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던 시절, 나에게 길지 않은 자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내 안에 쌓아 놓은, 내 맘 같지 않은 모든 것들을
비우기 위해 떠나는 바캉스. Vacance. ‘바캉스’라는 시원스럽게 텅 빈
것 같은 어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길지 않은 귀한 시간을 실패작으
로 만들지 않으려면 신경 써서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통편과 숙소를 미리 챙기고, 무거운 짐에 치이거나 낯선 길을 헤매는
시간들을 버텨내야 했다.
그럼에도 아무도 입을 대지 않고 나에게 온전히 주어지는 텅 빈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기를 쓰고 바캉스를
떠나는 이유였고, 나에겐 가장 큰 행복이었다.
매일 아침 나의 책방으로 향하는 지금의 삶은 늘 바캉스를 떠나는 기분
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내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방식으로, 하
루라는 귀한 시간을 머물고 돌아올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필름카메라를 팔기 시작한 이야기와 작은 책방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이야기들이
골고루 담아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126*175mm
140p
Vacance (바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