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독자가 고른 불멸의 고전'을 슬로건으로 내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의 고전문학 라인 '위픽 클래식'은 문학사적 권위보다 오늘의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품에 주목해 현대적인 번역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소장형 시리즈다. 첫 출간작으로 《인간 실격》, 《첫사랑》, 《날개》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위픽 클래식이 이번에는 《토니오 크뢰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독자와 만난다.
전집·선집 중심에서 벗어나 한 편의 단편을 한 권으로 구성해 완독의 즐거움과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위픽 클래식은 각 권에 이소호, 문보영, 김서해 작가의 에세이를 수록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상을 더했다. 위픽 클래식은 고전을 읽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며, 오늘의 독자와 함께 새로운 클래식의 목록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예술과 삶, 정신과 육체의 긴장을 끝까지 파고든 위대한 사유의 작가이자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이 '일종의 자화상'이며 "모두 그곳에 있다"고 밝힌 소설 《토니오 크뢰거》가 위픽 클래식으로 출간된다. 《토니오 크뢰거》는 예술가의 본질을 심미적이고 귀족적인 것이 아닌 인간적이고 평범한 것에 대한 사랑, 이른바 '시민적 사랑'에 둔다. 카프카의 오랜 벗이자 작가인 막스 브로트는 프란츠 카프카 역시 "크뢰거의 이야기를 사랑했고, 만의 글을 한 줄도 빠짐없이 경건하게 찾아 읽었다"고 회고했다.
<목차>
토니오 크뢰거
에세이_ 이소호
<책 속에서>
P. 12
사실 토니오는 한스 한젠을 사랑했고, 이로 인해 벌써 많은 일을 겪어야만 했다.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것이며 고통은 그의 몫이 된다는 이 단순하고 가혹한 가르침을, 열네 살 난 그의 영혼은 이미 삶에서 받아들였다.
P. 13~14
분수, 오래된 호두나무, 그의 바이올린, 그리고 저 먼 곳의 바다―방학이면 그 바다가 꾸는 여름의 꿈을 엿듣곤 하던 발트해―그는 이러한 것들을 사랑했고, 말하자면 이것들로 자기를 둘러싼 채 그 사이에서 내면의 삶을 일구었다. 시를 지을 때 그 이름만 넣어도 좋은 효과를 내는 것들이었고, 실제로 이 이름들은 토니오 크뢰거가 이따금 지어보는 시 안에서 거듭 울려 퍼졌다.
P. 18
그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서 한스에게 사랑받기를 아프도록 갈망했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사랑을 구했다. 느리고 간절하며 헌신적이고 괴로워지는 애수 어린 방식이었다. 그 애수는, 남들이 그의 낯선 겉모습을 보고 기대할 법한 그 어떤 격정보다도 더 깊이, 더 애태우며 타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
P. 42~43
토니오 크뢰거의 심장은 아프게 조여들었다. 놀이하듯 가볍고 우수 어린 놀라운 힘이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동시에, 자기가 동경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힘과 가까이할 수 없는 명랑한 모습으로 마주 서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은 몹시 아프다. 그러나 비록 외롭고, 밀려나고, 아무 희망도 없이 시름에 잠겨,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문 앞에 서서 마치 그 너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척하는 신세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행복했다.
P. 44
사랑받는 것은 허영심을 채워주는, 역겨움이 섞인 만족이다. 행복이란 사랑하는 것이며, 또 어쩌면 사랑하는 대상과 가까워지는 작고 기만적인 순간들을 낚아채는 것이다. 토니오는 이 생각을 마음속에 새겼고, 끝까지 생각해나갔으며, 밑바닥까지 느꼈다.
P. 52
그는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처럼 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일했다.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기고, 오직 창조하는 자로서만 여겨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며, 여느 때는, 분장을 지우고 연기할 것이 없는 한 아무것도 아닌 배우처럼, 잿빛으로 눈에 띄지 않게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P. 64~65
수천 명 틈에 섞여 있어도 자기 이마에 찍힌 표식이 느껴지고, 그것을 누구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기 때문에, 자의식이 불붙듯 달아오릅니다. 나는 천재적인 배우를 한 사람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병적으로 소심하고 줏대 없는 성정과 싸워야 했던 사람이지요. 지나치게 예민해진 자아와 감정에다 맡을 배역도, 연기할 과제도 없다는 사정이 겹쳐, 완벽한 예술가이자 빈곤해진 인간이던 그는 그러한 병적인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약간의 눈썰미만 있어도, 시민으로서의 직업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을 할 수밖에 없도록 정해지고 저주받은 사람을, 그러니까 진짜 예술가를 군중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격리되어 있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간파당하고 관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왕 같으면서 동시에 어쩔 줄 모르는 무언가가 함께 있지요.
P. 74
살아 있는 감정에 관해서라면 나는 그게 아니라니까요. 보세요, 글쟁이는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삶은 이미 말로 표현되어 '정리된' 뒤에도 여전히 살아가기를 그치지 않으며,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요.
P. 150
모든 예술가 기질과 모든 비범함과 모든 천재성 속에서 깊이 이중적인 것, 깊이 수상쩍은 것, 깊이 미덥지 않은 것을 보도록 만드는 게 바로 나의 시민적 양심이니까요. 그리고 소박한 것, 순박한 것, 유별날 것 없이 무던한 것, 천재적이지 않고 반듯한 것 앞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속절없이 마음이 무너지고 끌리게 만드는 것도 그 양심이고요.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고, 어느 쪽도 나의 집이 아니어서 그 탓에 살아가기가 조금 힘겹습니다.
<저자 소개>
토마스 만 (저자)
박은결 (옮긴이)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의 한독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빌둥》 《죽은 자가 말할 때》 《자유로운 이기주의자》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순간에, 날마다 용감해지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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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평생에 걸쳐 되물었던 단 하나의 질문
위픽 클래식은 위즈덤하우스의 고전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지금의 독자가 고른 불멸의 고전을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새롭게 읽습니다.
누군가의 청춘을 뒤흔든 문장,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도착한 이야기들.
한 문장으로 마음에 남고, 한 권으로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고전.
<서지 정보>
제목: 토니오 크뢰거
저자: 토마스 만
장르: 소설
쪽수: 192p
판형: 100*180mm
가격: 14,500원
발행일: 2026년 10월 28일
발행처: 위즈덤하우스
ISBN: 9791175911420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