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실제 버스 기사님들과 승객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탄생한 본격 버스 소설.
대학을 졸업한 후 노량진 고시원에 들어가 남들처럼 공무원 준비를 하다 서른 살이 되자 모든 걸 다 접고 버스 기사가 된 스피아(예비 운행 사원). 버스 기사가 된 지 6년 만에 드디어 근무 환경 좋고 연봉 높은 서울 버스 기사가 되었다. 사고만 치지 말고 조용히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 기사들이 어째 심상치 않다. 난생처음 만난 여자 기사 핑크백, 사명감 같은 건 모르겠고 그냥 운전이 좋다는 자판기, 무슨 비밀이 있는지 꼭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다니는 마스크, 70세가 넘었는데 아직도 일하고 있는 촉탁, 학교 선생님 하다 때려치우고 버스 기사가 된 정선생,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보는 사람마다 시비를 거는 라이방, 왕년에 종로에서 잘나가는 사장님이었지만 IMF 때 쫄딱 망하고 버스 기사가 된 유기사까지. 동료들도 적응 못 하겠는데 승객들은 더 어마어마하다. 스피아의 버스에 타는 사람마다 스피아를 가만두질 않는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사고였는데 입사 이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남들처럼’ 서울 사는 직장인 되기,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서울시에서 주최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2019년 혁신형 사업’에 선정된 ‘대중교통 노선변화로 보는 서울시 역사문화 복합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버스 노선인 제일여객자동차(주)의 720번 버스를 가장 첫 번째 기록 대상으로 선정하여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진행했다. 버스 기사님들과 실제 승객들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담아낸 책이다.
<작가정보>
최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감독이 되려 했다. 해보니 별로였다. 앞으로 어쩌지 생각했다. 프랑스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칸 영화제를 보고 왔다. 그 후 작가가 되었다. 일단 여기까지 살았다. 30대 여자 네 명이서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진짜 할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퇴사하게 된 백수를 위한 가이드북》을 함께 썼고, 실제 버스기사님들과 승객들을 심층 인터뷰 하여 소설 《나는 버스를 탄다》를 썼다.
<작가의 말>
‘역사’는 ‘나도 옛날에 그랬는데’와 ‘나도 지금 그런데’와 ‘나도 나중에 그럴까’의 그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역사를 여기, 작은 책에 담아 당신에게 보낸다.
-최승희-
<목차>
프롤로그 013
1부 스피아 입사하다 025
* 121번 026
* 한 번만 설명한다 029
* 어이 자판기 형님 035
* 이곳은 온통 남자다 042
* 퇴직은 멋진 말이다 055
* 야 담배 있냐? 060
2부 지도 기사를 만나다 067
* 나는 버스를 탄다 068
* 720번은 되게 오래된 노선이야 071
* 버스 기사는 마지막 직업이다 093
* 사고 냈다며? 103
* 우리 아빠도 버스 기사가 될 뻔했다 109
* 나도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 117
3부 버스는 혼자 운전한다 121
* 나는 남의 버스를 탄다 122
* 버스에도 단골이 있다 124
* 버스는 아무나 탄다 132
* 나는 나쁜 기사다 143
* 기사도 짝이 있다 150
* 버스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159
* 버스 기사는 앞만 본다 170
4부 버스가 멈추는 순간 173
* 나는 내가 버스를 탄다고 생각했다 174
* 결국 사고가 났다 180
* 마지막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89
* 버스 기사 할 만해? 198
* 혼자 뭐 해? 203
*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206
* 버스는 어디에나 있다 212
5부 버스 기사가 평생의 꿈이었다 223
* 122번 224
* 버스는 남자들의 세계다 230
* 나는 처음으로 버스를 탄다 237
* 돈통을 달았다 248
* 나는 버스 기사다 259
* 나는 스피아다 264
작가의 말 274
특별 부록: 버스 기사님들의 실제 인터뷰 277
<책 속으로>
사람은 늘 이동한다. 어딘가를 가야 하고 갔으면 돌아와야 한다. 나는 그들을 위한 일을 한다. 그들을 위해 내 직업이 존재한다.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하는, 가야 하는 사람이 없으면 나는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버스 기사는 철학적 질문을 안고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것을 철학으로 여기는 사람이 없어 언제나 고요하게 존재한다.
-「2부: 지도 기사를 만나다」 중에서-
버스를 타는 승객들 입장에선 매일 같은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매일 같은 건 그 시간에 버스를 타는 승객뿐이다. 고정 기사는 자기 버스를 몰기 때문에 기사가 바뀌면 버스도 바뀐다. 차도 바뀌고 기사도 바뀌고 승객만 그대로인데 승객은 모른다. 버스가 늘 똑같다고 착각한다.
아니다. 승객들은 버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2부: 지도 기사를 만나다」 중에서-
“이쪽에 동대문 체육관이라고 있거든. 예전엔 이름이 김일 체육관이었어. 김일, 알지? 박치기하는 사람. 그 사람 이름이었는데 동대문 체육관으로 바뀐 거야. 옛날엔 그 사람 진짜 어마어마했어. 동네 사람들 다 모여서 경기 보고 그랬으니까. 다 추억이야.”
“저도 그런 장면 TV에서 본 것 같습니다.”
“시간 지나서 이제 스피아가 지금 나 앉아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말이야, 우리 후배님도 지금 재밌게 하는 것들 있잖아, 다 추억이라고 말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재밌을 때 실컷 재밌으라고. 나중에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은 모든 게 다 그대로일 것 같아도 조금만 지나 보면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어. 나 자신도 계속 바뀌는데, 뭐.”
-「2부: 지도 기사를 만나다」 중에서-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버스 기사라는 직업은 유독 왕년에 잘나갔던 사람들이 많다. 누구는 번듯한 회사원이었고 누구는 번듯한 사장님이었다. 그렇게 번듯했던 사람들이 무참하게 실패한 후 갈 곳이 없어 이곳으로 온다. 그나마 운전을 할 줄 알아서 버스 기사가 된다. 다들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비참한 일이 아니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다들 이대로는 끝낼 수 없는 인생이라서, 뭐라도 어떻게든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서 운전대를 잡는다. 감사한 마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넥타이를 맨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렇게 했고 이젠 내가 그렇게 됐다.
-「2부: 지도 기사를 만나다」 중에서-
“운전하다 보면 딱 보여. 사고 치려고 들어오는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거든. 여기 기사들은 다들 착해서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푸념하고 그냥 털어버리는데, 사실은 안 그래. 사람 사는 건 다 달라. 동네마다 딱 보면 사는 수준이 다르잖아. 그러니까 손님들 하는 행동도 확실히 다르다고. 어디 동네 가면 구질구질해. 백 원, 이백 원 꼭 빼먹고 내. 심하면 양아치처럼 아예 돈도 안 내려고 그래. 살다 보면 별사람 다 만나.”
“좋은 사람도 있습니까?”
“다 만난다니까.”
“근데 저는 왜 이런 분들만 만나는 겁니까?”
“너, 버스 기사 몇 년 했는데?”
“6년 했습니다.”
“나는 이제 24년이야. 더 살아봐. 그럼 골고루 만나.”
-「3부: 버스는 혼자 운전한다」 중에서-
나는 길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버스를 타고 매일 지나다녔던 것은 아스팔트와 신호등과 자동차가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진짜로 내가 지나다녀야 했던 것은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과 신호등을 쳐다보는 사람들과 자동차 안에서 핸들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번져 나오는 기억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5부: 버스 기사가 평생의 꿈이었다」 중에서-
나는 늘 무언가 하나가 끝나면 다른 곳으로 멀리 떠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갈 때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갈 때도. 언제나 더 멀리 있는 곳을 선택했다. 나는 머물러 있는 것이 싫었고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을 떠나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버린 나는, 도대체 얼마나 큰 걸까.
-「5부: 버스 기사가 평생의 꿈이었다」 중에서-
저는 버스 기사가 꿈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계속 버스 기사를 하는 게 꿈입니다.
-「5부 버스 기사가 평생의 꿈이었다」 중에서-
<서지 정보>
쪽수: 320p
판형: 130*182mm
가격: 15,000원
발행일: 2020년 1월 10일
발행처: 뭉클스토리
ISBN: 9791188969210
나는 버스를 탄다 / 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