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 선호빈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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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무엇이 그녀들을 B급 며느리와 깐깐한 시어머니로 만들었을까?

 

개봉 후 많은 언론매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순도 200% 리얼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두 담은 책이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할 정도로 똑똑하고, 친정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딸이었지만 선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면서 ‘B급’으로 전락하게 된 김진영. 그녀의 남편이자 저자인 선호빈 감독은 영화에서도 다하지 못한 고부간의 이야기를 이 책에 모두 들려준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지만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싫어요.”를 당당하게 내뱉는 며느리 김지영과 ‘원래 그런 것’, ‘누구나 다 하는 것’에 응하고 살아온 자신과 다르게 그런 관습을 단칼에 거부하는 며느리가 답답하기만 한 시어머니 조경숙.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할 말 많은 며느리들의 이야기, 누구의 잘못인지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어느 집에나 있는 골치 아픈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B급 며느리 김진영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아래 평화롭게 살아가던 아들이자 남편으로서 바라본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 영화가 끝난 후 가족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그 답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가부장제의 현실이 있는 그대로 녹아 있어 가슴 한 쪽이 답답하면서도 시어머니와 당당하게 맞서는 김진영의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출교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즈》로 데뷔한 선호빈 감독. 김진영과 결혼한 후, 아내와 어머니의 심각한 고부갈등을 겪게 된 그는 매번 만날 때마다 말이 바뀌는 어머니 때문에 증거를 남겨달라는 아내의 말에 따라 평화를 찾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촬영기간 4년, 촬영회차 297회, 촬영분량 6테라 700시간.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자신과 가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 그의 두 번째 영화 《B급 며느리》다. 결혼한 사람, 결혼할 사람, 평생 결혼을 안 할 사람 모두 읽어야 할 이 책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작가정보>

선호빈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학창시절에는 영화제작 동아리에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재학 중 학교에서 일어난 학내 분규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레즈〉로 2011년에 데뷔해 주목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이 책의 주인공인 김진영과 결혼한 후, 가정 내의 심각한 고부갈등을 경험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다. 2017년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를 발표했고, 제4회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라는 심리 상담사의 말에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이 책이 비슷한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진영이한테 전화가 왔다. 진영이는 울고 있었다. 2011년 11월이었다. 나는 그해 3월에 첫 번째 장편영화를 발표했다.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짜릿한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야심만만하게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만들고 싶은 영화가 정말 많았다. 매일같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런데 임신? 임신이라니! 당시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책임감’이었다. 나는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무책임해지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경제적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한 치의 로망도, 관심도 없었다. 탕웨이와 결혼한 김태용 감독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를 읊조린 적은 있다. 그냥 자유롭고 무책임한 그 상태가 좋았다. 진영이에게 가는 차창 밖의 풍경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 평생에 그렇게 열심히 생각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_29쪽

 

진영이는 나와 연애를 시작할 즈음에 수컷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그러니까 진영이 곁에는 두 마리의 수컷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동물과 교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녀석이 싫었다. 진영이는 이 고양이를 ‘꼬꼬냥’이라고 불렀다. 진영이는 1년쯤 후에 한 마리를 더 데려왔다. 어느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인데 갈 곳이 없어서 일단 데리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엔 암컷이었다. 어쩐 일인지 이 녀석은 나와 사이가 좋았다. 진영이는 이 고양이를 ‘못난이’로 부르다가 ‘란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렇게 해서 김진영은 결혼할 때 두 마리의 동물을 거느리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분이다. 우리 집은 동물과 친하지 않다. 부모님은 동물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금쪽같은 손자가 태어날 집에서 고양이라니, 너무 위험하다. 어디론가 보내버려야 해! 어머니는 전화기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영은 고양이를 지켜냈다. 진영이는 이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_74~75쪽

 

매달 생활비 메꾸기에 급급한 상태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김진영은 놀라운 사람이다. 그녀는 생활비 공포에 시달리는 나를 위로하며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은 강했고 낙천적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가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으로도 쾌활하게 웃으며 지냈다. 진영은 통장에 잔고가 0원이 되기 전에는 나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부터 잔고가 1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진영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오빠는 반드시 영화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여가 입금되는 날에는 국내산 삼겹살을 사다가 우리만의 잔치를 벌였다. 우리의 형편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 진영은 그 과정을 사랑했다. 어머니는 진영이 흉을 한참 보다가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진영이가 참 착하다.”라며 감탄하곤 했다. _100~102쪽

 

어머니는 가혹한 사령관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모두에게 지시한다. 성격이 급한 어머니는 모든 음식을 기가 막히게 빨리 만든다. 진영이가 넋을 놓고 바라본 적도 있다. 무협영화의 고수처럼 손에서 휙휙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어머니 손에서 고춧가루, 소금, 대파 따위가 발사되고 조금 기다리면 맛있는 음식이 완성된다. 내가 ‘사령관’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한 번도 가부장적 질서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대신에 적극적으로 그 가치를 수용했다. 성실한 며느리로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갔다. 어머니는 완전한 선씨 집안의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를 뒷바라지하고 자식들을 키웠다. 그것이 어머니가 40년 가까이 한 일이다. 그 대가는 주방에서의 권력과 밖에서 듣는 ‘사모님’ 소리, 안정된 가정이다. 진영이는 이것 또한 어머니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 길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_129~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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