비교할 수 없는 빛의 성질에다가 예술적 풍미라니! 손수 심고 가꿀 정도로 수박을 아끼는 이라면,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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