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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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동화적인 상상력의 언어로 차갑고 얼어붙은 현실과 마주하다!

 

문명화된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시인의 동화적 세계관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자신의 삶 주변에서 동화를 재발견하여 한 편의 '시'로 완성하는 시인의 작품이 펼쳐진다. 문명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인은, 자연의 힘을 빌려서 차갑게 현실의 구조를 장악한 문명의 권력에 맞선다. 자신만의 시점과 어법으로 부드러운 통합적 대화론을 개척해온 시인의 작은 혁명이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야생적 사냥의 시대와 문명에 길들여진 고양이 안쓰러운 틈을 응시하는 시인의 「고양이」를 비롯해서 시인은 문명 비판적 사고에 대한 대답을 늘 준비하고 있다. '고양이의 철학', '소금쟁이 학교', '염소 학교', '산비둘기 학교' 등을 통해 잘못된 문명의 우둔함과 문명적인 삶의 기계론적 단순성을 비판한다. 또한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을 통해서 자연의 생물들에게 접근한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지나치게 인간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보호'라는 문명의 표어에 진지한 성찰을 던진다. 이 성찰은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연에 행사하는 폭력을 담아낸 「반달곰이 사는 법」을 통해 드러난다. 시인은 문명의 진정한 진화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 때 이뤄질 수 있다고 전한다. 이 시집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던 문명적 삶을 반정하고 자연 세계에 시선을 돌려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전한다.

 

 

 

 

 

<작가정보>

 

송찬호

시인 송찬호는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이 있으며, 2000년 동서문학상과 같은 해 김수영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두었다 이것으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 대가리 눈 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장군의 수염을 그리거나 부유한 앵무새의 혓바닥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공원묘지의 일을 얻어 비명을 읽어주거나 가끔씩 때늦은 후회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하여 볕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나는 눈썹 까만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면서, 해바라기 그 황금 원반에 새겨진 파카니 크리스탈이니 하는 빛나는 만년필 시대의 이름들을 추억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을 돌이켜본다-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면의 밤을 밝힌다-이런 수사는 모두 고통스런 지난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혼자 뒹굴어 다니는 이 잊혀진 필기구를 보면서 가끔은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이다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 _ 『만년필』 전문

 

딱! 콩꼬투리에서 튀겨 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겨 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 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고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 말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내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 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 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 한 가슴만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_『가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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