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 – 가족의 시간을 그리다》는 이런 책입니다!
오래된 가족 앨범을 꺼내 보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장서윤 작가는 그때 그 시절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앨범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을 글과 그림에 담았습니다.
이 책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게 해 주는 나의 가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목수책방 에세이 시리즈 [그리는] 사람의 두 번째 책입니다.
어느 날, 먼지 쌓인 가족 앨범을 펼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달랐던 장씨 남자와 이씨 여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만나
다음 해 두 번째 달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989년, 그렇게 또 하나의 평범한 가족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곧 장씨와 이씨에게는 ‘곱슬머리 장’, ‘고슴도치 장’, ‘티라노 장’ 이렇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 생겼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장씨와 이씨의 세 아이들은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젊은 시절
장씨와 이씨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소란했던 장씨네 집은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둘째 딸 ‘고슴도치 장’은 어느 날 우연히 먼지 쌓인 가족 앨범에서
‘우리 가족 네 식구’라는 엄마의 메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네 식구이던 시절, 부모 역할은 처음이지만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꾹꾹 눌러쓴 손글씨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어느새 사진 속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버린 둘째 딸은 열 권도 넘는 앨범에 쌓이고 또 쌓인 ‘가족의 시간’을 천천히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장씨가 찍고 이씨가 정리한 사진을 한 장 한 장 꺼내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낯설고 아득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다른 가족들의 그 시절 그 마음을 상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이도 같이 먹고, 같이 돌아다녔구나.
어떤 날은 참 특별했고, 어떤 날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게 즐거웠으며,
어떤 날은 참 가혹했고, 또 어떤 날은 사무치게 슬펐구나.
소소한 순간이 모여 나의 오늘, 우리의 지금이 되었구나.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의 ‘가족’ 이야기
이 책은 “넌, 참 유별났어”라는 소리를 듣곤 했던 그림 그리는 둘째 딸이 연필 끝으로 다시 기록한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서툴렀지만 희망으로 가득했던 젊은 장씨와 이씨의 결혼사진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새롭게 자신의 가족을 만든 막내 ‘티라노 장’의 결혼식 가족사진으로 끝이 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오늘을 만들었고 나의 오늘을 따뜻하게 안아 줄 내 가족의 시간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둘째 딸은 동생과 서먹해지고 ‘막내’라는 이름의 가족이 된 강아지가 아픈 시점에
가족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오늘의 행복이 위협받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가족사진을 앞에 두고 연필을 들었습니다.
장씨와 이씨에게 기쁨보다 수없이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을지도 모르는
둘째 딸 ‘고슴도치 장’은 희망으로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 젊은 장씨와 이씨의 선택이,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것이 변했어도 장씨와 이씨가 만든 가족의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며,
우리는 또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서>
여자가 평소에도 소식한다고 오해한 남자와 남자에게 못 먹는 음식이라고 말도 못한 여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처음 만나 다음 해 두 번째 달에 결혼했습니다.
그때는 뭐가 그리도 ‘젠틀’해 보였는지 속아서 결혼했다고 말하는 이씨는 단골 해장국집이 생길 만큼
입맛이 변했고, 속았다는 말에도 가만히 듣고만 있는 장씨는 집에 오는 길에 크림빵을 잔뜩 사 들고 올 정도로 눈치가 생겼습니다.
연예인 아빠들이 나오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쌍둥이가 고정으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언니가 방송을 보며 동생들은 양쪽에서 아빠 손을 잡고,
늘 첫째가 동생의 손을 잡고 다닌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싶었는데,
언니는 많은 날들을 양보했던 기억 때문에 그렇게 세쌍둥이를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라면 먹을 사람!” 라면을 끓이면 이렇게 외치는 게 당연했고,
중국음식을 주문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까지 한 상 가득 주문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뿔뿔이 흩어진 꼬마 장씨들 때문에 이제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막내는 열다섯 살이 되고 치매가 생겼는지 부쩍 여기저기 소변을 보고 다닙니다.
“막내야!” 외칠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바닥 청소랑 이불 빨래 생각을 하면 골치 아프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이 짜증을 이겨,
괜스레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쓰다듬게 됩니다.
우리 가족이 여섯 식구이기 전, 빳빳하고 무시무시한 크기의 앨범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채워 넣으며
‘우리 가족 네 식구’라고 손글씨로 적어 놓은 엄마의 흔적을 마주했을 때부터였다.
동생과 서먹해지고 강아지가 아픈 이 시점에 굳이 그 앨범 속 사진을 그림으로 남기고 글을 쓴 이유는
그날의 바람만큼 씩씩하지도 밝지도 않은,
기쁨보다도 수없이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을 고슴도치 장이 증명하고 싶었다.
희망으로 가득하던 그때의 젊은 장씨와 이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저자 소개>
장서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만화방 사장이 꿈이었습니다.
토요일 4교시 수업이 끝나면 엄마, 언니, 동생과 함께 아파트 상가 1층에 있는 만화방에 들러
만화를 골라 검정 비닐에 담고, 다른 한 손에는 ‘쭈쭈바’를 들고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만화책을 늘어놓고 주말 내내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만화방 사장이 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림을 전공하고 만화가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많이 상상하고 가끔 행동에 옮기는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밑도 끝도 없는 공상을 하며 보냅니다.
거의 영양가 없는 상상이지만, 간혹 그럴듯한 것들이 끼어 있어 상상이 실현될 때가 있습니다.
매일 한 시간 운동하기, 브런치에 그림과 글 연재하기, 책 쓰기, 그림 전시하기.
이 네 가지가 지금까지 내가 상상하고 실현시켰던 일 중 내세울 만한 일 같습니다.
2016년에 《감정동 사람들》이라는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 / 장서윤 / 목수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