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애써 위로하지 않고 다만 함께 있기 위한 글, 자주 사람에 기대어 웃고 무너지며 친애하고 침해하는 사랑들을 바라보며쓴 글, 그리고 타인과 스스로를 지키는 다정한 글들을 써온 김소원 작가의 네 번째 단상집입니다.
착실하게 지나가는 시간과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매일 자신을 지키려 돌보려 애썼던, 삶을 지키려 노력했던 그 매일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되고, 곧 ‘나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미래를 생각할 때 자신을 해치지 않기를, 자신을 해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기를. 모든 미래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책 속에서>
위안을 주는 것들은 누군가의 마음 씀으로 이루어진다
–– 7p
가장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거 잊지 말기
아주 오래 오지 않을 수 있으니 멀리 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기다림을 놓지 말아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13p
여전히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을 때는 그 사람이 읽은 책을 따라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보통 그게내 취향이 아닌 이상 열에 아홉은 실패하니까 효율로 따진다면 가성비가 나쁜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열에 하나 정도는 성공하니까, 라는 마음으로계속해서 타인의 발자국 위에 나의 것을 포개어간다 그렇게 점점 거리를 좁히다보면 언젠간 근처에 머무르고 어떤 찰나에는 닿을 수도 있겠지란 마음으로.
–– 25p
손바닥만 한 행복으로도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은 날도 있고 바닥까지 드리운 햇빛만큼의 마음을안고서도 울게 되는 날도 있다
–– 44p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방법 중 내가 경험적으로 믿고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내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것이다. 그것은 일관된신뢰일 수도 일관된 지지일 수도 일관된 애정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오랜 시간을 들여 다만 (긍정적인) 일관 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내가 그들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의 태도뿐이라는 것, 하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겸손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타인을 대할 때만이 타인과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45p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예민해, 라는 말을 듣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 말로 인해그들이 깊이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말에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할 수있는 일은 다만 옆에서 그러한 예민함을 들어주는 일뿐이겠지만. 나조차도 종종 그런 말에 꺾이면서 이런 바람을 늘어놓는 게 이기적이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 59p
미래를 생각할 때 나를 해치지 않기. 나를 해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기.
–– 79p
너의 최선이 너인 것을 알아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나 이상은 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외의 것을 바라지도 않겠지 결국 나는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을 뿐이니까
–– 122p
<작가의 말>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긴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침대에 기댄채 자주 미세먼지 나쁨이 떠 있는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에서 낮, 낮에서 저녁, 저녁에서 밤, 밤에서 새벽으로 옮겨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내 위치와 내 자리, 내 분수에 대해생각했습니다.
이 시간과 이공간 중에 나는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 건지.
어떤 날은 여기, 라고 생각되는 곳이 있어 그곳에 간절하게 매달렸고
그런 날이면 그곳이 나를 배반할까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여기, 라고 생각되는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그것이 나의 분수라고 생각하며 분수, 라는 말을
약간의 분노와 절망과 함께 곱씹었습니다.
그러느라 몸이 좀 상했고 마음은 그것보다도 조금 더 상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여위는 것과 상관없이 시간은 착실하게 지나가고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도일상은 여전히 일상이라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창문을 여는 날마다 다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창밖에 있던 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그게 활짝 피고, 또 며칠 뒤에는 꽃 째 지고,
또 그 자리에 새싹이 올라오고, 또 잎이 무성해지고, 그게 낙엽이 되고,
그마저 사라지는 그런 일들을.
그렇게 사계를 보내며 내가 될 수 있는 나는 결국 최대한의 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간절하게매달렸다고, 배반당했다고생각했던, 그래서 분노하거나절망하며 꿈꾸었던 나의 미래는 ‘나’의 미래여야한다는 것도.
아무것도 잃지 않고 미래를 맞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잃고서 맞이하는 미래도 나의 미래일 수 없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습니다.
지나가는 시간과돌아오는 계절 속에 서 내게 사랑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매일의 나를 지키고 돌보려 애썼습니다.
다만 내 삶을지키려고 노력했던 그 매일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되고, 곧 나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이 글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앞으로 올 모든 미래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1월의 이른 저녁
김소원
<작가 소개>
김소원 @luxwish_be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문학잡지 <After Sentimental> 01, 02를 펴냈습니다.
<너였다면 이곳에낭만적인 이름을 붙였을까>, <침해하는 나의사랑에게>, <다정을 지키는다정>을 썼습니다.
정확한 이해와단단한 다정을 위해 노력합니다.
더 멀리 가는사랑을 위해 괄호 속의 말들을 씁니다.
김소원 단상집
01 너였다면 이곳에낭만적인 이름을 붙였을까
02 침해하는 나의사랑에게
03 다정을 지키는다정
04 내가 있는 미래에서
내가 있는 미래에서 / 김소원 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