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 연인을 잊기 위해 틴더를 시작했다.”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는 제목 그대로 5년 간 사귄 전 연인을 잊기 위해 틴더를 시작한 문태리 작가의 현실연애 에세이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흔하디흔한 연애 지침서도 아니고, 소설같이 허무맹랑하거나 또는 영화같이 아름답기만 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철저히 경험에서 나온, 주관적이고 현실적인 팬데믹 시대의 사랑 이야기다.
20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남자 Z를 한 순간에 떠나보내고, 어찌할 줄 모르겠는 기분을 떨쳐 버리고자 저자는 틴더를 시작했다. 가장 세속적이고 가벼운 방법으로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렇게 틴더로 만난 남자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주었지만, Z가 이후의 연애에 있어서 기준이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3년 뒤, 홀로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전화를 건다. 3년 전에 삭제했지만 한 번도 잊어버리지 못한 번호로.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는 한참 행복한 연애 중인 사람이든 권태기로 인해 이별을 고민 중인 사람이든, 혹은 갓 이별해 실연의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이든 연애의 어느 노선에 있는 사람이든지 간에 공감과 위로를 가져다줄 책이다.
<작가정보>
문태리
1991년에 태어났으며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건 언제나 그저 취미였는데, 최근 글을 써서 먹고 살리라 결심하게 되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일상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연애라고 생각하며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관계를 맺어 보고 싶다.
브런치 brunch.co.kr/@moontaeri
인스타그램 @taeri.moon
<목차>
프롤로그
틴더를 시작했다
틴더 사용법
남자 A: 나의 첫 틴더남
그 이후
남자 B: 연애, 할까 말까?
두 번째
그 이후
남자 C: 새삼스러운 연애
그 이후
남자 D: 친구를 만났다
두 번째
그 이후
남자 E: 결혼이요? 여기서요?
두 번째
그 이후
남자 F에서 Y까지
남자 Z
Z와 나
그 여행에 두고 온 것
얕고 넓은 바다를 즐기는 법
내 친구들의 틴더
<책 속으로>
P.12 나는 5년간의 연애를 끝내는 바람에 순식간에 망망대해로 떨어졌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언제든 의
지하던 존재, 다사다난했던 내 20대의 대부분을 함께한 존재인 Z를 내 손으로 보내는 건 생각보다 좀 더 섬이 되
어 버리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너른 바다에 피어나 버린 섬이 된 기분과 동시에 아주 두껍고 좁은 네 귀퉁이가 있
는 벽 속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P.21 첫 번째 연애였기 때문에 Z와의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를 5년간 만나다 보니 어쩌면 평생 단 한 명하고만 섹스를 하다가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Z와 헤어졌고 훨씬 더 열린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와의 섹스가 어떨지 궁금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 호기심으로 틴더를 시작했다고 해도 사실 과언은 아닐 것이다
p.30 두 번째 만남에서 고깃집을 갔을 때도 그는 내가 젓가락을 들 필요도 없이(정말로 그랬다) 숟가락에 고기와 반찬을 끊임없이 얹어 주었고 나는 아기 새처럼 그것을 받아먹었다. 한입에 하나씩, 무언가 부족했던 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무언가에 허기를 느끼고 있음은 분명했지만, 고작 이런 것, 이런 사소한 친절이라니. 이렇게 의지하는 방식이라니. B가 나를 섬세하게 챙겨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허전했던 구멍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견디기가 힘들었다.
p.33 Z는 무심하리만치 나의 취향을 모르는 남자였고 센스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B의 선물과 비교가 되었다. Z는 가끔 알 수 없이 비싼 볼펜이나 유치한 필통, 쓸모 있지만 낭만은 없는 도구 같은 걸 사 오는 남자였고, B는 만난 지 몇 주 만에 내 취향을 알아내서 딱 맞는 선물을 해 주는 사람이었다. Z와의 데이트에서 늘 취향을 물어보는 쪽은 나였다. 종종 나는 내 취향이 아닌 그가 좋아하는 팀의 야구 경기,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영화를 보러 다녔다. 나는 내 취향에 관해 설명하기보다는 상대의 취향에 내 일상을 맞추며 긴 연애를 해 왔다. B는 분명 Z에 비하자면 연애하기 딱 좋은 그런 사람이었다.
p.44 나는 이런 C의 모습이 내 이전의 연애와 비교해서 틀렸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C가 가진 특징일 뿐이라고 판단을 해야 하는지 결정이 서지 않았고, 거기서 오는 불안함은 결국 그를 믿지 못할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 연락을 한 날,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Z 사전에는 늦은 술자리가 없었다. Z의 기준으로 연애를 시작해 버린 나에게 C의 늦은 술자리는 오류사항이었다
p.57 D를 잃고 나서 우습게도 나는 Z와의 이별을 떠올렸다. Z는 나의 연인이기 이전에 나의 친구였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그와의 섹스나 그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기억보다는 그가 나와 제일 가까운 친구였다는 점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누구보다 시시콜콜 알고 있는 사이였고,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서로에게 털어놓는 내밀하고 친한 친구였다. 그런 사람과 단번에 연락을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p.74 연애는 단순히 연애라는 부분으로만 인생의 한구석을 차지하는 게 아니다. 연애를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서사를 통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누군가와 연애하면 나는 그의 과거, 현재를 보게 되며 그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도 알게 된다. 어떤 상대에게서는 그의 친구보다도 더 내밀한 것들을 알게 되는데, 누군가에 대해 그만큼 자세히 알게 된다는 건 묵직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출판사 서평>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는 실연의 아픔을 맘대로 해소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디 술자리에라도 가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면서 훌훌 털어 내거나, 아니면 새로운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은데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이 모든 걸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산업이 있는데 바로 데이트 앱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앱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고 매출 1위에서 5위에 해당하는 앱 중에 4개가 데이트 앱이며, 틴더는 그중 2위이다. 팬데믹은 조금씩 불붙던 디지털 만남에 기름을 끼얹었고, 작년 2020년 한 해는 틴더 역사상 가장 분주했던 해로 기록되었다. 명실상부 언택트 데이트의 중심에 있는 틴더는 뉴노멀이 이끄는 사회 흐름에 정확히 부합하는 새로운 연애 수단이 되었다.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틴더. 그 목적에 부합했던 남자 A부터 예상치 못하게 상처를 줘야했던 남자 B, 조심스레 연애를 시작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오류 사항으로 인해 결국 이별해야 했던 남자 C, 연인과 좋은 친구를 동시에 잃어야 했던 대학 동창 남자 D, 결혼을 원했던 남자 E, 그리고 그 외 틴더로 만난 많은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들려준다.
틴더는 ‘얕고 넓은 바다’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너른 바다에서 발장구 치면서 놀 순 있지만, 배를 띄우거나 잠수를 할 수는 없다. 그곳에서 하기에 가장 좋은 일은 그저 발장구를 몇 번 쳐보는 것. 만약 그 바다에서 충분히 수영할 수 있을 만큼 깊은 곳을 발견한다 해도 그건 당신이 운이 좋은 것일 뿐, 그 바다가 깊은 바다여서가 아니다. 한 마디로 틴더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틴더는 저자의 호기심과 필요를 채워주었고, 그들과의 만남은 대체로 즐거웠다. 틴더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연애를 해 보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연애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지를 분명히 보게 되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관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속에서 저자는 가장 행복했고 불안하지 않았다. 저자는 틴더를 통해 결국 ‘나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서지 정보>
쪽수: 106p
판형: 123*200mm
가격: 12,000원
발행일: 2021년 9월 15일
발행처: 텍스트칼로리
ISBN: 9791188969371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틴더를 시작했다 / 문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