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독백 / 치기

<책 소개>

진정한 자유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내면탐구로부터 온다, <춤추는 독백>

홀로서기 위해 100일간 떠난 여행지에서의 고독과 사색을 엮은 단상집입니다.

문득, 지금 내 삶에는 나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진정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질문은 총을 든 사격수였고, 저는 총구 속 실탄이었습니다. 사격수는 과녁을 향해 내보냈고, 바람과 무중력 경계에 떠 있던 저는 결심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어떤 요구에도 얽매이지 않는 곳에서 심연에 숨은 진짜 나를 찾아 나서기로요.

대륙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런던 게이 클럽에서, 스위스 자연을 보며, 베를린 퀴어 퍼레이드 현장 속에서….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고, 독백 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때론 불안했고, 때론 공허했지만, 그럼에도 나아갔습니다.

고독했던 독백들이 춤추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도 함께 춤추는 시간이 되길.

<저자 소개>

치기

고독과 사유의 언어로 숨겨진 마음을 써내려갑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chigi_toon

<목차>

1부 런던 에딘버러

2부 파리 니스 (암스테르담 헤이그)

3부 체르마트 그린델발트 (발처스)

4부 잘츠부르크 빈

5부 프라하 (부다페스트)

6부 베를린

그리고 마침내 서울

<내용 중에서>

세상을 향해 분주히 움직이던 내가, 나를 향해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본다.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다람쥐 꼬리를 본다.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 표정을 본다. 대각선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쉬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짓는 햇살 같은 표정을 본다.(p.19)

잠자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태양이 옅은 빛을 퍼뜨리기 시작할 무렵, 태양과 달의 밀회를 지켜보며 도심 한가운데서 고요를 맛봤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초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른 장면은 찰나에만 존재한다. 새벽은 낮이 될 수 없고 낮은 밤이 될 수 없으며 밤은 새벽이 될 수 없다.(p.23)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 검정치마의 <미는남자>반주가 들렸다. 반주는 가사를 얹은 채 귓속으로, 뇌 속으로 퍼져 X를 깨웠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거릴 때마다 그와 함께했던 기억은 물에 녹지 못한 커피 가루에도 스민 듯 목구멍을 텁텁하게 만들었다.(p.110)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마음과 향이 있다. X와 관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예감이 든다.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고 이유랄 것도 없는데, 그가 나를 찾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부푼다. 나는 그저 내 작은 세계 안에서 상황극을 돌린다. 이게 최선이다.(p.180)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그들의 삶에 작은 울림이라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설령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괜찮다. 내 진실된 생각과 감정을 담아낸 글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는다.(p.229)

말을 삼키고 침묵하는 이 순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가는 걸까. 성장과 고독 사이에서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침묵 속을 헤매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침묵 속에서 성장하고, 그 성장의 고통이 나를 고독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고독은 다시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침묵의 굴레이자 선물인지도 모른다.(p.260)

<서지 정보>

제목 : 춤추는 독백

부제 : Dancing Soliloquy

판형 : 125*185(mm)

쪽수 : 288p

제본 방식 : 무선제본

정가 : 23,000원

발행일 : 24.12.16

ISBN : 979-11-990007-0-4 (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