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음 / 디자인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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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싫음’

우리가 뾰족하고 다정하게 연결되는 세계

 

서로 같은 것을 싫어할 때,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서로 비슷함을, 서로 연결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김윤리, 나혜, 이새해, 소현, 김나율, 박규현, 차호지, 구지원 여덟 명의 시인들이 보여주는 ‘싫음’에 대한 뾰족한 사유가 담겨있다. 그들은 ‘도모’라는 동인이 되어 매주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소통하고 일상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을 삼키는 기분 / 좋아하는 반찬만 먹을 순 없잖아” “안전띠를 하라는 그림은 안전띠와 사람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그림“ “사람을 대하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하게 될 때까지” 시인들은 명민한 눈으로 이 세계를 직시하는 모서리를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외로움을 자처하기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성큼 넘어서기도 한다. 때로는 까탈스럽게, 때로는 힘차게 조각되는 ‘싫음’의 세계. 여기에 발을 내딛을 때 8명의 시인들이 건네는 특별한 애정이 가까이 전달될 것이다.

 

 

 

 

 

<작가정보>

 

김윤리

뚝섬에서 태어났다. 〈유월 오후의 우유〉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나혜

poetic flicker taker. 시적 깜빡임자. 독립 문예지 〈베개 2호〉에 「스지 의상실」, 「스지의 상실」을 발표. 영상 시 〈더 큰 숲〉 (유튜브 채널 ‘OKTO LEE’, 2020, 10,15.)의 원작 시를 썼고, ‘유월 오후의 우유’ 세 번째 프로젝트 시집 〈ᄇᄃᄇᄃᄇᄃ〉(시 용, 2021)에 「반딧불 대변동」을 발표했다.

 

이새해

내 시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상상한다. 아주 가끔 내가 나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소현

태어났고 매일 걸으며 살아있다.

 

김나율

독립 문예지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에 「유월 서울 프리즘」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책 〈고민이 자라는 밤〉, 〈원의 마을〉을 쓰고 그렸다.

 

박규현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매일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다. 시집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가 있다.

 

차호지

싫다고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싫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쓰고 싶지가 않다.

 

구지원

모자가 달린 겉옷과 네가 달아 준 댓글을 좋아한다. 「향연과 앙갚음」을 썼다.

 

 

 

 

 

<목차>

 

 

서문

도모

김윤리

옆을 봐

삼켰다

일어난 일

나혜

공벌레

에스 오 에스

목구멍

손질

이새해

사람이 싫어지면

땅에 사탕을 심으면

반영

날 갈기

소현

위다웃

내가 다시

나는 매일 걷는다

내게 강 같은 평화

김나율

싫음

웃으세요

징조

Still Life

박규현

세답장

죄밑

증열

차호지

사랑하는 사람

그 시절바퀴의 왕

구지원

공사

무어 부부

리틀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시락

작가이력

해설

‘싫음’의 감각이 가리키는 사각지대에서

 

 

 

<책 속으로>

 

9페이지

작은 창문으로 채워진 벽 같다

뾰족한 지붕의 귀퉁이

전봇대에 걸린 전깃줄

누군가 널어놓은 수건의 끄트머리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의 몸통

미동 없는 천막

칠이 벗겨진 과속방지턱

흔들리는 풀

닫히지 않은 맨홀 뚜껑

......발 빠짐 주의

- 김윤리 〈옆을 봐〉

 

18페이지

친구야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

그만 노래하고

그 자리에 바로 서서 부르는 노래

팔 휘저으며 노래

단 한 번도 눈뜨지 않고 간절히 핸드폰 붙잡고

야 대체 공사하냐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맑고 깨끗하다 또

만만하니까 사람들이 울 수가 없지

오이 찾지 마 편의점에서 안 판다고

이 공원에 갈림길이 어쩜 이리 많은 지

돌아서 가자

- 나혜 〈공벌레〉 중에서

 

33페이지

찰리가 너무 좋다고,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맥주병을 내밀며 외국어로 말했다.

비틀거리는 나를 찰리가 일으켜 세울 때까지.

 

하지만 찬배야,

나는 찰리가 지겨워. 오즈 앞에서도 오즈의 모국어로 인사를 건네고 내가 본 마술들을 똑같이 보여주고 액션캠이 멋지다고 말하는 오즈에게 자기 장례식에 오면 이 영상들을 보게 될 거라 대답하는 저 패턴을

너는 몇 번이나 봤던 걸까.

- 이새해 〈사람이 싫어지면〉 중에서

 

46페이지

내게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면서 반복되고 있다 바다는 크림색으로 물들어 가고 공기는 밤의 표정으로 바뀌어간다

 

청보리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죽은 사람들의 묘지가 있다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 영혼들에게 목례를 할 때 알 수 없는 것들 사이를 걸을 때

- 소현 〈위다웃〉 중에서

 

57페이지

울프 죽은 사람 다행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이제 더는 시 안 쓰는 시인 더러워서 못 쓰는 시인 책 밖의 인물 책 속으로 들어간 인물 커밍아웃했더니 고쳐준다고 했던 사람 나랑 자려 고 했던 남자 선배 그 선배는 등단을 했대 알라딘 중고 서점에 되팔지도 못하는 시집들 누군가 허리에 손을 얹어도 웃던 나 동시에 다 떠올린다

- 김나율 〈싫음〉 중에서

 

68페이지

느껴져?

전시되어 있는 폐를 본 적 있다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골함이

가득했다 모두 다 인간이었다니

 

어지러운 것도 같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까 삐걱

거리고 있어서 다른 나라인 것도 같다

 

이방인이고 싶다 잠깐

머물다 떠나면 된다는 거

-박규현 〈죄밑〉 중에서

 

76페이지

그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불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늦가을 밑동만 남은 수수 밭에 불을 지르고 그 위를 걸었다 그는 그 때문에 그곳에 갇혔으나 내게 마음의 짐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 차호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93페이지

고수부지는 토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이럴 줄 알고 체크무늬를 준비했지

최애라는 거 그런 거 한두 개만 있으면 든든해서

토요일에도 이 언덕길을 내려갔어, 손에 연을 들고 있는 것

처럼,

가방에서 덜그럭거려, 떠들썩하게 남은 토마토랑 양상추랑 물이 생겨가지고는, 더 질주하자고 소리를 내고서는

- 구지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시락〉 중에서

 

 

 

 

<출판사 서평>

 

‘싫음’의 감각이 가리키는 사각지대에서 - 여세실

 

우리는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감각이 아닌, 같은 것을 싫어한다는 공통감각 속에서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당신이 싫어하는 것이 내가 싫어하는 것과 같을 때, 하이파이브를 하고 ‘바로 그말이야. 그런 건 딱 질색이야!’라고 말하며 명쾌하게 웃어 보일 수 있듯이. 여기 모인 여덟 명의 시인들이 만들어 보이는 ‘싫음’에 대한 뾰족한 사유는 우리가 이 세계 속에서 얼마나 다정한 ‘우리’로 엮일 수 있는지가 아니라, 각각의 싫음이 모여 우리가 얼마나 단단한 ‘각자’로 엮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쩌면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감각에서 기묘한 불쾌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반지를 낀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중략)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함께 들어간다”(「옆을 봐」) 김윤리 시인의 시에서처럼,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 당혹감은 “한 사람 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함께 들어가”는 일처럼 비좁고 멋쩍어지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어떤 창문에는 계속 다른 얼굴이 지나쳐 가고/ 너머에는 하나의 풍경만이 펼쳐지지만......”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일상에는 판에 찍어 박힌 듯한 취향들이 난무한다. 그 너머의 풍경들에서 계속해 다른 얼굴들이 지나간다. 나는 그 얼굴들 중에서 어떤 얼굴을 사랑하게 될까, 혹은 어떤 얼굴은 나와 닮아 있고, 어떤 얼굴은 그렇지 않을까를 고심하게 된다. 그때,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감각의 연대가 필요해 보인다,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에 각자 알맞게 들어가는 방법. 그것은 서로의 ‘좋음’을 나누는 일이기보다 ‘싫음’에 대해 나누며 연대하는 일일 수 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의 ‘그런 태도’와 ‘그런 순간’이 오면 고개를 입을 다물어 버릴지 모른다. 혹은 ‘그런 사람’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것에 고개를 가로저을 수도 있다. ‘그런 태도’가 나의 습관이라는 것이, 그것을 버릴 수도 없이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 진저리 쳐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이새해 시인의 화자는 「반영」의 시 구절처럼 단호하게 말한다. “그냥 외로워하기로 했어.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새해 시인이 보여 주는 세계 속에서 화자는 선생님의 다그침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이 보여 주는 세계를 보며 화자는 생각한다. “선생님이 보여 주는 사진 속 수예점은 언제 봐도 예쁘다.” 그 단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세계 속에서 “그 수예점 주인이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서를 갖고 있다고.”라고 말하는 화자는 어딘가 위축되어 보인다. “그쪽 말하는 거 듣고 있으면 여전히 갇혀 있어요. 겁먹은 게 보여요.”라고 말하는 선생님 앞에서 화자는 아름다워 보이는 세계 속에서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이새해 시인의 화자는 외로움을 자처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아름다워 보이는 세계에 자신의 몸을 억지로 구겨 넣기를 거부하면서, 단정한 아름다움보다 날선 외로움의 자세로 나아갈 때, 우리는 아름다워 보이는 어떠한 정물보다도 더 뾰족한 모서리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소현 시인이 「내게 강 같은 평화」에서 보여 주는 일상의 혼란 역시 리듬을 수반한다. 화자는 카페에 가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그때 화자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옆 사람들의 대화 소리, 나의 글씨체, 바깥에 나가고 싶다는 욕구, 내 집중을 깨트리는 요소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화자는 그 방해요소들을 하나하나 뛰어넘으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시로 써 내려가고 있다. 그것은 “나는 곧 아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움직인다. 펜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라고 말하는 기백에서부터 출발한다. “한쪽 더 쓰라는 목소리는 나의 것이고, 한쪽 더 쓰겠다는 목소리는 나의 것이다.”라고 말하듯,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명령이다. 나는 그 명령을 따라, 하나의 리듬을 발명해 나간다. “사실은 다 끝났다는 거 알면서. 주절거리기. 주절거리기.”라고 말하는 시인은 그 자체로 자기 수련을 하고 있는 장인처럼 보인다. 글 한편을 끝까지 맺는 장인 정신이야말로,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라고 굳게 마음을 다잡는 화자는 자신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싫음의 감각으로부터 동력을 얻는 화자이기도 할 것이다. 싫음에서부터 시작하기. 거기에서부터 다시 방편을 모색하는 골똘함이 시인이 시의 첫 행을 시작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이 여덟 명의 시인들이 말하는 싫음의 면면과 속속들이 이토록 세세하고 섬세하다면, 나는 ‘금사빠’를 자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아니라 ‘금방 사랑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인 편이 조금 더 근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우리의 이해가 억지스러운 ‘좋음’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기를. 오히려 같은 것에 분노하고 같은 것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것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내밀해져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세심하게 대상을 싫어할 줄 아는 이 여덟 명의 시인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까탈스럽게 세계를 조각하고 기꺼이 손을 들고 건의하는 불편한 당신의 편에 서겠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의 세계는 조금 더 선명한 테두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좋음에서 파생된 아름다움이 아닌 싫음에서 태동한 연대가 가능해지는 순간, 여기 쓰인 시들은 이 두루뭉술한 세계를 날카롭게 깎아 내는 조각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어코 ‘우리’가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싫음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이 세계를 안온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지언정 명민한 눈으로 이 세계를 직시하는 모서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덟 명의 시인들이 모여 만든 모서리는 기꺼이 세계에 가위표를 그으며 구석을 도맡는다. 누군가는 그 뾰족한 구석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가리키고 있다. 무언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로서, 당신에게 연대하는 기민한 자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구석을 향한 발화야말로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여덟 명의 시인들은 각자만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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