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읽는기호04 버스/ 김남천
“비로소 양도야지 같은 얼굴에 코끼리 같은 궁둥이를 가진 이 은색의 버스를 귀여워할 줄 알았다. 은색의 ‘코끼리’가 제비같이 날쌔게 달아나는 까만 택시보다 으뜸될 때는 아침밖에 없다. 그것도 경학원 입구에서 창경원으로 휘어돌 때와 원남동서 돈화문으로 다리 옆을 향하여 너울거리는 푸른 가로수를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뛰뛰 소리 기운차게 아스팔트를 지치듯이 기어올라갈 때가 그의 극치다.”
金南天(1911~1953).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소설가로 광복 후 월북했다. 대표작은 『맥(麥)』으로, 여기서 한국식 아파트 생활의 단면이 관찰된다. 아카시아 숲속을 휘감아돌고, 차장이 올라타 있는 풍경이 아직 추억이 아니던 시절. 이른 아침, 값싼 향락자들의 경쾌한 꿈을 싣고 버스는 달립니다.
한쪽으로읽는기호04 버스/ 김남천 / 쪽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