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우리 동네무엇이 우리에게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 짓게 하는가 현재까지 총 5회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살기 좋은 우리 동네’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희망사항인지도 모른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많은 사람이 “우리 동네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몇달 동안 그들의 말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모으고 만들었다.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기록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우리 동네’는 달랐다. 내가 예상한 모습과도.어떤 사람들은 기록과 작품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부모도 인간을 창조했다. 이미 창조되고 기록된 것에 의미가 없다면, 인간과 인간의 삶도 의미없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이 환상을 실체로 만들고 싶다.현실은 가상이 되고, 가상은 현실이 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현재까지 다섯 명을 인터뷰한 뒤 한국어 녹취록을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SNS, 블로그 등에 기록했다.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음악을 만들고, 그 목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했다.사운드 클라우드https://soundcloud.com/seouluncle 그들을 특정 짓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경했고, 누군지 알 수 없게 하였다. 녹취록은 스페인어로 구글 번역하여 워드프레스로 만든 사이트에 업로드, 외국인도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Nuestro vecindario es bueno para vivir. (2024) https://nuestrovecindarioesunbuenlugarparavivir.wordpress.com/ 실제 인물 인터뷰를 통해 존재하지만,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인물을 AI로 제작했다. AI 인물 이미지는 녹취록 속 단어를 조합하여 제작했다. 이는 실제 인물의 개인정보를 보호함과 동시에 이 프로젝트가 탐구하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과정이다.‘Nuestro vecindario es un buen lugar para vivir.’ 우리말로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인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이국 정서로 생경함을 주는 ‘이그조티시즘(exoticism)’을 활용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이미지로 표현했다.프로젝트 과정과 내용은 해당 블로그에 설명하지 않고, 국내 블로그 등에 소개했다. 누군가는 기록과 작업을 의미 없는 일이라 말했다. 누군가에게 의미 없는 방식의 소통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찾는다. 행위는 발견됨으로 해석을 갖는다.한국인들도 찾아보지 않는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의미가 없는가.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까워지는 와중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진지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은가. 따분하고, 재미없고, 서로를 경직되거나 불편하게 하는가. 그러면 우리는 언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나.불편한 것을 회피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 것은 아닐까. 의미 있는 것보다 의미 없는 것이 의미 있는 것에 관하여.진짜가 된 가짜와 가짜가 된 진짜와 그 모든 것이 중요한 사람과 그 모든 것이 불필요한 사람.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 짓게 하는가. 김경현@seoulun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