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촉 - 박주택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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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드러난 외관과 숨겨진 내면이 은밀하게 감촉하는 과정

 

박주택 시인의 시선집『감촉』.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현대시작품상, 이형기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선집에는 25년 동안 집필해 온 저자의 대표 시 45편과 함께 신작 시 53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시적 운명에 처해 있는 삶의 고통과 환멸을 증언하고 견뎌가는 힘에서 발원하고 완성된 저자의 시에는 소멸의 시간 속에 깃들이는 존재론적 고통과 환멸이 깊이 새겨져있다. 이처럼 저자의 시에 드러난 외관과 묻힌 내면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얼음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미래라는 종교’, ‘구렁이 우는 집’, ‘아침나무 그림자가 나의 오른손 부위를 지날 무렵’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물의 생애

 

산벚꽃 피는 날 맑는 날

천지간 푸르러 물소리 환한 날

 

운명은 우리에게 베푼 것을 끝내

자신의 힘으로 돌리고

스스로 일생을 이끄는 자들의 눈에 질투를 보탠다

 

더듬더듬 산벚꽃 읽는 날

저수지의 물들이 하늘을 점령한 뒤

구름의 그림자를 환히 세상에 되비치는 날

 

잘못이 남의 탓인 듯 운명이 또한 남의 탓인 듯

저 환한 봄날에 숨어 기억의 나로부터 도망친

숨은 기록과 자취를 남기는 생애가 환한 꽃을 받들어

 

낮은 귀로 물소리를 듣는 날

운명이 나를 불러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날

 

 

 

 

<작가정보>

박주택

 

저자 박주택은 1959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했으며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에서』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시간의 동공』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시론집 『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 정서의 복원』과 평론집 『반성과 성찰』 『붉은 시간의 영혼』 등을 펴냈으며 현대시작품상, 이형기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판사 서평>

 

소월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형기문학상 수상 시인

박주택의 대표 시 45편, 신작 시 53편 수록

 

매일 소멸하는 시간들

그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고통과 환멸

아픔을 느끼는 육체와 언어가 ‘감촉’하는 박주택 시선집

 

너는 어디로 가서 밤이 되었느냐 너는 어디로 가서

들판이 되었느냐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희미한

이를 닦으며 귀에 익은 노래를 듣는다

- 「하루에게」

 

박주택 시인의 대표시와 2011년 신작 시를 실은 『감촉』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소월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형기문학상을 수상한 박주택의 이번 시선집에는 25년 동안 집필해 온 자신의 대표 시 45편과 함께 신작 시 53편을 수록하였다.

시인은 오랫동안 “인간 삶의 구체적이고도 아픈 기억과 상처와 적막의 접점을 찾아 나서며” 이 고통을 견디고 있는 “선연한 육체”에 “언어”를 부여했다. 이번 시선집을 통해 시인의 “드러난 외관”과 “숨겨진 내면”이 은밀하게 ‘감촉’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한시적 운명에 처한 삶, 사라져가는 존재의 슬픔을 위해 육체와 언어가 목소리를 내다

 

삶은 시간이 흐르는 순간에 존재했다가 시간이 흘러가면 어김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때 여기에 머무르지 못하고 흘러간 존재는 슬픔으로 기억에 남는다. 시인은 사라져가는 시간과 존재의 공간이 슬픔으로 남겨지는 그 지점을 시로 노래한다. 시인에게 ‘시’는 “한시적 운명에 처해 있는 삶의 고통과 환멸을 증언하고 견뎌가는 힘”으로 만들어진다. 시인은 “순간으로서의 시간과 그 시간이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결과”에 인간의 육체와 언어를 부여한다. 즉, 육체와 언어가 내는 목소리, 그의 시에는 ‘마음의 뼈’와 ‘시간의 척추’가 노래하는 것이다.

 

박주택 시인에게 ‘시’는, 한시적 운명에 처해 있는 삶의 고통과 환멸을 증언하고 견뎌가는 힘에서 발원하고 완성된다. 그것은 ‘고통의 미메시스(아도르노)’라 불릴 만한 것이고, 그는 그때그때 찾아오는 그러한 구체적 고통과 환멸을 아름다운 미적 형식으로 일관되게 조직한다. 언젠가 그는 “자신을 깎고 깎아 만든 마음의 뼈로 시간의 척추로 삼아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온갖 내면의 소리에 긴 그림자를 지상에 흩뿌려라!”(산문 「고통과 불멸」)라고 말했는데, 그 점에서 그의 ‘시’는 내면에서 일고 무너지는 고통과 환멸의 목소리를 담은 ‘마음의 뼈’요, ‘시간의 척추’라 할 것이다.

-유성호, 「소멸의 시간, 존재론적 고통과 환멸」, p.143

 

“슬픔을 증언하고 고백해 주는 감각적 내면의 시간”들은 시인의 시에 뼈와 척추가 된다. 즉, 하나의 시를 완성하기 위한 장작이 되는 셈이다. ‘영원성’이라는 말은, “시간의 흐름 자체를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상상”이자 ‘부정’ 그 자체가 된다. 하지만 고요히 웅크리고 있는 흘러간 시간에 육체와 언어를 부여하여 그것이 하나의 환상으로 만들어질 때 ‘시’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시인은 “존재의 필연적 소멸”을 바라며 동시에 시로 구현한 “상상적 불멸”을 동시에 꿈꾸는, “불멸과 소멸에 대한 이중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익명의 도회인들로 범람하는 강남역

매 순간 도시를 밟고 지나가는 현대인들의 실사를 담고 있는 언어들

 

시인의 작품들은 ‘한시성’에 대한 인간의 슬픔을 담고 있다. 만물은 매 순간 존재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우울’의 정서를 켜켜이 쌓는다. 그 슬픔의 정수를 겨냥하는 것, 그것이 시인이 25년간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도시는 하루에도 수백만 번 증발한다. 수많은 도회인들로 존재하는 곳이 바로 도시라면 그 도회인들이 모두 사라지는 곳 역시 도시인 것이다. 셀 수 없는 만남과 이별, 응집과 증발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이미 떠나간 시간들은 이 도시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시간이 떠나갔다는 명백한 슬픔은 도시를 누른다. 시인은 도시, 이 지점에서 애환을 발견한다.

 

오늘도 수많은 것들이 모여 다른 길로 흘러가게 하였다

구두는 위기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꿈은 깊은 물을 택하였다

잠에서 몸은 점점 커져 문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방을 몸으로 가득 채웠다, 기억의 박물관인 저 책

위기의 기관으로 뻗은 저 길 저녁이면 불빛들이 모여

겁먹은 눈동자를 삼키고 점점 몸이 불어난 사람들은

건물보다 더 높이에서 살갗을 터트리며 날아오르는 새들을 본다

-「강남역 사거리」, p.70

 

도시 속에서의 시간들은 깜빡이는 가로등처럼 떠 있다 사라진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가를 가늠”하면서(「그때 우리는 네거리에 있었다」) 그 바람대로 흘러 내려간다. ‘바람’은 시인이 필연적으로 놓쳐야 하며 동시에 시에서 구현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도시는 ‘우울’의 정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현대인의 도시는 “마멸되어 가는 인간 운명의 보편적 존재”의 상징이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흘러간 도시는 “기억의 박물관”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생의 궁극에 가닿으려는 감정들의 치열한 분출, 탄생하고 소멸하는 것들의 영원성

 

사라진 것들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죽은 뒤 구릉과 구름”(「저 天宮」)을 남기듯 허공에 자신이 걸어 나간 길을 그려놓으며 존재를 알린다. 시인은 그 흔적들 위에 언어를 입힌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시간’의 개념과 치열하게 싸우며 작품을 통해 자기를 관통한 ‘시간’들이 존재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5년간 시인 박주택이 부른 시들은 생의 ‘궁극’으로 도달하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모든 생들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자, 계속 반복되는 순환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에게 소멸은 운명이다. 탄생과 함께 소멸은 반드시 그 뒤를 따른다. 소멸하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다시 탄생하고야 마는 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박주택의 시들은 그 순환의 보고서이다. 시의 깊숙한 곳에 각인된 애잔함, 그리고 동시에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그의 시들을 통해 우리는 생의 궁극이 저기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어디서 불어오는가,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이것들은 사람들의 들끓는 입에서 뿜어져 나와

미친 듯이 몰려다닌다, 지하 계단에서 혹은 신호등 아래에서

종횡으로 몰아쳐 마침내 나무의 등골을 휘어놓고는

제 힘에 겨워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시커멓게 매연이 더께진

잔설이 뿜는 숨찬 빛에 들끓는 비밀을 만드는데

누가 바람이라고 불렀는가

죽은 자의 넋이 보태져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것들은

모두 지상의 것이다, 그러니 말 많은 추억이 전세를

노래하더라도 노여워 말지니

굶주린 짐승들의 장소인 공터에 떠 있는 구름처럼

누가 바람을 저 하늘빛에 들어올릴 것인가

전세에서 현세까지 몰아와

모조리 쓰러뜨리는 저 바람을 꽃으로 옮겨 심으며

누가 착한 호흡을 뿌리에 보탤 것인가

무량하게 그러나 사람들 낱낱의 속에서

탄생한 수억의 바람들은 저희들끼리도

싸우며 석양에 물든다.

-「저 석양」,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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