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쩌다 마당 일기>는 계절과 땅과 생명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조금 거창해 보이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내 마음’이 아니라 토마토, 고양이, 새들, 꽃들이다.
리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주인공이다.
또 날씨, 이웃, 하늘…… 이 책에서 나는 오히려 외부자에 가깝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본 현관문 밖의 세상.
그러나 저 넓은 바깥 세상이 아니라 마당이라는 이름의 세상 혹은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 곳에선 나도 지렁이나 개구리나 참새와 마찬가지의 존재감을 형성한다.
더 대단하지도, 잘나지도 않은 인간 한 마리일 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겨울을 이겨낸 모든 것들에 감사해”
<어쩌다 마당 일기>는 수달씨 작가의 두번째 독립출판 에세이집입니다.
4년 전 우연히 60살이 넘은 오래된 시골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뒤,
열 번이 넘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였습니다.
너른 마당이 있는 낡은 시골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작가는
세월을 품고 버텨온 집이 품은 이야기들, 날씨와 계절이 들려주는 것들, 마당이라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갖가지 생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으로 엮었습니다.
작가의 전작 <오늘의 밥값>이 ‘마음’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변화를 그렸다면,
이번 책 <어쩌다 마당 일기>에서는 그 시선을 조금 더 외부로 돌려
변화무쌍한 날씨와 환경과 계절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꿋꿋이 살아가는 것들을 예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골이든 도시든 어딘가에서 각자의 마당을 일구며 열심히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수달씨 작가의 두 번째 책도 응원해 주세요. 함께 웃고 따스해질 독자님들을 기다립니다.
수달씨
쓰고, 그리고, 만들며 삽니다. 시골집에서 마당을 가꿉니다.
서툴게 조금씩 나아가는 중입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디자인스튜디오 수달웍스, 독립출판을 지원하는 출판사 수달북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sudalcine (https://www.instagram.com/sudalcine)
들어가며 ・ 08
봄의 마당
3월의 마당 ・ 18
봄 앓이 ・ 22
백수 농부는 마음만 바쁘다 ・ 24
문 하나만 열면 ・ 26
땅이 효자라는데 ・ 29
살아 있다 ・ 37
겨울을 이겨낸 모든 것들에
감사해 ・ 42
봄의 한가운데 서 있다 ・ 46
수달툰 / 예초기는 사랑 ・ 49
구옥의 계절은 다르게 흐른다 ・ 50
토마토 농사가 좋다 ・ 54
국화밭 에서는 장미도 잡초여 ・ 59
누가 우리 마당에 불 껐어? ・ 63
농사는 고갱이가 아니었어 ・ 66
여름 마당
접시꽃 당신이 어땠길래 ・ 76
질 때마저 예쁠 필요는 없잖아 ・ 81
너희는 오늘도 바쁘구나 ・ 84
나의 마당이 가득 찼다 ・ 87
경계와 예의 사이 ・ 90
여름 개구리의 슬픈 전설 ・ 94
장마가 왔다 ・ 98
아기새가 떠났다 ・ 100
긴 비가 그치고 ・ 104
봄날의 당근을 좋아하세요? ・ 107
가을 마당
절기는 무섭도록 정확하다 ・ 116
하늘은 높고 풀은 살찌는 계절 ・ 118
잡초 더미 속에서도 꽃들은 핀다 ・ 123
수달툰 / 왜 옷에서 씨앗이 나올까? ・ 130
수달툰 / 편의점 심부름 ・ 132
그 정도 거래는 괜찮잖아? ・ 134
수달툰 / 고양이 급식소 ・ 138
이 집에서 나는 힘이 세다 ・ 140
겨울 마당
추위가 찾아왔다 ・ 148
수달툰 / 시골집의 겨울 나기 ・ 153
수달툰 / 난방 어벤져스 ・ 156
새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 ・ 159
마당 명상 ・ 168
봄을 기다리며 ・ 170
나오며 ・ 176
# 당연한 것은 없다. 겨울을 이겨낸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꽃에게도, 나무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 먹고살기는 팍팍하고 매일 조금쯤 우울해도 이 시골집을 생각하면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모든 계절이 선물과도 같아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 식물들의 이런 변화는 나 같은 초보 식물러에겐 고마운 신호다. 덕분에 무거운 허리를 일으켜 물 한번 더 주러 나가고, 꽃이 활짝 피어있는 동안 사진 한 번이라도 더 찍어 기록한다. 가만히 있지 않는 너희 덕에 나도 조금 더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다.
# 변화가 느린 친구들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내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미세한 신호를 읽을 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더.
살아있다는 신호. 어떤 친구들은 그 신호가 크고 어떤 친구들은 아주 작지만 모두가 매일 미세하게 흔들리며 달라진다. ‘제행무상’이 여기 있었다.
#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바깥과 통하는 집에서의 생활. 계절을 눈과 귀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확인한다. 나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감성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시골살이. 나는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처럼 모든 감각이 새롭고 하루하루가 놀랍다.
# 드물게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봄 밤, 마당 한가운데 서면 머리 위로 북두칠성이 커다랗게 펼쳐지는 시골집. 그런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큰 우주를 가진 사람인 마냥 벅차다. 가진 것이 없고 먹고살기는 팍팍하고 매일 조금쯤 우울해도 이 시골집을 생각하면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모든 계절이 선물과도 같아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 풀들은 다시 잠잠해지고 새들도 다시 노래하잖아. 그저 기다리면 얻어지는 것. 얼마나 고마워. 그러니까, 어제 울었더라도 오늘 웃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 남의 것을 따라 할 필요도, 가득 채우려 욕심낼 필요도 없다. 누구의 것도 아닌 가장 나다운 내 앞마당. 그것이면 족하다.
# ‘그동안 그렇게 예쁘게 피어 있으려고 노력했는데, 질 때마저 예쁠 필요는 없잖아. 이 모습도 꽃이고 저 모습도 꽃인 거야. 나도 그런 걸. 이제 좀 쉬어.’
어쩌면 내 모습 같아서, 조용히, 오랫동안 말해주었다.
#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 씨의 식당이 드디어 손님으로 가득 찬 날, 그녀는 수영장 물 한가운데에 떠서 이웃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카모메 식당이 드디어 손님으로 꽉 찼어요.”
나는 이 순간 그녀처럼 마당 한가운데 서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박수를 받고 싶다. 땀으로 일구고 가꾸고 살아낸 나 자신에게 갈채를.
#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나는 작지만 이 집에서 나는 너그럽고 힘이 세다.
# 그러니 새들아, 얼마든지 와주렴. 시끄럽게 떠들고, 사랑하고, 밥도 훔쳐먹고, 실컷 노래하며 놀아라. 마당은 언제나 열려있단다.
어쩌다 마당 일기 / 수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