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김을 세는 단위로 김 100장을 한 톳이라고 한다.
김 한 장은 얇고 그 무게도 가볍지만, 김 한 톳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한 톳처럼, 서른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적어낸 글들을 100편 수록하였다.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글 위에선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머릿속을 부유하는 불안한 마음을 얇게 펴 종이 위에 널어놓았다.
햇볕을 쬐고 바람에 마르는 동안 불안한 마음에도 모양이란 게 생겼다.
이리저리 치이는 가벼운 마음일지라도 그 마음이, 그 마음을 적어낸 글이 백 장 정도 쌓인다면,
한 장이 백 장이 되어 한 톳이라 불리는 것처럼,
불안도 다른 말로 부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불안 한 톳을 엮게 되었다.
<저자 소개> 이택민
불안을 마주하는 사람. 불안을 달래기 위해 매일 밤 쓰고, 달립니다.
성인이 되어 얼마나 많은 새벽을 지새웠습니까.
그 시간 속에서 흰 얼굴에 투명한 눈물 흘리는 대신, 흰 종이 위에 검은 문장을 흘렸습니다.
『고민 한 두름』 『갈 데가 있어서요』를 독립 출판 하였고, 공저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에 참여하였습니다.
<차례>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 여섯 장/ 일곱 장/ 여덟 장/ 아홉 장/ 열 장/ 열한 장/ 열두 장/ 열세 장/ 열네 장/ 열다섯 장/ 열여섯 장/ 열일곱 장/ 열여덟 장/ 열아홉 장/ 스무 장/ 스물한 장/ 스물두 장/ 스물세 장/ 스물네 장/ 스물다섯 장/ 스물여섯 장/ 스물일곱 장/ 스물여덟 장/ 스물아홉 장/ 서른 장/ 서른한 장/ 서른두 장/ 서른세 장/ 서른네 장/ 서른다섯 장/ 서른여섯 장/ 서른일곱 장/ 서른여덟 장/ 서른아홉 장/ 마흔 장/ 마흔한 장/ 마흔두 장/ 마흔세 장/ 마흔네 장/ 마흔다섯 장/ 마흔여섯 장/ 마흔일곱 장/ 마흔여덟 장/ 마흔아홉 장/ 쉰 장/ 쉰한 장/ 쉰두 장/ 쉰세 장/ 쉰네 장/ 쉰다섯 장/ 쉰여섯 장/ 쉰일곱 장/ 쉰여덟 장/ 예순 장/ 예순한 장/ 예순두 장/ 예순세 장/ 예순네 장/ 예순다섯 장/ 예순여섯 장/ 예순일곱 장/ 예순여덟 장/ 예순아홉 장/ 일흔 장/ 일흔한 장/ 일흔두 장/ 일흔세 장/ 일흔네 장/ 일흔다섯 장/ 일흔여섯 장/ 일흔일곱 장/ 일흔여덟 장/ 일흔아홉 장/ 여든 장/ 여든한 장/ 여든두 장/ 여든세 장/ 여든네 장/ 여든다섯 장/ 여든여섯 장/ 여든일곱 장/ 여든여덟 장/ 여든아홉 장/ 아흔 장/ 아흔한 장/ 아흔두 장/ 아흔세 장/ 아흔네 장/ 아흔다섯 장/ 아흔여섯 장/ 아흔일곱 장/ 아흔여덟 장/ 아흔아홉 장/ 백 장
<본문>
우리는 그럴만한 이유로 글을 쓴다. 우리는 그럴만한 이유로 살아간다.
어쩔 수 없이 써 내려가야 했던 것들, 어떻게서든 감추려 했던 것들이 있다.
사랑하지 못한 이에게 사랑은 말 못 할 무언가, 사과하지 못한 이에게 미안은 말 못 할 무언가,
작별하지 못한 이에게 안녕은 말 못 할 무언가이다.
그 무언가 전하지 못해 꾹꾹 눌러쓰고 꾹꾹 숨을 참아가며 살아간다.
_ 스물아홉 장
어떤 한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면 피가 잘 통하지 않는다.
원상태로 복구되었을 때, 피가 다시 통하면서 그 부위가 저리기 시작한다.
저리다는 건 본래의 성질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고,
저리다는 건 자신에게 익숙한 자리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저리다는 건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고,
저리다는 건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_ 아흔아홉 장
불안 한 톳 / 이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