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자 시작 / 김경현

끝이자 시작​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은 2017년 영화 《십계》를 만든 Cecil B. Demille을 기념하기 위한 ‘골든 글로브 세실 B. 드밀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으로 가득하고 만약 그들을 모두 내쫓아버리면, ‘예술’이 아닌 것들 말고는 볼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 레아 공주역을 맡았던 캐리 피셔의 장례식으로 목이 쉰 메릴 스트립은 이 수상소감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 타인에게 굴욕감을 주고자 하는 본성, 힘을 가진 사람에 의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델화되는 것, 무례, 폭력, 힘 있는 자들이 타인을 괴롭히는 데에 이용하는 그들의 위치, 언론과 언론의 자유, 진실’에 관해서요. ‘공감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특권과 그에 대한 책임감’에 관해서요. 공감과 책임감은 공존하기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선택적 공감과 무관심이 공감과 책임감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다시서점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강서 N개의 서울을 주관했습니다. 부족하지만 되도록 지역과 문화, 예술에 관한 공감과 책임감으로 운영하려 노력했습니다. 특정 집단이나 사람에게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보고 멀리 보려 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께서 지자체나 재단이 해야 할 일이 아닌 컨소시엄 단체가 지역거점이 되어 지속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진행하라고 조언해 주셨지만, 이곳에 꼭 필요한 일을 했습니다.​아무도 하지 않기에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아무도 하지 않기에 한다’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남들 눈에는 이상한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보이는 일을 하면서, 선택적 공감으로 마음을 부수는 사람들에 맞서면서,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한 태도의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괴롭힐 때도 무너지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무관심한 사람들은 답을 묻습니다. 하나의 답이 될 수 없는 수많은 것을 선택적으로 공감하면서, 입맛에 맞는 답을 갈구하면서.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공허한 ‘정답찾기’가 사라지자 더 다양한 사람들의 질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질문이 모이자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정확한 질문을 해야겠다는 다짐 말입니다. 슬라보예 지젝이 언젠가 말했듯 “중요한 것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우리는 여전히 ‘문화예술이 필요해?’라는 정확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답을 주거나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가자는 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예술’이 아닌 것들만 남은 시대를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인구소멸, 학령아동소멸, 학교소멸, 지방소멸.... 소멸이 소멸을 부르고 나면 지금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모두 내쫓겨 ‘예술’이 아닌 것들만 남은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요.​메릴 스트립은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 레아 공주가 말해준 것처럼, 부서진 마음을 추스르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세요.” 눈앞에 우리의 끝이 와버렸다고 해도 부서진 마음을 모래처럼 쌓아 올립시다. 비바람이 불어 무너져도 ‘다시 쌓아올리면 된다’라는 듯이. 언제나 끝이자 시작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Amazarashi의 노래 <끝이자 시작>을 흥얼거리며. ‘언제든지 여기가 출발선이야 우리의 끝이자 시작 ~ ♫’​ 김경현@seouluncle​ ♫ Amazarashi - 終わりで始ま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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