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말했다. 자식 낳아봐야 어릴 때나 귀엽지, 커서는 제 혼자 큰 줄 안다고. / 이모르

엄마는 말했다. 자식 낳아봐야 어릴 때나 귀엽지, 커서는 제 혼자 큰 줄 안다고. ‘어? 이거 어디에서 많이 본 건데?’구상 없이 붓질한다. 생각보다 손을 먼저 움직이다 보면, 생각보다 재미난 요소들이 나온다. ‘그린다’가 아니다. ‘그려진다’ 무언가가.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무언가가. 뭐가 아름다운 거냐고 묻거든, 그저 내 눈에 아름답게 비치는 무엇일 뿐이다. 나는 분명, 내 손이 그려놓은 이 선을 어디에서 봤다. 며칠 전 서울식물원을 산책하면서 보게 된 이름 모를 식물 잎사귀에 잎맥 아니던가? 언젠가 사우나에서 봤던 내 발뒤꿈치 각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잎맥 속 얽힌 선들일 뿐인데. 대체 왜 그려진 것일까? 나는 분명, 내 손이 칠해놓은 이 색을 어디에서 봤다. 2년 전쯤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놀러 간 코타키나발루에서 바라본 석양의 색이 아니던가? 4~5년 전엔가 술에 취해 넘어져 무릎에 피멍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멍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닮았던 색들일 뿐인데, 대체 왜 칠해진 것일까? 왜? 왜 그려지고 왜 칠해졌는지 알 필요는 없었다. 다만, 어떻게 그려졌고 어떻게 칠해졌는지를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렇다. 그러니깐 지금껏 그림은 나 혼자 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 생각했다. 그 생각은 철저히 틀린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지독히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럼? “그림은 절대 나 혼자 그리는 게 아니다!!” 라고 외쳤다. 속으로. 순간 내 머릿속에 ‘두둥!!’ 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나는 마치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도 지독히 오만하게 느껴져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 곳곳을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나는 겸손해졌다. 이 선은 내가 어떤 그림에서 봤다. 이 색은 내가 어떤 장소에서 봤다. 이 형(shape)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추천해 줬던 소설 <상실의 시대> 표지에서 봤다. 저 형은 20대 때 친했던 음악 하던 형의 연주를 직접 들으며 나는 옆에 앉아 종이에 뭔가를 끄적였을 때, 그 끄적임 속에서 봤다. 붓질은 모든 걸 기억했다. 지금껏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어쩌고 했던 모든 것을. 붓질에는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영화가 있었고, 책이 있었다. 심지어 나를 괴롭혔던 일진 친구도 있었고,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던 자연이 있었다. 나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과 함께 그리고 있었음을. 알았다. 수많은 사람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는 사람들이라면? 왠지 모르게 외롭다. 두렵기도 할 테고.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나는 그 사람들을 어디선가 봤다면? ‘어? 어디에서 많이 봤는데…?’ ‘아….’‘아…!!’ “그때 그 사람이네!!!” 알았다.그림은 고독하게 그려도, 외로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이모르작가, 크리에이터 더 이상 많은 사람 접하는 게 힘들어서요. 지난 날, 나는 너무 많이 취해있었어요. 향락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홍대 근처에서 운영하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강서구로 이사 왔습니다. 조용히 그림 그리면서 그림 가르치고 글도 쓰고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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