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대인들의 내면을 여행하고 치유하는 글을 써온 이 책의 저자, 이승욱 정신분석가가 ‘따뜻한 응시, 일관적인 수유, 언제나 품어주기!’라는 세 가지가 생의 최초 3년, 인간의 마음의 원형이 형성되는 이 최초의 시간에, 아이의 건강한 정신세계를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육아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응시할 때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표정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한다. 즉, 2인칭인 부모의 응시에 의해 아이 자아의 기초가 형성된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밑거름인 건강한 자아상을 만들어주는 건 이처럼 사소하고 일상적인 부모의 행위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정보>
이승욱
저자 이승욱은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했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전문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심리치료실장으로 일했다. 귀국 후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자작업장학교의 교감직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경복궁 옆 서촌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공공재로 사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도록 기여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영유아 시기, 부모의 양육 방식과 그로 인한 경험이 건강한 자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저술, 강연, 팟캐스트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소년≫, ≪대한민국 부모≫(공저), ≪상처 떠나보내기≫,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포기하는 용기≫, ≪애완의 시대≫(공저)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한 성인 남녀의 임신과 출산을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당연시해야 할 과정이 있다. “아이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또는 “나는 아이일 때 어떠한 경험을 했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린 시절의 경험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기억은 훗날 20년, 30년이 지나 자신이 부모가 되고 주 양육자로서 한 아이를 키우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건강이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몸의 기능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_ 본문 21~22쪽
아이에게 바로 전달될 수 있는 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엄마의 목소리다. 엄마의 목소리, 노래, 책 읽어주는 소리 들은 엄마의 척추를 통해 내부로 전달된다. 엄마의 목소리는 그 어떤 다른 소리보다 비교적 정확한 음파와 음량으로 아이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엄마는 태아에게 가장 중요한 가수이자 연주자다.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 목소리, 노랫소리 들은 아이와 한 몸에서 울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천 일의 눈맞춤’ 이전에, 이미 엄마와 아이는 같은 몸으로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같은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 그러므로 산모의 안전감에 기초한 심리적 안정은 태아에게 엄마라는 안전한 기지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그 안에서 태아는 안정감 있게 성장하여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_ 본문 41~42쪽
아이의 건강한 발달 과정에서 좌절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좌절에 어떻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가, 얼마나 정확하게 아이의 요구에 응답하는가, 하는 부모의 반응 패턴이 아이의 발달에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부모의 반응이 지연적이거나 무반응 또는 미온적이라면 아이의 욕구는 미해결된 상태,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반복된다면 아이는 욕구의 좌절에 상당히 취약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_ 본문 61쪽
발달심리학에서는 인간에게 내면의 신뢰감이 생기는 시기를 태어난 직후, 삶의 가장 최초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이론은 에릭 에릭슨이라는 발달심리학의 거장이 연구, 정리한 내용으로 심리학계에서는 거의 이견 없이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정확히는 태어나서부터 12~18개월 무렵까지, 영아기 또는 수유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양육 태도가 아이의 내적 신뢰감이라는 덕목을 잘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일까? 해답은 수유(모유와 분유 모두 포함) 원칙에 있다. (…) 수유행위가 이랬다저랬다 일관성이 없다면 아이들이 이 세상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이때 아이의 몸에 새겨진 불확실성과 불안함, 불신은 몸에 새겨지는 경험이다. 이는 성인이 된 뒤에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_ 본문 75~77쪽
태어나서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전까지의 시기에 아이와 엄마의 가장 중요한 대화는 바로 ‘쳐다봄’, 응시이다. 이 시기에는 엄마의 응시뿐 아니라 엄마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도 중요하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울 때, 젖을 먹일 때, 엄마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훗날 아이가 자기 신체 이미지와 자기 존중감을 형성하는 데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를 쳐다보는 엄마의 눈길이다. 엄마가 진정한 애정을 담아서 다정하고 따뜻하게 아이를 쳐다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의 자기인정감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세워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존재는 응시에 의해서 조각된다!’
_ 본문 151쪽
천 일의 눈맞춤 / 이승욱 (U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