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우연이 아니기 때문에 / 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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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의 이름이 제목에 박혀 있는 이야기집으로, 그만큼 개인적이고 개인 본위로 짜여 있다.

전문 에세이스트가 아니고, 지어 쓴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한데 들어 있기 때문에,

산문집이라기보다는 이야기집이라고 부르기 알맞다.

 

이 책은 10년간 간헐적으로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대단한 고료를 받고 쓴 것도 대단한 사명을 띠고 쓴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저자 본인에게 (이번의 출간은) 사소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것은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의 내력이나 행적을 밝히는 사료인 까닭에서이고,

이런 면에서 모든 개인적인 책들에 예외는 없을 것이다.

예기치 못하게 대단치 않은, 그러나 어떠한 재앙에도 전소되지 않는 몇 가지 자질이 어느 인간에게나 있을 터.

그러니 미래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은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의 「한 여인을 보다(Eine Frau zu sehen)」에서,

표지 그림은 찰스 에밀 하일의 「한 가지 위 두 마리 새(Two Birds on a Branch)」에서 가져왔다.

하나의 가지가 부푼 두 마리 새를 태우고도 휘청이지 않는다.

 

 

<책 속에서>

 

내 안에서 나는 여러 갈래다. 실처럼 자아내면 그 실은 굵었다가 가늘었다가 거칠었다가 간간이 부드럽다. 내 안에서 내 문장은 변화무쌍하고 하나이자 여럿이며 간혹 모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누굴 만나면 나는 그저 굵은 것 혹은 그저 가는 것, 그저 나, 그러니까 세계의 일부로 전락한다. 그것이 누구와 함께하는 유일한 법임을 알기에, 서글픔을 무릅쓰고, 전부에서 일부로 기꺼이 살기도 한다. (3쪽)

 

친구보다는 동료에 가깝던 사람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대부분의 관계 정의에 인색했던 나는 그를 동료로 들이는 데도 수년을 필요로 했다. 그는 수년간 이따금 요청했고, 나는 힘이 닿는 선에서 절반 이상을 수락했으며, 그 일들이 미친 영향, 그 일들을 하는 동안 내가 맞은 일들, 그러는 새 쌓인 나라는 사람의 생애가 그를 ‘동지’로 자리매김시켜주었다. 그가 내가 있는 세계에 더 이상 존재하기를 멈췄을 때, 나는 아쉬워했다. 우리가 아직 친구가 돼보지 못한 것을. 그가 늘 그랬듯 태연하게 부탁을 던지던 톤으로 나의 집에 방문하겠다던 목소리를 거절한 것을. ‘지금 당장’의 시간은 너무나 폭좁고, ‘언젠가 나중’의 시간은 너무나 폭넓었던 그때에 언제나처럼 어색하게 굴었던 것을. (9쪽)

 

긴 놀이는 휴식이 된다. 긴 잠은 운동이 된다. 긴 머리카락은 근성의 지표가 된다. 긴 것은 활동이 되고, 직업이 된다. 그 사람의 긴 것은 그이의 생활이 되고 그 사람 자신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길었어도 줄어들고 있는 것은, 곧 해소될 것은, 곧 자취를 감출 것은 아무래도 그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이었지만 차차 그 사람과 무관해지고 있는 것. 기다림이 끝나면 기다리는 자는 존재를 감춘다. 오늘의 캘린더에는 우리의 만남만이 기록될 뿐, 우리의 만남보다도 훨씬 길었던 지금의 기다림은 적히지 않을 것이다. (13-14쪽)

 

맨 처음 타월을 만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용도를 정하지 않고 그저 쓰는 사람마다 자신의 편의에 맞추면 거기 걸맞은 쓰임새가 생기는 타월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어째서 타월을 만드는가 묻는다면, 글쎄요.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만드는 걸 도와줄 사람도 가까이 있었습니다. 목화솜부터 꼼꼼히 골라 채취해서 잘 말리고, 면의 결을 고르게 하여 원단으로 가공한 다음, 그것으로 딱 한 장의 타월을 만들었습니다. 과연, 아주 보드라운 타월이 태어났습니다. 새로 만든 타월이 깨끗하고 단정한 벽에 걸렸을 때, 만든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마저 뿌듯해졌지요. 화려하거나 눈길을 끌지는 않아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한층 오래도록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고,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이고 써도 충분히 포근하고 따스했으니까요. (25쪽)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전갈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않은 전갈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되는 대신, 단 한 번도 져보지 않은 전갈, 위대한 전갈로 국제적인 명성을 더해갔습니다. 생의 첫 단추부터 제가 꿰지 않은 전갈입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움직여주지 않으니, 전갈은 주변의 기대가 기껍지 않았습니다. 무엇 하나 꾸미거나 덧대지 않은, 태어난 그대로의 몸이, 그에게는 벗을 수 없는 탈처럼 느껴졌습니다. 같은 껍데기라도 소라게나 달팽이처럼 썼다 벗었다 하며 몸을 집으로 삼을 수 있었더라면 한결 가뿐했을 텐데요. 전갈은 영혼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언제나 껍데기 탓으로 돌렸습니다. (177쪽)

 

 

 

 

<이런 당신에게>

 

세련된 책이 부담스러운백지의 공포가 있는한편으로는 빽빽이 들어찬 벽돌책 포비아가 있는소량 제작이라는 키워드에 끌린만에 하나 중쇄된다고 해도 토라지지 않을오탈자 한두 개는 귀엽게 봐줄 수 있는필사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더라도 세 문장 정도는 적어볼 수 있겠다 싶은서명이 된 책 모으기를 즐기는누군가의 편지가 적힌 헌책을 발견하면 오히려 정이 가는남의 일기 엿보기를 좋아하는그 일기를 읽고 나면 전만큼은 남처럼 못 느끼는우연의 좋음을 알지만 때로 랜덤한 무엇(특히 랜덤한 나?)을 참지 못하는빠져들 만큼 깊은 수렁도 좋아하는여행답게 여행하고 생활답게 생활하기보다는 여행하듯이 살고 살듯이 여행하는책 더러워지는 게 괜찮은실은 그 더러움이 더러움이 아니라고 보는옷에 묻은 케첩의 성분에 문제가 없음을 아는

 

 

 

 

<추천사>

나는 김미래의 글을 앞으로 읽고 뒤로 읽고 순서를 섞어 읽는다.

그의 단어는 내 안에 남아 여백을 돌아다니다 이따금 청명함으로 정착한다. | 이재영 (그래픽디자이너)

 

 

<저자 소개>

 

김미래

외국 친구를 만나면 future라고 소개한다.

그러면 친구는 동명의 래퍼를 떠올리고는, 나와 그의 외양적 불일치에 개구진 웃음을 짓는다.

때로 여유가 때면, 그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으로부터 맘바 멘털리티 같은 것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가 찾은 영혼적 일치! 그리하여 동양인은 자길 크게 봐주는 사람 앞에서 원래보다 커진다.

그치만 애초에, 그는 작지 않았던 아닐까.

그전에 쓴 책으로 『그건, 고래』(2024) 『편집의 말들』(2023)이 있다.

 

 

 

<서지 정보>

 

 

도서명: 미래는 우연이 아니기 때문에

글쓴이: 김미래  

출판사: goat(고트, 쪽프레스의 레이블)

출간일: 2025 12 1

정가: 17,800

면수: 180

판형150 x 210 mm

형태: 무선제본

ISBN: 979-11-89519-86-5 03810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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