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크리스마스처럼>은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 개정판으로
표지와 제목을 바꾸어 출간되었습니다.
박지이 작가가 쓴 첫 번째 책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가 원고를 더해 <크리스마스처럼>으로 재출간되었다. 상실과 후회도 세상을 사랑하려는 사람 앞에서는 힘을 잃고 흩어진다. 한 사람의 생이 달라질 만큼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 전체를 잔잔하게 응원받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천천히, 한 뼘 한 뼘 조금씩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에세이. 작가에게는 결핍과 불안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노력의 서사이자 독자에게는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출판사 소개>
소규모 1인 출판사. 작고 희미한 빛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듭니다.
<저자 소개>
박지이
십여 년 방속작가로 일하다, 지금은 노인이 많은 도시에서 눈이 커다란 사내와 타월상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산책과 낮잠을 즐기고 자주 어리둥절 합니다.
<목차>
초대의 말 5
12월 Merry Christmas 보고 싶다 할머니 9
1월 당신의 쉼을 지지하는 쪽으로 23
2월 태어난 달을 편애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45
3월 각박한 기쁨의 세월을 견디며 65
4월 시름없는 입꼬리가 좋겠네 83
5월 유정한 영혼을 엄마로 두어 99
6월 행복한 사람을 보는 게 신나 115
7월 그 수박을 사버리자 135
8월 기다리는 동안에는 외롭지 않으니까 159
9월 손 많이 가는 반려 고양이 179
10월 내 운명은 내 엉덩이만큼이나 무겁지 197
11월 ‘그래도’로 시작하는 몇 개의 문장 221
작가의 말 236
편집자의 말 239
<책 속 문장>
산책하며 내린 결론은 언제나 마음에 든다.
가을입니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길을 잃어야 해요.
기다리던 가을이 온다 한들 뭐가 달라지나. 나는 또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달래느라 잔잔히 야단을 떨겠지. 고만고만한 슬픔을 고단하게 돌보며 행복하게 살겠지.
이따금 심호흡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저 사랑의 크기를 풍선처럼 부풀리면 그뿐이다.
겨울 다음이 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후부터 나는 이 계절을 조금 사소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겨우 꿈에서나 만나지는 사랑들, 우리는 지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뿐 나는 그대들을 느낄 수 있어요. 12월은 애도하기 좋은 달. 느린 노래를 흥얼거려요.
몸 주변으로 찬바람 서리고 달은 조금 일찍 떠오른다. 한가해진 손으로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편지를 쓰거나, 어떤 순간을 떠올리며 정리하기 좋은 날들. 한 해의 끄트머리 이룬 것 없다 싶어 괜히 고개 숙여질 때면 ‘그래도’로 시작하는 몇 개의 문장을 완성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세련되게 가꾼 외모를 넘어 거대한 연민과 선의, 직감과 용기로 타인의 삶에 다정한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아함을 본다. 그들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기꺼이 연대하고 최선을 다해 상한 우리를 생의 안쪽으로 힘껏 밀어준다.
추억과 애정이 뒤섞인 물건들에게 오늘도 말합니다. 연못같이 낡고 고요한 이 집에서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은 소중하지. 우리는 결국 고아 아니면 미아가 될 것이기에, 모든 사랑은 연민과 함께일 때 상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는다.
살 만큼 살다 가자. 두고 갈 때 가더라도. 내 좋아하는 고운 옷 입고 친구도 만나고 미술관에도 기웃거리고, 온천도 가고 시장도 어슬렁거리면서. 가볍게, 기쁘게.
연한 모래색 거품 위로 시나몬 가루를 쏟으며 콧노래 부르는 이유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 부지런히 두리번거린다.
생 전체를 잔잔하게 응원받는 기분, 한 사람의 생이 달라질 만큼 누군가를 귀여워하는 마음에는 힘이 있다.
여전히 이런 장면에 마음을 붙들리는 게 좋아. 이번 생 당신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내가 끓인 물을 마시고 양말을 신고, 이불을 덮고, 꼭 붙어 살 비비며 자는 손 많이 가는 반려 고양이.
<편집자의 말>
이 책은 작가이자 편집자인 문희정이 꾸려가고 있는 소규모 1인 출판사 문화다방에서 만들었습니다. 섬세한 유리 조각 같은 글을 쓰는 여인이 글쓰기 수업을 듣기에 가르치기보단 만들고 싶어졌어요. 더 좋은 출판사에서 만들었다면 유명해질 수 있을 텐데 미안합니다. 그래도 박지이 작가님께 출간 작가 목걸이를 처음으로 걸어 주는 사람은 제가 되고 싶었어요. 보도자료를 쓰는 내내 이건 책 소개가 아닌 절절한 러브 레터가 될 거라는 걸 미리 고백합니다.
‘크리스마스처럼’이라는 가제로 주고받던 원고는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먼저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가 홍차 잔을 들고 나란히 앉아 있는 다정한 모습으로요. 책은 무척 큰 사랑을 받았고 고맙게도 한 살 생일이 되기 전 중쇄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새 옷을 입혀 다시 성대한 생일잔치를 열어 주고 싶었어요. 그만큼 이 글을 아낀답니다. 편집자가 작가의 글을 열렬히 사랑하면 책을 이렇게 만들기도 하네요.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온 마음과 제 알량한 재산을 쏟고 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가 마찬가지로 유명인이 아닌 저자와 함께 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독자들이 어딘가에 올려 주신 사진과 영상, 리뷰 덕분이었어요. 지난 11년 동안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일 없이, 서평단 없이, 광고 홍보비 없이 오로지 책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책의 수명은 출간 시기부터 한 달이라는 출판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간 시기와 관계없이 오래 옆에 두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어요. ‘슬픔을 살피는’ 작가님의 글에서 ‘가여운 행복의 흔적들’을 발견하셨길 바랍니다. ‘담요의 온도를 빌린 눈빛으로’ 읽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서지정보>
제목: 크리스마스처럼
저자: 박지이
발행일: 2025-11-10
발행처: 문화다방
쪽수: 240p
판형: 125*190mm
가격: 18,000원
ISBN: 979-11-9894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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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처럼(개정판) / 박지이 / 문화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