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Matter: 디자인된 문제들 / 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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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Designed Matter: 디자인된 문제들

 

(책)은 인쇄되어 묶인 물질입니다. 이 책은 인쇄물(printed matter)이면서 디자인물(designed matter)이고,

구체적으로는 열 사람 생각의 묶음입니다.

이 책의 모든 글은 디자이너가 쓴 것입니다.

아니, 글을 쓴 것이 먼저고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디자인했으니 이렇게 고쳐야겠습니다.

이 책의 디자인은 저자가 직접 한 것이라고요. 그러나 이 문장도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디자이너’라는 나도 남도 알아볼 수 있는 인덱스가 하루아침에 주어진 것은 아닐 테죠.

글을 쓰거나 산책을 하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여하튼 디자인을 하지 않을 때도 그들은 디자이너잖아요.

보통은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의 말미에 등장하는 우리의 영웅들이,

이 책에서는 맨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 책에서 어떤 문제, 대화, 이야기의 장본인이 된 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운을 떼고 마무리 짓는 데 낱말 matter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물질이자 문제이면서,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뜻을 실어나르는 친구입니다.

‘문제없다’의 경쾌함을 발산하는 디자이너와 ‘문제없다’의 비현실성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묶일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물질이든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며,

한 인간이 문제 삼는 항목이 공동체에 역시 긴급한 사안일 수 있음을 환기해주는 matter 덕분입니다.

글쓴이의 소개에 그가 쓴 글에서 추출한 몇 개의 낱말을 인덱스로 더했습니다.

낱말에서 만들기 시작한 책인 만큼, 낱말로 시작하는 독서도 좋겠다 싶었거든요.

의미라는 불순물과 함께 반짝이는 항목(matter)의 안내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책은 디자이너들이 나누는 학회지가 아닙니다. 철저히 비디자이너가 읽어주시기를 기대하며 쓰였습니다.

디자인 개념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읽을거리이기보다는

이 책이 하나의 '교재'가 되기를 목표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래 항목들을 습득하거나 흘려들을 수 있습니다.

 

● 표지, 내지, 원고의 개념

● 눈대중으로 시각적 크기, 시각적 정렬 보정하기

● (책을, 글을, 글자를) 매만진다는 행위

● (지면을) 짠다는 행위 책 디자이너, 북 디자이너의 통상적인 역할

● 글씨와 폰트

●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 지역별 글자체(경기천년바탕체, 이순신돋움체, 정선동강체, 제주고딕체, 푸른전남체)

● 띄어쓰기, 구두점

● (독자들의 독서 시) 안구운동

● 여백

● 위계, 질서, 위계질서

● 각주

● 디자이너가 고안한 글쓰기(실험 타이포그래피 등)

● 내러티브

● 레이아웃

● 율리 피터스, 자크 카이스, 피터 빌락, 바버라 크루거, 게르하르트 리히터, 렘 콜하스, 자크 데리다, 주디스 버틀러, 앤서니 기든스, 티보 칼먼, 파올로 피노, 폴 리쾨르, 쉴라 르브랑 드 브레트빌

● Ag최정호체

● 거리, 거리 글자, 글자 풍경

● 말소리, 조음기관

● 디자인 관행

● 덩어리감

● 휴먼 스케일

● 2D, 3D 목업

● 공간 콘셉트

● 공유오피스

● 무드보드

● 비주얼 레퍼런스

● 디세뇨

● 도시디자인

● 대안학교

● 클라이언트

● 삶 자본

● 도시 인프라, 도시재생, 도시 재개발

● 버내큘러 디자인

● 그리드, 모듈

● 배자방식

● 범주

● 이미지 사건

● 형태적 바탕 규칙

● 행간, 행송

● 디자인-하기

● 비주얼 파시즘

● 오픈폰트라이선스

● 인터내셔널 스타일

 

 

 

<목차>

 

17 이기준: 당근 ≠ 당근

33 김동신: 북 디자인과 정치

49 오혜진: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해 글쓰기

65 이지원: 거리에서

81 박럭키: ‘소통’에 이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97 이지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113 정동규: 이름 붗일 수 없는 디자인

129 정재완: 대구에 ‘내려'와서 본 그래픽디자인

145 김의래: 디자인되는 것

161 신인아: 가령, 탈코 운동은 디자인이 될 수 있을까?

 

 

 

 

<책 속으로>

 

당근은 모두 같은 당근이 아닙니다.

글쓴이는 주황색 채소를 의미하기 위해 당근이란 낱말을 이용했지만,

이 글을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는 당근이라는 글자의 생김을 고르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당근의 분위기를 새삼스럽게 설계합니다. (당근 ≠ 당근 -- 이기준)

 

일반적인 의미에서 디자인은 디자인하는 대상에 대한 긍정을 전제한 활동이기 때문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 쉽지 않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의 일이라면 의뢰받은 단계에서 거절하는 것이 디자이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일 테지요.

다만 단정하기까지는 가능성의 대지를 좁히고 싶지 않습니다.

과연 북 디자이너의 정치적 견해와 의사표현은 어떤 가능성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요. (북 디자인과 정치 -- 김동신)

 

번역은 원문에 기댄다는 말을 들은 디자이너는 고민합니다.

원문이 나쁘면 번역도 나빠질 수밖에 없을까.

나쁜 원문을 좋은 번역으로 보여주는 것은 선행일까.

전시가 열리기에 전시 아이덴티티라는 작업을 할 수 있어지고,

출판이 되기에 북 디자인이라는 작업을 할 수 있어진 상황 앞에서 디자이너는 악어새라는 비유에 갇히게 될까요.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오혜진)

 

한글은 소리를 보여준다, 디자이너가 하루는 그런 생각에 강렬하게 사로잡혔습니다.

눈에 보일 리 없는 소리라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 앞에서 세종이 품었을 사고의 과정을 추적해봅니다.

단순히 좋은 사람(성군)이라고 이해하고 지나치기에는 미진한 기분이 듭니다.

시각 은유를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형태관계를 논리화한 과정을 쪼개며,

세종의 과업을 디자인 결과물로 이해해보려 합니다. (거리에서 --이지원)

 

이렇게 멋있는 디자인을 몰라보다니! 하며

답답해하던 것도 어제, 영리해진 디자이너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시안을 보여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호감도를 높인다면?'

'프레젠테이션 시작 전에 개요를 한번 더 짚는다면?'

영원한 숙제인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 MBTI 분류와 같은 명백한 위트를 담았습니다.

(‘소통’에 이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박럭키)

 

고립되는 것도 회사에서 소진되는 것도 사이드잡에 파묻히는 것도 코로나19도 괴로웠습니다.

디자이너는 떠올렸습니다. 사상 최대치의 저리 코로나대출을 이용해 업의 터전을 마련해보자고.

부동산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디자이너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나를 포함한 동료를 초대하고 환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보람은 상당해 보입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공유오피스 만들기 --금종각)

 

시끌벅적한 도시디자인의 광풍에 질려 지역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았던 젊은 디자이너가 '귀향'했습니다.

삶의 구체성을 배반하는 잘 정돈된 디자인이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디자인을 우리는 좇아도 되는 것일까요.

새 프라이탁을 구매하는 일은 환경친화적인 행동일까요.

디자인이라는 세 글자를 둘러싼 사념들을 가감 없이 적어내려갔습니다.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결론을 내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우선합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디자인 --정동규)

 

대구에 '내려'온 지 13년. 서울사람들은 대구에 내려간다고 하고, 대구사람들은 서울에 내려간다고 합니다.

대구사람들은 사투리로 '말'하지만 '글'쓰지는 않습니다.

지방의 대학은 학생들의 상경을 '인재공급'이 아니라 '인재유출'이라 부릅니다.

디자인이 삶을 외면하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나타날 때, 디자인이 삼킨 삶을 구하는 것도 디자이너 자신일까요?

(대구에 ‘내려’와서 본 그래픽디자인 -- 정재완)

 

디자인한 '것'은 '겉'으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드러나는 것들을 드러내기까지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수많은 것(겉)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의도와 표시, 의미와 공감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디자인되는 것 --김의래)

 

디자인한 '것'은 '겉'으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드러나는 것들을 드러내기까지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수역사가 가지고 싶은 디자이너.

발 붙일 땅이 없다는 감각을 극복하기 위한 공부가 시작됩니다.

역사가 없는 디자인을 어떻게 디자인 역사에 포함시킬지 따져 묻는 사람들 앞에서

역사와 언어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하고 상상하는 사람들과 함께 섰습니다.

(가령, 탈코 운동은 디자인이 될 수 있을까? --신인아)

 

 

 

 

<작가 소개>

 

이기준

그래픽디자이너. 주로 책 디자인을, 기회가 닿는 대로 음반과 전시 관련 그래픽 작업을 한다.

2019 올해의출판인 디자인부문상을 받았고, 디자인을 맡은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은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의 한 권으로 선정됐다.

산문집 『저, 죄송한데요』와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를 지었다.

글 읽는 재미에 책 보는 재미를 더해 책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비디자이너를 염두에 두고, 글자를 운용하는 일에 대한 꼭지를 쓰면서 무척 헤맸다고 한다.

이런 작업을 왜 하는지 자신도 이제서야 생각해봤다나.

 

김동신

동신사라는 명의로 책을 중심으로 한 인쇄물 디자인 작업을 한다.

디자인에 관한 글쓰기와 강의도 하고 있다.

이 책에 실은 글은 늘 머릿속에 있던 내용이라 처음 주제를 정했을 땐 쉽고 빠르게 쓸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 진행이 잘 안 되어서 힘들었다.(아무래도 내 작업을 주제로 긴 글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인 것 같다.)

반면 디자인은 쉽고 빠르게 끝나서 다행이었다.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조립하는 느낌이 드는 본문 디자인을 할 때 재미를 느끼는 데 이번 16쪽이 그런 경우였다.

 

오혜진

오혜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이너다.

2014년부터 오와이이(OYE)를 운영하며 시각매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다수를 진행해오고 있다.

항시 내용이 존재해야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 직업적 상황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의문을 품고,

과연 그래픽디자인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행위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내용이라는 숙주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그 행위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책을 통해 자기지시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이지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다. 몇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우리 사회의 시각문화와 시각기호를 통한 소통에 관심이 있으며,

그중 특히 글자꼴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고 교육하는 중이다.

한글에 관한 여러 자료를 접하던 중에 한글의 형태적 성질에 관한 분석이 의외로 부족함을 알게 되었고,

이에 관한 연구와 이론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은 글자의 형태를 알아보는 통찰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한글 자소의 형태를 알아보고 생각한 내용을 글로 적었다.

 

박럭키

MHTL(More Heat Than Light)의 창립 멤버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드아이덴티티 분야의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다.

디자인을 매개로 대중과 교류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고 퍼트리는 것을 목표로,

문화예술 기관부터 기업, 개인 클라이언트까지 넓은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늘 나보다 훌륭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덕분에 매일 즐겁게 작업하며 발전하고 있다.

 

금종각

이지현이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금종각은 금융소득세, 종합 부동산세, 각종 세금을 디자인을 열심히 해서 많이 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북디자인, 책 시리즈 작업을 많이 했고, 1년에 한 번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이라는 이름의

독립출판 북페어를 운영한다. 책에 소개된 공유오피스 썬트리하우스 역시 꾸린다.

 

정동규

대학에서 에너지공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을지로의 디자인 대안학교 디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지금은 생활세계 출판사 텍스트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글쓰기 제안에 응답하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근현대 산업의 발전이 초래한 공동체의 문제 앞에서 산업화의 산물인 디자인은

자신의 역사와 문화가 가진 역설을 해명해야 한다.

한편 조화로움과 일치가 가치 있는 것이라면 누군가가 나의 이해와 예상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고,

그 자신조차 놀라게 하는 그 방식에도 가치가 있다. 한동안 이 두 가지를 기억하며 살고자 한다.

 

정재완

북 디자이너이자 대학교수다.

대구에 기반한 사월의눈 출판사에서 사진책을 디자인하며 시각디자인학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학벌과 인맥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 지금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학벌과 인맥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진다.

이 책에서는 내가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보지 못했던(보려고 하지 않았던) 문제들과

대구에서 본(보려고 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썼다.

아마도 디자인의 문제들은 끝이 없을 테고, 나는 문제들과 함께 늙어가는 미래를 맞을 것이다.

커피와 와인과 맥주와 막걸리와 하이볼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 나눌 지혜로운 동료들의 등장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김의래

타이포그래피와 언어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교육자이자 디자이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 2017년까지 10년간 동등한 교육 기회를 위해 ‘타이포그래피 야학’을 무료로 운영했다.

현재는 시각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치며, 서울에서 디자인 대안 교육 ‘디학’을 운영한다.

또한 디자인 스튜디오 ‘섞어짜기’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이어간다.

「디자인되는 것」은 시각디자이너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쓴 글이다.

디자이너가 고민하고 설계하고 만드는 것들을 ‘것’이라는 언어로 전개했다.

부디 많은 분들에게 어려움 없이 읽히길 바라며, 시각언어라는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경험에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

 

신인아

서울에서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이너.

학교에서 디자이너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배웠고, 논리적이고 맥락이 드러난 디자인만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카카오임팩트, 청년허브, 여성예술인연대 등 주로 변화를 꾀하는 개인 및 조직과 함께하며,

‘FDSC,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월간디자인⟫, ⟪IDEA⟫, ⟪GRAPHIC⟫, ⟪T⟫, ⟪글짜씨⟫, ⟪ORGD 2019⟫, ⟪FDSC.txt⟫ 등

국내외 디자인 출간물에 글을 기고해왔다.

‘BIYN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회원이자 ‘청계천을지로보전연대’의 열렬한 지지자다.

 

 

 

 

 

쪽수: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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