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불효자의 불끄기 대작전」
무딘 아들의 속성 불효 탈출 어리광, 불효 에세이
엄마에 관한 기억을 되짚으며 이제 한번 따뜻해지려다 그만 조절하지 못하고 불타버린 불효 에세이!
평소의 불효로 모자라 불효를 박제하는 불표에세이까지 적어버린 진짜 활활 불효자!
두번째로 만든 mopo 작가의 책이다.
두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실 작가와 출판사는 만난 적이 없다.
우연히 북페어에서 작가의 글을 읽고 DM으로 출간을 요청해서 첫번째 책이 나왔다.
그리고 두번째 책도 온라인으로 연락하며 만들어졌다.
두번째 책 가제본을 가지고 김해로 내려가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출판사와 작가로 만남을 가진 거다. mopo 작가도 북토크 날 자신의 두번째 책을 처음으로 만났다.
매력은 조합의 영역이다.
색감의 조합으로 그림이 탄생하고 음표의 조합으로 음악이 만들어진다.
그 조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매력이 커지고 작아진다. 너무 조화로워서 생기는 정갈한 매력이 있고,
반대로 어색함에서 오는 생경한 매력이 있다.
mopo 작가의 매력은 형식과 내용의 어색한 조합에서 온다.
연애라는 가벼운 주제를 논문 쓰듯이 구성한 책
#연애는다음생에 는 진지한 얼굴로 피식하게 된다.
엄마라는 신파적인 소재를 가지고 퉁명스럽게 유머를 던지는 책
#불효자의불끄기대작전 은 무표정한 얼굴로 피식하게 된다.
<책 속으로>
저녁을 먹지 않고 늦게 들어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이미 저녁을 먹은 후 한숨 자고 있었다고 하신다.
뭘 좀 사 갈지 물으니 배를 깎아 드시고 있다는 답을 하셨다.
방금 자고 있다고 하시면서 동시에 배를 먹고 있다는 혼란 스러운 이야기.
무슨 소리냐 되물으니 저녁을 좀 많이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방금 자다가,
목이 말라 잠을 깨서 지금 배를 깎아 드신단다.
배가 불러서 배를 깎아 먹는 엄청난 펀치 라인.
엄마의 클래스에 다시 한번 리스펙했다.
역시 나를 낳은 우리 엄마가 맞다.
그러면서 너 뭐 먹을걸 사올 거라면 순대를 사오라고 콕 집어 말씀하셔서 분식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9
하루는 집에 와서 입이 심심하던 차에 과자 한 봉지가 눈에 보였다.
부드러운 고구마 맛 과자 큰 봉지라서 좀 부담스러웠으나 그냥 맛만 보고 다시 묶어두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뜯고 한입 두입 먹다가 TV 드라마를 보고 있던 엄마에게 먹으라고 권했더니 처음엔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셨지만, 우리 엄마가 아닌가.
이내 슬쩍 드시기 시작하셨고 나는 몇 조각만 먹은 후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엄마가 역정을 내신다.
입안이 다 헐었다고. 그새 그 큰 봉지를 다 드셨다. 지퍼가 없어서 닫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 덧붙이시며. 11
집에 갔더니 엄마는 웬일로 피자와 치킨을 사 오셨다.
별로 배고프지 않아서 몇 조각씩만 먹다가 옆에 옥수수 샐러드가 있어서 뜯어 먹으려니 엄마는 내게 '옥수수 묵지 마라. 그거 살 잘 찐다더라.' 라고 말리셨다. 피자와 치킨을 먹는 내가 옥수수 먹고 더 살찔까 봐 걱정하신다.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27
몇 번을 불러도 돌아누워 잠자던 엄마는 TV에 임영웅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자 벌떡 일어나셨다. 30
어느 날 문득 어머니가 신세 한탄을 하셨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돌로 태어나고 싶다.’
왜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시단다.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고.
부자가 되어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있지 않냐? 고 되물어도
그냥 인간의 삶 자체가 싫으신 건지 ‘그냥 아무것도 아니고 싶다’라고 하신다.
그래도 꼭 다시 태어나긴 태어나신다고 한다. 그냥 돌로.
그럼 나는 엄마돌이 어디 험하게 구르지 않도록 밑에 깔리는 흙으로 태어나야겠다. 113
<서지 정보>
제목: 불표자의 불끄기 대작전
지은이: mopo
SNS: instagram @100mopo
디자인: 이태원댄싱머신
펴낸곳: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ISBN: 979-11-93333-00-6
판형: 113 * 188 * 6.6 mm
쪽수: 134쪽
내지: 미색모조 80g
표지: 반누보 227g (코팅안함)
정가: 8,700원
불효자의 불끄기 대작전 / mo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