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인디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예술, 음악, 출판, 생활예술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1994년 클럽 드럭을 비롯해 언더그라운드 공연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미술 중심이던 홍대는 음악까지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DJ 음악과 댄스클럽이 늘어나며 힙합과 일렉트로닉 문화가 성장했고, 1998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비주류 예술의 실험 무대를 열었다. IMF 이후 등장한 대안공간들은 젊은 미술가들의 창작과 교류를 이어가는 중요한 거점이 되었고, 이는 독립문화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는 힘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서교동에는 대형 출판사가 자리 잡으며 출판과 예술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이는 2005년 서울와우북페스티벌로 이어졌고, 2010년대에는 독립서점의 등장이 더해져 독립출판의 장도 넓어졌다. 2002년 홍대 놀이터에서 시작한 프리마켓은 창작자가 직접 만든 공예·디자인 제품과 거리공연이 결합한 DIY 장터였고, 같은 해 개장한 희망시장은 수공예와 생활예술품을 중심으로 주민과 작가가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 시장으로 발전했다. 두 시장은 시민과 창작자를 연결하는 대표적 네트워크였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홍대 앞은 한국 독립문화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그 잠재력과 제약을 함께 드러냈다. 변화하는 유통 구조와 사회적 환경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고, 많은 이들은 독립문화의 존속보다 개인의 삶의 방식에 주목했다. 저렴한 지하 임대료, 미술대학 주변의 개방적 분위기, 자율적 모임이 결합한 과거의 생태계는 단순한 문화 활동을 넘어 ‘생존의 방식’이었다. 독립문화는 제도와 맞서거나 교차하며 자율성을 지켜왔고, 시대를 비추는 거울처럼 존재했다. 오늘날 독립문화가 거대한 담론보다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2005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한 KT&G 상상마당은 2007년 홍대거리에 개관하며 또 하나의 축을 형성했다. 상상마당은 개관 이후 꾸준히 비주류 문화를 발굴하고 지원했으며, 독립문화의 저항과 투쟁이 점차 성찰과 생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했다. “우리는 존재한다”라는 선언은 “어떻게든 계속 존재한다”라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는 독립문화가 삶의 구체적 결을 예술과 연결하며 동시대적 의미를 확장해 왔음을 보여준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상상마당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독립문화기획자 지원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지속성을 획득한 독립문화가 동시대적 맥락 속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음을 확인시킨다. 이번 최종 선정작, 지음지기의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 밥 짓는 중입니다〉는 이러한 흐름을 구체적인 전시 형식으로 구현한다. 『한 끼의 문학』을 바탕으로 한 이 전시는 식탁을 단순한 소비의 자리가 아니라 관계와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텃밭에서 마트, 냉장고, 조리대, 식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전시장 안에 펼쳐지고, 관람자와 창작자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식을 나누며 공동의 창작 과정을 완성한다. 이는 ‘혼자 만드는 창작’이 아니라 ‘함께 짓는 창작’이라는 해석이다. 글과 그림, 쓰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이 함께하는 지음지기의 정체성은 독립문화가 협업과 교류, 일상의 예술화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독립문화는 거대한 저항이나 성취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밥을 짓고 나누고 기록하는 사소한 순간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생존한다. 그것은 일상 속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문화적 실천이자,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작은 식탁 위 따뜻한 밥 한 끼 속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가장 단순한 실천 속에서 계속 발견될 것이다.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