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남의 노래』는 선율을 떠나서도 한 편의 시처럼 독립된 작품으로 읽히는 좋은 노랫말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시인, 미술작가, 뮤지션, 디자이너 및 편집자 등 다른 직업을 가진 다섯 명의 저자가 외국 노래를 다섯 곡씩 골라 우리말로 옮긴 뒤, 에세이를 한 편씩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물다섯 곡의 노래가 지면 위에서 스물다섯 편의 시가 되었고, 스물다섯 개의 이야기로 확장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김영글
프랑스문학과 독일문학, 미술을 공부했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설치미술, 글쓰기, 출판 등의 작업을 해왔다. 『사로잡힌 돌』,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 『모나미 153 연대기』 등의 책을 썼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에 집착한다.
송승언
시인. 시집 『철과 오크』, 『사랑과 교육』, 작품 『직업 전선』, 에세이 『덕후 일기』 등을 썼다. 주로 포크에 바탕을 둔 음악을 애호하는 편이다.
<목차>
5 / 기획의 글
13 / 내가 좋아하는 것들 / 이재민
21 / 3월의 물 / 김영글
31 / 홀란드, 1945 / 송승언
41 / 카치타 / 최진규
51 / 앤젤레스 / 이민휘
57 / 해후 / 이재민
67 / 아빠는 로데오 선수였어 / 김영글
79 / 주간도로 / 송승언
87 / 사랑 / 최진규
95 / 흠뻑 빠졌어요 / 이재민
105 / 해초 / 송승언
115 / 낙하산 / 이민휘
125 / 펴놓은 책 / 최진규
133 / 당신 한 짝 / 김영글
145 / 굳은 공기 / 이민휘
151 / 기분 좋아 / 최진규
161 / 강을 찾아서 / 이재민
173 / 꾸러미들 / 송승언
185 / 나는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 김영글
193 / 우리 중 한 사람은 틀리지 않을 거야 /이민휘
201 / 복잡해 / 최진규
213 / 이상한 열매 / 김영글
221 / 에코 비치 / 이재민
231 / 작은 사람 / 이민휘
239 / 경야의 장송곡 / 송승언
251 / 노래 정보
<책 속으로>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코헨의 가사를 시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들까? 그의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외롭게 싸우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싸움에는 흔들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때로 혼란스럽고, 지저분하고,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너무 흔든 나머지 주어들이 뒤섞이고 꿈과 현실이 서로에게 미끄러지면서 오히려 대상이 더욱 명징해지는 순간이 왔을 것이다. 싸움에서 헤매고 절제하면서 가사는 그만의 정연한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 이민휘, 「우리 중 한 사람은 틀리지 않을 거야」
곡소리를 내면서 느릿느릿 산을 오르는 행렬을 보면서 나는 겁에 질렸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울고 있어서 그게 더 무서웠던 탓에 나는 오히려 태연한 척을 하거나 재미난다는 듯이 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할머니와의 기억들과 할머니의 산소 위치를 잊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도 떠오른다. 그때가 절기로 청명 근처였다. 나무들이 땅속 물기를 있는 힘껏 빨아올린다는 청명. 개울가에 자라는 작은 나무와 풀들이 크려고 몸부림치는 풍경을 나는 기억해 두었다. 여기서 위로 쭉 오르면 바로 할머니 산소야 하고 되뇌면서.
⎯ 최진규, 「카치타」
가사를 쓸 무렵 그는 무척 우울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끝없이 하강하는 이미지와 단어들이 인생을 은유하는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이들이 하나로 모여 자아내는 그림은 퍽 경쾌하다는 것이다. 보사노바는 어떤 슬픔을, 어떤 비애를 노래해도 빗방울 같은 리듬감이 주는 쾌감을 놓지 않는다.
⎯ 김영글, 「3월의 물」
시선을 돌리면 곧 손에 닿을 법한 주위의 소박한 것들을 찬미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가사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사라져간다는 감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검은 나무 장식장 속에 잠자던 낡은 기념품, 할아버지가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낡은 도장 상자, 1980년대 후반에 외국의 동물원 기념품 가게에서 사 온 병따개, 중학생 때 처음 구입했던 CD, 8월 말의 햇볕, 반려묘를 빗질하며 모은 것을 뭉쳐놓은 잿빛 털 뭉치, 조용한 새벽에 고양이가 까드득 사료를 씹는 나지막한 소리, 사라져버린 장소에서 모두가 함께 느꼈던 그 무엇.
⎯ 이재민,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내 장례식을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꾸미는 상상을 종종 하는데, 아마도 그들의 음악은 목록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
⎯ 송승언, 「주간도로」
이 노래는 한때 시였고, 인권운동의 현장을 흐르는 민중가요였고, 정치적 선언문이었고, 라이브 공연장의 단골 연주곡이었고,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재즈 스탠더드였고, 그러다 어떤 순간에 홀연히 다시금 시가 된다. 이상하고, 곱씹을수록 씁쓸한 시가.
⎯ 김영글, 「이상한 열매」
포도 선생님이 전수한 비법을 한마디로 압축한 결과를 알려드리려 한다. 딱 한 단어로 하자면 그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존 레논의 노래 가사처럼 하면 된다.
⎯ 최진규, 「사랑」
나와 친구들은 20여 년 전, 그러니까 R.E.M.이나 벤 하퍼, 콕토트윈스 같은 걸 즐겨듣던 시절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겪었다. 직장을 옮겼고 즐겨 찾는 장소가 달라졌으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한편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했다. 물결은 산과 들을 만나 굽이굽이 흐르고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바다에 다다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진다.
⎯ 이재민, 「강을 찾아서」
새 가족의 터전이 되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땅에서, 아내의 뼛가루와 함께 노을을 바라보는 풍경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가 노래 말고 다른 어떤 방식으로 아내에게 말을 전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그에게 음악은 말할 수 없는 자의 말이 된다. 어떤 이들에게 시가 그런 것처럼.
⎯ 송승언, 「해초」
우리는 그저 작은 일을 하는, 많고 많은 작은 사람 중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또 한 명의 작은 사람일 뿐이다.
⎯ 이민휘, 「작은 사람」
<출판사 서평>
노래, 선율을 떠나
스물다섯 편의 시가 되다⎯
『남의 노래』는 선율을 떠나서도 한 편의 시처럼 독립된 작품으로 읽히는 노랫말에 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기획입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만들어진 노래, 그래서 번역이라는 생각의 마중물이 필요한 노래를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다섯 명의 공동 저자가 번역자가 되어 외국 노래 가운데 노랫말이 좋은 곡을 선별해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은 뒤, 산문을 한 편씩 덧붙였습니다.
이 책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관점 안에서 번역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사유한 흔적이기도 하고, 한 곡의 노래에서 출발해 어디론가 마음대로 길을 떠난 기록이기도 합니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가면 그 와중에 덧붙여지거나 상실되는 것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소리’로 존재하던 것이 ‘시’가 되면서 행간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생시킬 때도 있습니다. 저자들은 노랫말을 번역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이 남기는 감각을 다양한 차원에서 살펴보며, 노래라는 세계의 안팎을 탐구했습니다.
이 책을 펴내며 가지는 가장 큰 바람은 독자들이 될 수 있는 한 많은 노래를 발견하고, 듣고, 부르고, 자신의 언어로 고쳐 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의 노래’는 언젠가 ‘나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서지 정보>
쪽수: 256p
판형: 128*205mm
가격: 19,000원
발행일: 2024년 11월 4일
발행처: 돛과닻
ISBN: 9791198650252
남의 노래 / 돛과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