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 연방대법관 루즈 베이더 긴즈버그의 평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 이른바 노터리어스 RBG의 악명은 몇 마디 위대한 말과 잘 고안된 카리스마, 뜻밖의 팬덤으로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노터리어스 RBG』는 베일에 가려졌던 그의 삶을 날것 그대로 세밀하게 펼쳐놓은 책으로 엄격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거쳐 탄생한 평전이다.
1993년 빌 클린턴 정권 때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된 RBG는 변호사 시절부터 연방대법관을 역임하는 동안 임금차별, 부당한 처우, 이중 잣대, 임신중절 금지, 사회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젠더 평등과 여성 및 남성의 해방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수많은 청년 페미니스트와 진보주의자가 그의 이름으로 자유와 평등을 외쳤고, 그가 내놓는 소수의견에 열광했다.
이 책을 쓴 두 저자는 한 훌륭한 개인의 공적 자아와 사회적 성취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지탱해주는 그 주변의 다른 훌륭한 개인들과 그 자신의 매력적인 사적 자아, 취미와 취향, 생활방식까지 경쾌하게 소개한다. 대통령 연두교서 때 꾸벅꾸벅 조는 모습, 집무실에서 터번을 쓰고 나타나 재판연구원들이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겪은 에피소드, 형편없는 요리 실력과 운전 감각 등 RBG를 단지 훌륭한 위인이 아닌, 어떤 특별한 ‘개인’으로 그려냈다.
<작가정보>
아이린 카먼
저자 아이린 카먼은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2005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 방문연구원 시절 재생산정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MSNBC에서 여성, 정치, 법조 담당 기자로 활동하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수차례 인터뷰했다. 2011년 『포브스』 지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20대 언론인 3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다.
셔나 크니즈닉
저자 셔나 크리즈닉은 ‘노터리어스 RBG’ 텀블러 블로그 운영자.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해 현재 연방항소법원 돌로레스 슬로비터 판사의 재판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 및 법률구조협회에서 인턴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선변호인을 꿈꾼다.
<책 속으로>
이 정도의 찬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때 “꽉 막힌 잔소리꾼,” 왜곡된 페미니스트, “꼰대,” 뜨뜻미지근한 급진주의자, 따분한 먹물 같은 경멸조의 별명을 달고 다니던 RBG가 이제는 사랑받는 해시태그로 거듭난 것이다. 긴즈버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네티즌의 클릭을 달고 다닌다. 급기야 말 한마디 없이도 상대방을 “무력화시킨다” 고 제목을 뽑은 신문도 있다. (…) 수많은 가정에서 RBG를 테마로 핼러윈 코스튬을 만들어 애 어른 할 것 없이 그것을 걸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2015년 봄, RBG는 똑똑한 페미니스트의 대명사로 통하기 시작했다. 말 좀 하는 사람치고 RBG를 들먹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 이 모든 현상은 한마디로 전례가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아무리 존경받는 판사라고 해도 대중의 상상력을 이런 식으로 사로잡은 사람은 없었다.
_1 노터리어스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와 도 대 볼턴 사건에 대해 쌍둥이 판결을 내놓았다. 프라이버시에 관한 헌법적 권리는 “임신중절 여부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아우르고도 남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대법관 일곱 명의 선언이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의 50개 주에서 임신중절 금지 법률이 폐기처분됐다. 이후 몇 년 동안, RBG는 이 사건에서 해리 블랙먼 대법관이 작성한 판결문에 대해 못마땅함을 내비쳤다. 그는 경멸조로 평했다. “이는 여성만을 위한 판결이 아니다. 여성과 상담하는 의사들에 대한 판결이기도 하다. 이제 여러분은 여성을 굽어보는 의사와 그에게 의지하는 약해빠진 여성을 머릿속에 그려야 할 것이다.”
_4 스테레오타입
돌턴스쿨 교사들은 RBG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댔다. 초등학생 제임스가 자꾸 말썽을 부린다고 불평하는 전화였다. 하루는 제임스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옛날식 엘리베이터에 숨어들었다. 그는 레버를 당겨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킨 뒤 한 층을 올라갔다. 학칙으로 엄격히 금지된 행위였다. 불행하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곳에는 청소부가 서 있었다.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제임스의 어머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아이한테는 아빠도 있습니다.” RBG는 이렇게 선언하면서 앞으로는 남편과 통화하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RBG는 그 뒤로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줄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학교가 유명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 아빠를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라면서.
_6 진짜 사랑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RBG에게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 보는지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홉 명입니다.” (…) 텔레비전 뉴스 앵커 마이크 월리스는 인준청문회에서 서너 명 혹은 더 많은 여성 대법관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던 RBG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대체 그분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RBG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말한 그들은 애석하게도 여기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그들을 지명하지 않았고, 상원이 인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물어보셔야죠.” RBG는 2007년 1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오코너와 함께 대법원을 지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암묵적 메시지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두 명이구나. 그런데 두 사람이 비슷하지 않아. 항상 같은 편에 서는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어찌됐건 여성이 둘이야.”
_8 당신의 말이 나를 홀리네
노터리어스 RBG / 아이린 카먼, 셔나 크니즈닉 (U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