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다 있었던 남자, 봉준호 / 이형석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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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64년 만에 칸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 〈기생충〉. 그리고 그 영화를 감독한 봉준호. 그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업적은 이전에도 이후로도 없을 대단한 것이란 점은 모두 인정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찬사가 울려 퍼지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웅 봉준호가 아니라 인간 봉준호, 감독 봉준호가 궁금하다.

 

 

 

 

<작가정보>

이형석

 

1971년생.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91학번.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98년 첫 영화평론으로 상을 받았다. 1999년 스포츠조선에 입사해 축구와 방송을 취재했다. 2003년 헤럴드경제로 옮겨 10여 년간 영화를 담당했다. 이후 산업, 정치, 금융, 국제부를 거쳤다. 2020년 현재 정치부에 있다. 쓴 책으로는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공저 《독재자의 자식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인성, 영화로 배우다》, 《대한민국 40대 리포트》, 《대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이 있다. 영화, 예술, 정치, 철학에 관한 좋은 생각, 좋은 글을 지향한다.

 

 

 

 

<책 속으로>

 

휴대폰 속 짧은 한 줄의 속보와 함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서른네 살 봉준호 감독의 얼굴이었다. 마치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 송강호의 얼굴 같은 정면 클로즈업숏. 파마머리는 지금 그대로, 아직 얼굴에 턱선이 살아 있었다. 지금보다 앳된 느낌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분명한 건 오스카 무대에 오른 그에게서 압도하는 듯한 거장의 느낌이 뿜어져 나왔듯 당시에는 신인감독 특유의 팽팽함을 온몸에서 발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2003년 한 술자리에서 마주친 봉준호는 그랬다. -1장 〈내가 만난 봉준호〉 14p

 

말하자면 〈기생충〉은 손흥민의 70미터 드리블 원더골이고, 아카데미상은 세계 영화계의 ‘발롱도르’다. 어디 영화를 축구에 비교하느냐고? 축구감독과 영화감독이 같으냐고?

반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표현이야말로 봉준호 식이고, 봉준호의 어법이다. 봉준호 감독은 축구마니아일 뿐 아니라, 종종 축구에 비유해 영화 이야기 하기를 즐긴다.

2003년, 〈살인의 추억〉 개봉 당시 봉 감독에게 차기작 계획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다음 영화는 한·일 월드컵 한국-이탈리아 전에서 터진 안정환의 역전골처럼 통쾌한 영화가 될 겁니다.” -2장 〈축구광 봉준호씨, 축구로 말해요〉 26-27p

 

〈기생충〉에서 인디언 장식을 한 송강호의 얼굴은 ‘갑’들의 영토에서 자기의 몸과 혼을 탈탈 털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 모든 을’의 상징이 됐다. 한국 영화의 얼굴인 송강호가 세계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중략)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로 송강호에게 ‘말’(대사)을 선사했다.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으로 링 하나를 온전히 감당할 ‘몸’을 줬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에게 영화의 ‘영혼’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에게 ‘얼굴’을 선물했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이 영화를 얼굴들의 퍼레이드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송)강호 형의 얼굴 클로즈업 신은 아주 밋밋한 표정에서 격렬한 느낌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촬영해 두었다. 영화에 들어간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고 충혈된 느낌의 필름이었다. 송강호는 대(大)괴물 배우다.”

-3장. 〈봉준호의 ‘강호형’ 〉 49-50p

 

“‘슛’(shoot) 들어가면 펑펑 울다가 ‘컷’하면 바로 ‘오늘 야식이 뭐야?’라고 하며 낄낄거리는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일”

봉준호 감독에게 배우란 ‘이상한 사람들’이고 연기란 그토록 ‘이상한 일’이다.

-4장 〈.봉준호에게 배우란〉 52p

 

그때 영화감독이 된 동기는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서 뒹굴뒹굴 구르면서 마음먹었다”고 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소감으로 “저는 열두 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결심은 극장 안에서가 아니라 TV앞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그리고 변희봉과 김혜자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열두 살 ‘테레비키드’의 ‘인장’이었던 셈이다.

-5장 〈변희봉과 김혜자… 테레비 키드 봉준호〉 81p

 

봉 감독의 영화는 딱 감독의 말과 어법을 닮았다. 모든 장면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의 요구에 대한 ‘답’이다. 그 답은 관객의 요구에 덤을 얹어 돌아오고, 관객의 예상보다 한두 걸음을 앞서간다. 난해하거나 어렵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늘 농담이 있고, 비애가 있으며, 반전이 있다. 작품 전체의 메시지는 추상적일 수 있어도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관념적이거나 어렵지 않다.

그의 영화는 그의 말처럼 익숙한 관용구와 새로운 수사를 능숙하게 섞어가며 관객을 빨아들인다.

-6장 〈‘달변’ 봉준호, ‘웰메이드’ 봉준호〉 105-106p

 

“내 속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라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있는 것 같다. 온실같은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으니까 오히려 바깥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다면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이 더 컸던 것 아닐까? 우리 집안도 물론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게 복잡한 사연도 있고, 히스테리컬한 문제도 있다. 만약 내가 회사원이 됐다면 부적응자가 됐을 것이다. 영화를 하게 돼 다행이지.”

-8장 〈중산층 소년의 은밀한 공포, 봉준호의 자화상〉 125p

 

개학이 불안했던 모범생은 스크립트 속에 완벽한 계획이 있지 않으면 불안한, 감독 ‘봉테일’이 됐다. 자유분방한 화가 아버지 슬하에서 온갖 순수문화와 대중문화, 서구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호기심 많던 소년은 사회의 불의와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운동권 대학생이 됐다. 그리고 어려운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던,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았으나 가끔은 까닭모를 불안에 휩싸였던, 중산층 소년의 상상력은 ‘추락을 강요당하는 사회 약자에 대한 이야기’로 스크린에 구현돼갔다.

-8장 〈중산층 소년의 은밀한 공포, 봉준호의 자화상〉 137p

 

“성격적인 결함 때문에 플랜을 세워놓지 않으면 스스로 굉장히 불안해한다. 마음에 불안과 공포가 많다 보니까, 스토리보드가 전날 밤까지 완전히 짜여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으로 나가서 해보자, 어떻게 되겠지’ 이런 마음을 못 먹는다. 겁이 많고 소심해서 그렇다. 누가 물어보면 완전히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스토리보드가 돼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말이다.”

-9장 〈‘다 계획이 있는 감독’의 은밀한 불안〉 140p

 

“내가 다루는 장르들이 다양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비슷하다. 변태 장르라고나 할까. 비뚤어진 마음의 장르라고나 할까. 뭔가 속 시원히 해결이 안 되지 않나. 늘 다음엔 속 시원히 해결해보자는 마음도 생긴다. 뒤끝이 안 좋다고 하니 말이다.”

-10장 〈‘비뚤어진 마음’의 장르, 봉준호의 파이널컷〉160p

 

“나는 내 영화가 ‘비뚤어진 재미’의 영화였으면 좋겠다. 나는 극장에서 관객의 휴대폰 액정 불이 들어오는 것이 가장 싫다. 관객이 매혹돼 다른 생각을 못 하고 빨려 들어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재미가 있되, 이상한 재미, 괴이한 재미, 비뚤어진 재미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10장 〈‘비뚤어진 마음’의 장르, 봉준호의 파이널컷〉176p

 

〈기생충〉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 특별히 잘못된 것 없고, 특별히 나쁜 놈이 없는 일상, 그 속에 배태된 사회적 비극을 가장 평범한 인간들의 가장 극적인 드라마로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당신이 오늘 한 번이라도, 잠깐이라도 울분과 냉소 따위를 느껴 봤다면, 봉준호월드에 입장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그 안에서 비뚤어진 마음의 어드벤처를 맘껏 즐길 준비가 된 것이다. 웰컴 투 봉준호월드.

-11장 〈당신은 봉준호월드에 입장하셨습니다〉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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