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끔씩 엄마 아빠를 따라 친척 어른들의 상갓집에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죽는다' 는 사실을 배웠죠.
스물 한 살 때는 대학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 하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때엔 '꼭 나이가들지 않아도, 사람은 언제든 죽는다' 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막 서른이 된 올해, 특별한 계기 없이 어느 날 우연히 자각한 진실.
'나도 언제든 죽는다.'
내게 죽음이 오는 날이 먼 훗날이 될 지 가까운 미래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서를 써 보려고 해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한 줄이나마 제대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지요.
죽음은 어떻게 내 삶 옆에 자리하고 있을까? 죽음 이후의 세상은 어떨까? 나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
그 수많은 궁금증이 곧 죽음을 찾는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공동묘지, 화장장, 무덤 터……. 가장 높은 명예를 부여받은 묘지부터 가장 낮고 비참한 무덤까지.
<사망견문록>은 여러 죽음의 장소 사이를 걸어다니며 떠오른 생각을 모은 '죽음 탐방기'입니다.
탐방 장소 중에는 제 과거 기억과 어떤 접점이 있는 평범한 묘지도 있고, 특별한 사연을 담은 소문을 따라 처음 가 보게 된 곳도 있지요.
전반적으로 에세이와 르포의 중간 정도 느낌의 책입니다. 장르는 그냥 뭉뚱그려 논픽션으로 취급해 주세요.
사망견문록 / 홍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