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각」 오픈 스튜디오 <오린줄> 후기 110여 장의 초대장을 보내고 90명의 손님들이 오픈 스튜디오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냈어요. 혼자 또는 둘이 뚱땅뚱땅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작업실이 모처럼 좁은 것이 실감 났네요. 준비한 하몽과 오랑주가 하루 하루 줄어드는 모습이 상상했던 이사각의 오픈 스튜디오 순간이라 설레고 뭉클했어요.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공간과 소장품을 소개하고 2024년의 작업,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이야기를 실컷 나누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오픈 스튜디오의 제목은 왜 <오린줄>인지, 앞으로의 <오린줄>은 어떻게 나아갈 건지를 설명하면서 <오린줄> 프로젝트가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하긴 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역시 뭐가 없어도 발표하면 앞으로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죠. 나도 모르던 게 저절로 정리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공간 소개를 위해 처음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고, 과거부터 천천히 작업 과정을 따라 현재까지 와보니 ‘이 공간이 정말 나의 공간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참 고생이었구나’도요. 공간 중요 구역마다 숫자를 달아 제목을 붙이고 용도와 제작기를 설명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사용하는 부분도 있고, 쓰다 보니 묘하게 쓰임이 달라진 곳도 있어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인테리어가 얼추 진행되고도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과정에서 추가되거나 빠진 부분도 있어 원래 의도와 현재의 쓰임을 찾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2024년의 <오린줄>이 공간을 꾸리고 시작을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2025년의 <오린줄> 프로젝트는 이사각 내부 콘텐츠를 단단히 해보고자 해요. 동료 창작자들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고, 새 식구 레터프레스기 플라튼을 활용한 작업도 실컷 해야지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올해야말로 본업인 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오픈 스튜디오를 준비하며 황바롬 기획자와 하자고 했던 대부분을 했는데, 딱 한 가지! 그림을 그리지 못했거든요. 25년에야말로 1월부터 ‘하자, 하자!’ 해서 한 해가 가기 전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오픈 스튜디오 <오린줄> 가이드를 쓰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라고 적었는데 올해는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벌써 설렙니다. 방문해 주신 분 중 ‘어떻게 계속하고 싶은 게 생기나요?’ 란 질문도 받았는데요. 소소하게 오픈 스튜디오 <오린줄>과 같이 매듭을 짓고 발표를 하는 것이 더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려고 했지만 못 한 것도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 기운 빠지는 일도 있지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더군요. 무엇보다 하고 나면 앞으로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1월은 모두에게 정리와 계획의 시기일 텐데요. 문화예술 쪽 사업은 12월이 되면 모두 종료되어 1, 2월은 휴지기를 갖습니다. 보릿고개 시즌, 프리랜서들에게 춥고 배고픈 시기죠. 이 시기를 잘 보내야 1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고 있어요. 외부 일이 줄어든 만큼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내부로 단단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고 앞으로의 일을 기다려야겠어요. 오픈 스튜디오에 방문해 주신 분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2025년에 또 보아요. Joo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