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실패했다는 감정이 몰려와 무력할 때 유일하게
의지를 가지고 해냈던 일은 작은 노트를 산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참 어렵게 적고도 쉬이 구겨버리고 말았을,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페이지 속에 고스란히 가둔 것입니다.
간절히 누군가에게 닿고 싶었던 마음의 문장도
이제는 내 것이 아닌 마음의 문장도
전부 사랑을 선택한 매 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노래 같은 거 안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멜로디가 들리는 기분이었어요.”
원고를 읽어 준 이의 감사했던 한 마디와 같이
오랫동안 반복해서 들었던 곡들의 노랫말을
읊조리며 자주 멈칫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랑 앞에서 예민해지고 무모해지는 것이
가장 연약한 자아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곧 이 책의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것을 봅니다.
적어도 제목에 대한 고민은 일절 없었으니 말입니다.
사실입니다. 사랑을 빼놓고선 적을 문장이 없습니다.
사랑을 빼놓고선 적을 문장이 없다. / 김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