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자 : 박장의
출판사 : 자두자두
발행일 : 2017년 9월 30일 발행
사양 : 130*220(mm) 194쪽
가격 : 12,000원
ISBN 979-11-961948-0-2 03810
106편의 시와 24장의 그림으로 구성된 시집, 『환상의 끝, 고운 달빛』
80년 전 1937년 12월 25일, 인천 바닷가에서 태어난 박장의는 타고난 그림쟁이였으나 ‘환쟁이는 굶어죽는다’는 주위의 만류로 붓을 꺾인 채 상대적으로 표나지 않는 시-글로 그리는 그림-쓰기에 몰입한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치르고 고속도로가 뚫리고 민주항쟁이 일어나는 격동의 세월,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수출 3천 억 달러를 돌파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촛불집회의 함성이 거셌던 시간은 개인사와 함께 ‘소리 없고 생명 없고 자유 없’(<우리는 늘 만난다>)이 ‘토악질 하고 싶어/몸서리’(<미적미적>)치는 고통으로 내면화되어 또박또박 저장된다.
그렇다. 이 106편의 시는 예술가적 재능과 기질로 그득한 예민한 영혼이 스무 살 초겨울에서부터 일흔 여섯 여름에 이르기까지 욕망과 달관의 시간을 운동한 기록이요,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아 소꿉놀이하며 나지막이 부른 노래이며, 시간의 파도가 쓸고 가는 찰나의 비명과 한숨과 미소를 범상치 않은 솜씨로 재현한 그림이다. ‘내 몸이 철갑처럼’(<시가 되고 싶다>) 가두었던 생각이, 서랍과 장롱과 벽장 속에 잠겼던 노트가, ‘뼈가 사그라들고/ 머리가 희미해지는’(<실타래>) 팔순에 이르러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엮으며― 시와 그림의 일기 / 이상희 시인, 그림책작가」 일부
나이 팔십 넘어서면서 뒤늦게 시집을 내다니 부끄럽고 두렵기도하고 은밀했던 마음을 들킬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나에게 용기를 주는 내 분신들과 –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내가 세상과 하직할 때 나는 시인이었네, 화가였네 그러길 바라는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니 나는 소꿉놀이의 명수였다고 자부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두꺼비집도 짓고 소반에다 조가비 그릇에 맛있는 음식도 차리고, 모래밭에는 세상에 나만 그릴 수 있는 그림도 그려놓고 얼마나 행복했나. 저기 파도가 밀려와서 더 좋다. 소꿉놀이의 묘미를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서문 ― 소꿉놀이의 명수」 일부
환상의 끝, 고운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