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럼 지금 애는 누가 봐요?”
왜 엄마들은 술 마실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 걸까
유이경 작가의 『엄마가 술 마시는 게 어때서』가 텍스트칼로리에서 출간됐다. 애주가인 작가는 아이에게 ‘술 마시는 엄마’라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군분투하던 중, “세상은 아빠가 술 마시는 건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왜 엄마한테만 눈치를 주는 거지? ‘술 좋아하는 나’는 엄마가 되면 숨겨야 하는 건가?”라는 물음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던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술을 매개 삼아 다루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오롯이 작가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과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임신과 육아로 인해 좋아하는 것을 끊는 일, 이제는 옛날처럼 자유로울 수 없는 지인과의 만남, 전업주부를 향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움츠러들어야만 하는 설움까지. 작가가 술과 함께 보낸 순간들에는 육아를 하며 외면해야 했던 ‘나’에 대한 회고와 함께 사회 전반에 스민 비상식적인 ‘시선’에 대한 속 시원한 꼬집음이 담겨 있다.
<작가정보>
유이경
술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게 삶의 낙이다. 혼자라서, 함께라서 즐거운 술 마시는 시간을 할머니가 되어서도 즐기고픈 게 소망이다. 아이와 고양이 둘을 모시면서 술친구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주부 경력이 십 년이 넘었지만 청소에 영 젬병이라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치우며 산다. 별일 없이 사는 게 최고라는 신조로 살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004
#1 아이에게 정체를 들켰습니다 012
#2 불금, 그것은 산수와 부질없음과 성찰의 밤 022
#3 나도 한때는 술집 러버였는데 032
#4 간택당한 자의 최후 044
#5 파티라면 응당 3차까지 056
#6 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습니다 064
#7 아버지는 소주를 마시라 하셨어 072
#8 기분이 좋은 날에만 마십니다 080
#9 그 지긋지긋하지 않은 술 088
#10 이상하다, 술은 기호 식품이라는데 100
#11 주종은 가리지 않지만 몸은 사립니다 108
#12 나는 왜 친구의 남의 편의 편을 드는가 114
#13 실내 자전거와 맥주와 코로나와 개이득의 시간 122
#14 임신하면 술 생각이 사라지나요 128
#15 우리를 부르는 한마디, 단유했다 142
#16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150
#17 입다이어터의 숙적, 술 162
#18 여름날 저녁이면 야외에서 튀맥을 하고 싶다 172
#19 감기, 겨울밤, 소주, 코로나 182
#20 술 마시는 멤버들과 헤어졌다 188
#21 커피나 마시자고, 장난하나 196
#22 아이는 자란다 204
# 에필로그 216
<책 속으로>
P.13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해. 생각지 못했던 아이의 질문에 급습당해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아니, 거짓말을 했다. 질문하는 아이의 표정은 이미 확신에 차 있었다. 유치원에서 담배와 술이 안 좋은 거라고 배웠는데 그 안 좋은 걸 설마 엄마가 할 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투였다.
P.30 불타는 금요일 밤, 그저 아이를 재우고 술 한잔하려고 했을 뿐인데 나는 왜 마음에 이리 큰 격랑을 이고 지고 있을까.
P.66 도대체 저게 무엇이기에 아버지는 거의 매일 마셔대는 걸까. 얼마나 맛있는 것이기에 우리는커녕 엄마도 주지 않고 혼자서만 홀짝대는 걸까. 작은 잔에 담긴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시간만큼 궁금증이 호기심으로 자라났다.
바로 그때, 갑자기 소주잔의 잔잔한 소주가 찰랑, 하고 나를 불렀다.
P.76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건 결코 내게 담아 두지 않기로, 한 귀로 들어온 말들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내 나름의 항변이었다. 당신이 죄인이라 여기며 하염없이 내려찍은 말들이 사실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그저 자기 입만 아프게 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P.103 요즘에야 길에서 담배 피운다고 뺨을 맞진(정말 그런가? 아마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분명 기호 식품이라는데, ‘기호 식품’이라고 말하는 것치고 정말 기호를 존중해 주는 걸 못 봤다.
P.121 술 마신 사람도 실은 속으로 엄청 미안해하고 있단 말이다. 어제 내가 왜 그렇게 달렸지 후회하고 있단 말이다.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않아도, 말로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앞에서 그렇게 한숨 쉬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단 말이다.
P.140 가장 좋아하는 걸 참는 일은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아이를 가진다고 해서, 아이를 위해 저절로 모든 게 참아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생각보다 모성이라는 이름은 과대평가되었다.
P.144 전형적인 도시형 인간인 사람이 아이를 낳았다고 하루아침에 자연형 인간이 될 리가 없는데, 나는 엄마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아이를 낳고부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하이디가 되었었다.
P.157 집에서 논다고 하면 보통 백수를 떠올리는데, 그러면 백수와 전업주부는 동급인 건가.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놀고먹는 백수, 내 꿈이었는데 나는 꿈을 이룬 거였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전업주부는 놀고먹지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한다. 그저 사람들이 ‘논다’라고 표현하며 무언가를 하든 말든 관심이 없을 뿐.
P.199 오랜만에 연락해 술 마시자고 하면 요새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고, 커피나 마시자고 하는 친구들이 자꾸 늘어났다. 커피, 장난하나. 나도 술만큼이나 커피를 좋아한다. 그런데 굳이, 너랑, 커피를? 그러면 술은, 술은 대체 누구와 마시란 말인가.
<출판사 서평>
사회의 편견과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갓생 실현 에세이!
행복하지 않은 엄마 밑에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나요
한 생명을 기르는 일은 숭고하지만 동시에 험난하다. 그래서 이 땅의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다. 아이를 돌보느라 시간이 없어서,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느라 내가 좋아하던, 하고 싶던 일들을 한쪽 구석에 치워 둔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자립하여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게 될 먼 훗날에 유예해 둔다. 그것이 정말 최선일까?
유이경 작가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작가 자신도 한때는 본인이 좋아하는 술을 끊고, 아이에게 ‘술 마시는 엄마’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만이 답이 아님을 깨닫는다. 작가는 조금씩, 그리고 신중히 엄마의 모습뿐만 아니라 나로서의 모습도 아이에게 보여주고 이해시킨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아이와 나에게 솔직해지기로 한 것이다.
기분이 좋은 날에만 술을 마십니다
작가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자신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것에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한다. 작가는 결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무책임한 조언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주부, 그리고 나까지. 현재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챙기기로 한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도 한때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기도 했으며, 지금도 날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맞추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가족 간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서로의 관계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화도 내고, 그러다 결국 웃음으로 맺으며 가족은 점점 단단해진다.
아직도 여자 운운하는 사람이 있냐고요? 예, 있습니다
『엄마가 술 마시는 게 어때서』는 술 좋아하는 엄마로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내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작가가 느꼈던, 은연중에 사회 곳곳에 배인 편견 어린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젊은 시절 겪었던 사회에서 강요된 여성성을 시작으로, 엄마에게 지나치게 강요되는 모성애, 그리고 주부로서 가지는 부담감은 물론, 술에만 용인되는 느슨한 인식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는 작가가 살아 온 한국 사회를 향한 고백임과 동시에,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중성을 지닌 기호 식품인 술을 매개로 풀어내는 일련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그 자체로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 되기도 한다.
<서지 정보>
쪽수: 220p
판형: 120*188mm
가격: 13,000원
발행일: 2022년 6월 28일
발행처: 텍스트칼로리
ISBN: 9791188969463
엄마가 술 마시는 게 어때서 / 유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