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까지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 / 김경현

우리는 언제까지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 현생인류는 기후변화로 살기 어려워진 아프리카를 벗어나, 더 윤택한 삶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했습니다. 채집과 수렵은 현생인류가 거주지를 옮기면서 살아갈 수 있게 했고, 12만 년 ~ 7만 년 전 사이 동아시아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을 것으로 예상하는 우리 인류는 당시 비가 자주 내리는 다습한 기후였던 곳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습니다.​언제 출발해서 언제 도착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아프리카를 떠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민족과 국가라는 이름으로 움직이기도 했고, 더 좁게는 나라 안에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산업화 시대 등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들었습니다.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매었습니다.​인류는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살아가는 환경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이주를 거듭한 우리가 정착하여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시스템은 고작 일만 년 정도에 불과합니다.​그렇게 보면 인류는 발전을 거듭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이동을 제한당해 왔습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기술은 소수의 인원에게만 허락되었습니다. 여러 개념과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시스템 속에서 허락된 부분에서 허락된 방식으로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말은, 언어는 무언가를 지칭한다기보다 한계나 범위입니다.​모두가 자유롭게 땅과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시스템에 종속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그로 인해 소통에 제한이 생기고, 공간의 한계가 생긴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며, 보여주는 것만을 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움직이지 마라. 가만히 있으라. 기다려라.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라.​‘서식지의 변두리에 사는 종은 정착보다 이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라는 연구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오래 살아도 얻을 것 없는,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이주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입니다.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던 아프리카의 열대 동물이 한반도까지 온 이유도 어쩌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더 멀리 걸었던 탓일지도 모르지요.​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가 정착을 꿈꾸지만, 끊임없이 내몰리곤 합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살아갈 곳’이라기 보다 ‘잠시 거쳐 가는 장소 또는 시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자연적인 인구 감소와 더불어 인구 유출이 두드러지던 지방의 모습은 서울로 번졌습니다.​‘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울로 편입된 지 61년이 된 강서구는 대부분 논이었던 지역이지만, 논이 있던 자리에 사람들이 이주해 와 살면서 56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삽니다. 이는 강서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이가 바꾸기보다 이동을 선택합니다.​앞선 이야기는 모두 전제에 가깝습니다. 삶에서, 지역에서, 예술에서 다방면을 고려하지 않고, 당사자성을 갖지 않은 채 재맥락화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은 자꾸만 무언가를 가린다는 기분이 듭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가 아니라 괜찮은 절이 되도록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권위, 윤리, 도덕, 감정, 감상’ 따위가 ‘삶’을 가려도 되는지.​대상을 좁히고 확대하여 묻습니다. 당신의 삶은 이곳에서 ‘이주’입니까, ‘이민’입니까, ‘망명’입니까, ‘난민’입니까. 당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바라본 풍경입니까. 자리가 풍경을 만든 것은 아닌지, 풍경을 보고 타인의 삶을 라벨링 한 것은 아닌지, 둥지 밖 풍경은 평면이 아닌 4차원이라는 걸 아는지. 왜 스스로 바꾸지 않는지.​“정치인은 전쟁을 시작하고, 부자는 무기를 대고, 가난한 사람은 자식을 제공한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고, 부자들은 생필품의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식의 무덤을 찾아간다.” 세르비아 속담은 이야기합니다. 전쟁과 물가 상승, 이러한 풍경은 가난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고. 자,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가만히 있으면 될까요.​​김경현@seoul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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