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 이태원 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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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태원이 좋아서 이태원에 스며든

이태원을 살아갈 사람들의 목소리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어야 한다”

 

(221029) 서울 용산구 이태원 159

밤하늘 어둠 속 수많은 별을 그리며

 

이태원에서 살아가고 일해야 하는 청년, 부부, 클럽 DJ,

라운지 바 상인, 퀴어 아티스트, 외국인과 이태원 방문객까지.

모두 9명의 인터뷰이와 만난 이태원 기록단.

이태원 러버들이 저마다 간직한 사랑과 애틋함으로

너와 나, 우리들의 만남을 조금 캐주얼하게

평소처럼 재밌게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작가정보>

 

공동체미디어 용산FM

주민이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는 마을방송국. 주민들의 라디오 방송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 현안 밀착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라디오 방송 활동 경험을 쌓으면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혜영

고 이한빛 PD 엄마. 한빛이 즐겨 썼던 〈연두, 빛(연대의 두근거림으로, 빛나는)〉처럼 연대 활동을 통해 아들의 삶을 이어 가고 있다. 교사 퇴직 후 이태원을 기억하고 참사 기록 활동에 함께한 시간과 인연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등이 있다.

 

노호태

해방촌에서 껴울림이라는 공론장 커뮤니티 사업을 운영했다. 이태원과 핼러윈 문화를 애정해 왔고, 참사 현장에 있던 청년으로서 공론이 멈추질 않길 바란다.

 

신솔아

사진가와 인터뷰어로 활동 중이다. 죽음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듣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도라고 믿는다.

 

신정임

용산에서 신혼을 보냈다. 그곳에서 벌어진 참사에 눈감을 수 없었다. 노동 전문 잡지에서 일한 이후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왔다. 인터뷰를 통해 깨닫는다. 모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참사와 연결되어 있는 당사자임을.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감춰진 노동을 기록해 제21회 전태일문학상 기록문 부문을 수상했고 《우리 같이 노조 해요》를 펴냈다. 함께 쓴 책으로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오종렬 평전》 《달빛 노동 찾기》 《숨은 노동 찾기》 《사람의 얼굴》 《나는 시민기자다》 등이 있다.

 

심나연

이태원에서 첫 직장을 다녔고 현재는 인근에 거주한다. 녹사평 언덕의 사무실에서는 광장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가 내려다보였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말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윤보영

2022년 10월 29일, 도로에 갇혀 참사 현장을 마주했다. 사회적 참사 경험자의 고통에 대해 미술치료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며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이태원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한다.

 

이상민

나고 자란 동네 용산에 깊은 애증을 느낀다. ‘이태원 기록단’의 운영팀장을 맡았으며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모임을 통해 마음 맞는 동료들과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홍다예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오래 했고 고등학교 기숙사 사감 일도 했다. 심나연씨와 한 팀을 이뤘고 주로 카메라를 잡았다. 피해자 곁 연대의 목소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차>

 

프롤로그 이태원에서 살아가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1장 너와 나, 우리들의 만남〉

이태원 주민 윤보영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데, 신비스럽달까?”

가족, 친구들과 공유한 추억이 많은 보영씨의 진심 어린 낭만

 

인터뷰어 김혜영을 만나다 “왜냐하면 내가 많이 변했거든요”

퇴직 교사 김혜영씨의 이태원 편견 해체 이야기

 

용산 러버 김원기, 임민희 부부 자유롭고 설레는 분위기가 좋아서

김원기, 임민희 부부의 핼러윈 축제 나들이

 

인터뷰어 신정임을 만나다 우리는 당사자를 좁게 생각하고 있다

노동 전문 기록 활동가 정임씨의 직감과 실감

 

라운지 바 운영자 곽범조 “대체할 수 없는 공간 잘 물려줄 수 있길”

이태원 라운지 바 ‘섹터 118’ 곽범조 대표의 과거, 현재, 미래

 

인터뷰어 노호태를 만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해방촌 스타트업 대표 호태씨가 띄우는 믿음과 희망의 주파수

 

〈2장 조금 캐주얼하게, 평소처럼 재밌게〉

드랙 아티스트 선샤인 불특정 다수가 나를 옹호해 주는 공간

이태원의 역사와 퀴어 문화에 진심인 사람, 선샤인

 

이태원 방문객 정승연 틀에 박히지 않아서 틀을 깰 수 있는 곳

도전과 일탈의 경험으로 승연씨가 발견한 신세계

 

인터뷰어 심나연, 홍다예를 만나다 모든 과정을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인터뷰

디자이너 나연씨와 다큐멘터리 감독 다예씨, 같은 세대로 공유하는 감각

 

클럽 DJ, H와 SEESEA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 춤추는 사람은 춤으로

클럽 DJ H와 SEESEA, 우리가 음악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인터뷰어 신솔아를 만나다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에 용기를 갖는 것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사진가이자 에디터 신솔아

경리단길 이주민 모하메드 옐 타예브 누군가의 ‘이태원 프리덤’을 위하여

모로코에서 온 모하메드씨가 느낀 다문화 공동체의 매력

 

인터뷰어 윤보영을 만나다 이태원에 산다는 건 과연 무슨 의미일까

미술치료 전공 대학원생 보영씨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탐구 과제

 

〈3장 재난 세대, 한 청년의 모놀로그〉

저마다 간직한 애틋함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용산에서 나고 자란 20대의 독백 그리고 희망

나의 첫 번째 핼러윈 영화 〈코코〉 미구엘 분장,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울리는 축제

분향소 단상 환대와 예를 다하는 지킴이 활동과 쌓이는 일화들

애프터 핼러윈 목구멍까지 차오른 가슴속 응어리를 정교하게 소화하기

더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더 많은 연결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에필로그 말할 수 없는 사람들과 반드시 말해야 하는 이유

 

〈부록|함께하는 마음들〉

슬퍼해도 괜찮아, 이야기해도 괜찮아__김은지(마음토닥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우리들__자캐오(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

기록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__박수미(사회복지사)

 

 

 

<책 속으로>

 

“그때 어디선가 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 그런데 ‘나 심폐소생술 흉내 낼 수 있는데’라고 머리로는 생각했는데, 몸이 바로 집으로 가는 거예요. 제일 후회되는 기억이에요.”(28쪽)

 

“제가 이쪽에는 무슨 전투하듯이 다짐하고 들어가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자세히 아는 게 두렵고 무서운데,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려 줘야 한다. 내가 기록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기억시켜야 한다. 그런 책임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직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참사 현장에도 일부러 가고 연대도 하고 그러는데 사실 속으로 조금 힘들어요. 힘들어서 어느 선까지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또 안타까우면 가게 되니까….”(42~43쪽)

 

민희씨 가족이 현장을 떠나고 얼마 뒤부터 참사가 벌어진 것 같았다. ‘아차 했으면, 우리도 저기서 사고가 났을 수도 있었겠구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혹시 우리 아이들과 사진 찍은 젊은이들이 참사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 신나서 올렸던 SNS를 바로 다 삭제했다. 밤새 뉴스를 지켜보며 부부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을 잃었다.(58쪽)

 

“우리는 당사자를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가족뿐만 아니라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근처에서 춤추고 있던 사람들도 트라우마를 겪을 거 아니에요. 내가 그렇게 멋모르고 즐기고 있었다는 데 죄책감도 느낄 거고요. 그리고 멀리서 접한 사람들 역시 잠자고 있었거나 시월의 마지막 밤을 기다리며 일상을 보냈을 텐데, 그 미안함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우리도 당사자다. 때문에 유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72~74)

세상엔 기억할 게 무척이나 많지만 이태원 참사는 축제가 참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자유를 외치는 청년들이 자유를 잃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국가적 추모 형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2022년의 핼러윈은 곧 2023년의 핼러윈이고 2040년의 이태원이다.(83쪽)

 

“저는 거의 이태원에 있거든요. 집도 여기라서요. 보통 밤에 활동하는데, 그 골목을 일부러 자주 지나가요, 일부러. 기도하진 않고 그냥 지나가요. 생각을 하려고요. 잊기엔 조금 크기도 하고, 잊고 싶지도 않아요. 저도 그렇고 다른 사장님들도 다 그 골목을 일부러 많이 지나다녀요.”(93쪽)

 

참사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매출이 회복되더라도 더는 영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기도 한다. 호태씨는 기록단 활동을 통해 그 낱낱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었다. 그날, 혼비백산한 가운데서 어린 직원들부터 챙기며 그들의 보호자에게 먼저 전화를 돌려 안심을 시키던 범조씨의 대처는 얼마나 성숙하던지. 그 어른스러운 모습에 감명받으면서도 정작 범조씨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아프게 들었다.(106쪽)

 

“이태원만큼 불특정 다수가 나를 옹호해 주는 공간이 없거든요. 이태원은 상대방의 배경에 의문을 두지 않아요. ‘잘 논다. 쟤랑 같이 놀고 싶다’ 이거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가 게이클럽에서 일하잖아요. 여성분들이 되게 많이 오세요. 그 이유가 뭐냐면,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데 이 남자들이 나한테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러니한 거죠.”(124쪽)

 

참사가 일어난 공간에서 살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슬퍼하라 말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애도는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태원 참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까? 축제를 즐기고 춤추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까?(137쪽)

 

“추모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는 거니까요.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 추모를, 춤추는 사람은 춤으로 추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이태원에서 디제잉을 하는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추모할 수 있는 거예요. (…) 슬플 때는 우는 게 맞고, 어느 정도 엄숙함이 유지되어야 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장례를 치를 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흥겹게 고인의 마지막을 보내 주잖아요.”(186쪽)

 

“이태원에는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꼭 놀러 오시면 좋겠어요. 오시면 벌겋게 취한 제 모습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여름에 이태원은 진짜 재밌거든요. 대로변 근처에서 편의점 캔맥주를 마시면 진짜 좋아요. 조금 습하지만 새벽바람도 불고요. 아, 물론 분리수거를 잘하셔야 해요. 딱 한 잔만 먹고, 그러다 보면 다시 또 음악을 들으러 가고 싶어질 거예요. 음악을 듣다가 첫차를 타거나, 해장 플레이스에서 서로 마주칠 수 있겠죠. 이태원은 그런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194쪽)

 

지난날 잃은 것을 잊지 말고, 그 기억을 안고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핼러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모두가 ‘이태원 프리덤’을 외칠 수 있도록 혐오는 빼고 해방과 다양성은 더하는 공간이 되길, 이곳에서 겪은 아픔을 서로에 대한 수용으로 승화하길, 사랑이 앞선 이태원이 되길 바란다.(222쪽)

 

시스템의 부재와 책임자의 회피.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닮았지만 동시에 뚜렷한 차이를 지녔다. 유가족들의 연고가 비교적 다양했고, 희생자들을 향한 시선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얽혀 곱지 않았다. 그렇듯 보영씨에게 이태원 참사는 마냥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그 어려움을 풀어 갈 수 있는 활동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보영씨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구나.’ 보영씨의 우울은 한동안 깊어져만 갔다.(226쪽)

 

참사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면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정작 그 상처를 서로 내보일 수 있는 관계를 찾기란 너무도 어렵다. 그보다는 단순한 구호로 복잡한 심경을 대체하는, 타인의 진의를 함부로 재단하고 왜곡하는, 심지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조롱하고야 마는 풍경이 차라리 익숙하다. 그사이 상처는 안으로 곪을 수밖에 없는 걸까. 침묵, 편견과 혐오, 죄책감과 답답함, 상실, 일상과 애도 등 전부 참사의 영향권 아래 있다. 해결 역시 그만큼 거대해야 하지 않을까.(243쪽)

 

온라인상에서는 사고를 유발한 개인을 찾는 데 혈안이었다. 피해자를 향한 의심과 혐오도 빠르게 번졌다. 일찍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이 마음을 달랠 길을 막은 탓에, 예정된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었고 이름도 얼굴도 없는 영정이 세워졌다. 나중에 분향소가 새로 설치되었지만 바로 옆에서 맞불을 놓듯 천막을 치고 현수막을 걸었다. 그러니까 ‘참사’가 ‘참혹한 일’을 뜻한다면 나에게는 온통 참혹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생존자 이재현씨가 두 친구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동시에 일상은 속절없이 흘렀고, 가끔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는 날들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과연 그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263쪽)

 

참사는 그날 이태원에 머무른 사람들을 관통한다. 나아가 직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한 모두가 참사의 영향 아래 놓인다. 무엇보다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태원의 핼러윈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꿈인 것 같다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여태 그런 적 없었다고.(268쪽)

 

 

 

<출판사 서평>

 

| 이태원 러버들이 띄우는 159명의 별을 향한

사랑의 기억과 깊은 애도의 기록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으며 이태원이란 지역에서 살아가고, 이태원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참사에 대한 기억, 그 이후의 삶과 애도의 이야기. 7명 이태원 기록단과 9명 인터뷰이 각각의 목소리 그리고 재난 세대 한 청년의 모놀로그로 구성돼 있다. 기록단은 이태원 주민, 상인, 노동자 그리고 이 지역을 즐겨 찾던 방문객들을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어를 기록단 운영팀장이 재인터뷰하는 다층적 방식을 택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직간접 참사 경험, 추모 바깥 이야기, 지역 주민들의 일상 회복과 안전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별을 향한 이태원 러버들의 먹먹함과 애타는 떨림은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큰 힘으로 공명한다.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슬퍼하고 분노한 지도 2년이 되었다. 아직도 믿기 힘든 그날이다. 지난 시간 동안 이태원 참사가 다뤄지는 과정을 보면서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참사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문화를 가진 지역 공동체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태원이란 무엇일까?’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태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로 이태원이라는 공간과 참사에 대해 듣고 싶었다.”(210쪽)

 

| 생생한 인터뷰와 사진 그리고 재난 세대 한 청년의 모놀로그

“기록하겠습니다 시민의 추모, 기억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이후 미안해서, 안타까워서, 내가 희생될 수도 있었기에 그 슬픔을 잊지 않기 위해 ‘이태원 기록단’을 자임한 사람들. 공동체미디어 용산FM에서 꾸린 이 기록단에는 퇴직 교사부터 기록 활동가, 스타트업 대표, 사진작가, 대학원생, 디자이너, 다큐멘터리 감독까지 모두 일곱 명이 참여했다. 기록단은 주민이자 상인이며, 이태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자 이태원을 즐겨 방문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각각 듣고 기록했다.

이태원 그 떠들썩한 복판에 살고 있는 윤보영씨, 매년 가족 단위로 핼러윈을 즐기던 김원기·임민희씨 부부, 라운지 바를 운영하는 곽범조씨, 클럽 DJ H와 SEESEA, 드랙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선샤인씨와 이태원에서 놀기 좋아하던 정승연씨, 다문화 공동체를 찾아온 모하메드씨까지. 모두 아홉 명의 인터뷰이와 기록단이 만나 서로 묻고 듣고 이야기 나눈 시간들을 1장과 2장에 걸쳐 생생한 인터뷰와 사진으로 녹여냈다. 3장에서는 용산에서 나고 자란 한 청년의 모놀로그를 통해 목구멍까지 차오른 참사의 응어리를 정교하게 풀어낸 시간 그리고 밑바닥으로 편향하여 심해 속으로 가라앉은 이야기들을 애타게 끌어내 온 과정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저는 세월호 세대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정확히 제가 수학여행을 다녀온 다음 주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때 느꼈던 절망감과 무기력이 다시 찾아왔었어요. 이루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슬픔이 꽤 오랫동안 남았던 것 같아요.”(184쪽)

 

“이겨 내야 했어요. 이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왜냐하면 이제 이태원을 경험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잖아요. 이렇게 재밌는 공간이 있다는 걸. 그러니까 더 괜찮다고 보여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이런 일이 발생해도 잘 이겨 낸다고 보여 줘야 할 것 같았어요.”(133쪽)

 

|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때 ‘기록으로’ 책임을 자임한 시민들

2024년 5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진상규명의 단초가 열렸으나 여당은 특조위원 명단을 늑장 제출했고, 정부는 그 임명조차 차일피일 미뤄 늑장 출범했다. 용산구청장, 서울경찰청장 1심 무죄 선고에서 보듯 책임자 처벌은 요원해 보인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혐오와 차별, 우롱과 조롱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상황. 이런 가운데 성숙한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의 정신이 나라다운 나라, 진정한 추모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염치는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누군가는 책임지지 않기 위해 기록을 피한다지만 누군가는 없는 책임도 다하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기억을 남긴다. 기억은 힘이 세다. 그것은 참혹한 일상을 버티는 힘이자 공명으로 연결되는 더 큰 힘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을 즐겼던 사람들한테는 소소한 즐거움을 빼앗아 간 사건이에요. 다시 놀고 싶은 이태원을 만들려면 사람들에게서 이태원에 대한 안 좋은 색안경을 벗기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색안경 때문에 그 사실 자체를 숨기고 있잖아요.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 돼야죠.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상을 힘써서 밝혀야 되겠죠.”(66쪽)

 

“시민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게 정치인이잖아요. 시민들이 이런 건강한 추모 문화를 바라고, 이태원 문화가 계승되기를 바란다는 걸 정책 입안자들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목소리를 내면 들려지고, 그 메시지 역시 전달된다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아직까지 이 참사가 사람들한테 잊힌 기억이 아니고, 잊기에 너무 빠르다는 걸 일깨웠으면 좋겠어요.”(108쪽)

 

| 핼러윈은 자유로운 해방구이자 모두가 행복한 축제

삼대째 이태원에 거주하는 원기씨에게 핼러윈의 의미는 각별하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해 온 축제인 만큼 아득한 추억이 거기 쌓여 있다. 부인 민희씨에 따르면, 이태원의 핼러윈은 온 동네잔치다. 주택가 곳곳 호박 장식과 사탕 바구니가 걸리고, 어린이집과 공원에서 행사가 열린다. 아이들은 가족 단위로 거리를 구경하며 다양한 세계를 익힌다.

낯가림이 심한 승연씨에게 핼러윈은 곧 일탈의 기회다. 캐릭터 분장이 부끄럽기도 잠시, 이태원에서만큼은 금세 자신감이 솟는다. 나중에는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갈 만큼 적극적이다. 그건 아마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덕분일 것이다. DJ SEESEA씨에게 핼러윈은 자신의 정체성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해방구이자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다. 모르는 사이라도 서로 눈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이 축제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온 시간은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 연유한다. 2022년 10월 29일 그날도 마찬가지로.

 

|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연결과 큰 힘

위패도 영정도 없이 치른 관제 추모의 아픈 기억. 추모는 꼭 무겁고 엄숙해야 할까. 한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범조씨는 압사가 발생했던 골목 앞을 일부러 지나면서도 국화를 놓거나 포스트잇을 붙이지는 못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 이태원에서 약속을 잡던 승연씨는 ‘애도’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고백한다. 둘 다 안타까움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더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게 있기 때문이다.

한편 DJ H씨가 소개한 ‘이태원 스트롱’의 사례는 비슷한 고민을 달리 풀어나갔다. 참사 이후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DJ들은 예정된 파티를 그대로 진행한다. H씨는 고인의 마지막을 흥겹게 지키는 아프리카 장례를 예시로 든다. 보영씨는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떠올리며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울리는 하루를 상상한다. 솔아씨와 선샤인씨는 이태원에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를 제안한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 춤추는 사람은 춤으로,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추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태원을 사랑하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이 공간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바라는 마음을 나누는 것. 참사 현장 가까이에 머물렀던 호태씨의 바람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결된 감각’으로 그렇게 가능해질 수 있었다.

 

| 참사의 당사자를 폭넓게 상상해야 한다

이태원은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에 회복을 고민해야 한다. 과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헤아려야 한다. 삶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일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던 DJ SEESEA씨,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인원을 찾는 요청에 응답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자신을 탓하는 보영씨, 일상에 도사리던 죽음을 체감하는 DJ H씨, 분향소에 걸린 앳된 면면을 보며 미안해하는 모하메드씨 등등.

‘당사자를 폭넓게 상상해야 한다’는 정임씨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나연씨, 그리고 기록단 활동으로 이태원에 대한 편견을 해체할 수 있었다는 퇴직교사 혜영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참사가 훨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참사 이후의 상실은 희생자들의 총합을 넘어서기에 그 응어리를 해결하는 과정은 그만큼 정교하고도 거대해야 하지 않을까.

 

| 무수한 상처를 보듬는 더 많은 ‘믿음’의 연결로

지금 그리고 여기, 무수한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나날이 누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이태원 기록단이 이태원 참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한다. 더불어 이듬해 이어진 오송 참사와 서이초 사건 등을 언급하며 무너진 신뢰에 대해 고심한다. 호태씨가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같은 주민이라 하더라도 가슴에 서로 다른 사연을 품고, 상인들 역시 업종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상이하게 겪는다. 외국인과 이주민의 생활도 천차만별이다. 청소년과 노인의 경우도 다름없다. 재난 세대 한 청년의 마지막 모놀로그. “이 글들이 더 많은 연결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사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 맺고 있는 당신이 안녕하기를 빈다.”

 

| 참사 이후 우리는 어떻게 보듬고 성숙해 나갈까?

세월호에 이은 이태원의 참사.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앞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확인할 뿐이다.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이를 어떻게 보듬고 성숙해 나갈 것인가.

늑장 출범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2주기를 보름여 앞두고서야, 참사 관련 기록물에 대해 폐기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 기관에 발송했다. 용산구청장, 서울경찰청장 무죄 1심 선고에서 보듯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까지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애도와 연대(연결)의 물결일 것이다.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를 통해 참사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 그리고 시민을 위한 연대의 손길, 무지갯빛 사랑이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4년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틋한 추모가를 만나 보자. 기록하겠습니다, 시민의 추모. 기억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영원히. Remember forever.

 

| ‘공동체미디어 용산FM’의 아주 특별한 지역 이야기

2012년부터 주민들과 마을방송국을 운영하는 ‘공동체미디어 용산FM’은 주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이크를 건네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 전반에 참여하기를 도왔다. 이태원 기록단 운영 역시 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기록단은 이태원 일대를 답사하고 구술 기록 워크숍을 수강했다. 그리고 질문지 구성과 인터뷰이 섭외, 인터뷰 진행, 기사 작성 등 전 과정을 주도했다. 기록단에는 일곱 명이 모였다. 인상 깊었던 건, 녹사평, 이태원, 해방촌 등 대부분 동네 버스 정류장에 붙은 모집 포스터를 보고 신청했다는 점이다.

 

| 함께하는 마음들: 안전 사회를 향한 연대의 손길, 무지갯빛 사랑

“‘슬퍼해도 괜찮아, 이야기해도 괜찮아, 우리는 어디에서든 안전할 권리가 있어’ 이렇게 서로에게 확인시켜 주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함께 대화와 지지의 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_김은지(마음토닥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피해자들 모두에게는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각기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면서 기억하고 마음으로 함께하기를, 그렇게 이태원 그 자리가 다시 새롭게 채워지고 샘솟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_자캐오(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

 

“우연히 만난 참사 현장 앞 피아노 연주회, 지하철 계단 벽 쪽지 글, 외국인의 바이올린 연주, 노란 봉제 인형. 이 모든 것이 저에겐 추모가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추모를 통해 치유하는 것이 남겨진 우리의 몫이 아닐까요?”

_박수미(사회복지사)

 

이태원을 애정하는 아홉 명의 인터뷰이

 

곽범조 가게도 집도 이태원이라 좀처럼 이태원을 떠나지 않는다. 사고가 난 그 골목도 일부러 찾는다. 잊지 않기 위해. “기도하진 않고 그냥 지나가요. 생각을 하려고요. 잊기엔 조금 크기도 하고, 잊고 싶지도 않아요.”

 

김원기 임민희 부부 용산 토박이 김원기씨에게 핼러윈은 크리스마스만큼이나 기다려지는,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날이다. 그래서 결혼 후 아내 임민희씨와 함께 매년 핼러윈을 즐겼다. 2022년 10월 29일 그날도.

 

모하메드 옐 타예브 경리단길에 거주하는 이주민이다. 다양성, 포용성이 돋보이는 이태원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저마다의 ‘이태원 프리덤’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선샤인 “이런 일이 발생해도 잘 이겨 낸다고 보여 줘야 할 것 같았어요." 성소수자로서 불특정 다수가 자신을 옹호해 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가 이태원의 역사와 퀴어 문화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윤보영 2022년 10월 29일 도로에 갇혀 참사 현장을 마주했다. 사회적 참사 경험자의 고통에 대해 미술치료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며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이태원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한다. 이태원 주민으로서 인터뷰이로 참여했으며, 기록단의 인터뷰어로도 활동했다.

정승연 내 나이도 직업도 배경도 묻지 않고 ‘나랑 같이 놀래’ 하면서 편견 없이 재밌게 놀 수 있는 이태원이 좋다. 틀에 박히지 않아 틀을 깰 수 있는 신세계 바로 그곳이.

 

DJ H 이태원 참사에 대해 비난과 혐오의 나쁜 말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태원 러버. 고인의 마지막을 흥겹게 지키는 아프리카 장례나 보스턴 스트롱처럼 추모와 일상이 연결되기를 바란다.

 

DJ SEESEA 베이스 음악 전문 채널 ‘린스 에프엠’의 영향을 받아 디제이를 시작했다. 한국의 케이팝, 뽕짝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토속 음악들을 관찰하며 플레이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음악 방송 ‘보일러룸’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디제잉 했다.

 

 

 

<서지 정보>

제목: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저자: 이태원 기록단 김혜영, 노호태, 신솔아, 신정임, 심나연, 윤보영, 이상민, 홍다예

쪽수: 300p

판형: 126*198mm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4년 10월 29일

기획: 공동체미디어 용산 FM

ISBN: 979-11-989477-0-3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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