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의 아름다움: 강서 소식지 방방을 알리며 / 이정빈

등잔 밑의 아름다움: 강서 소식지 『방방』을 알리며 최근 들어 재단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미술 전시나 예술 행사의 규모와 규격의 반복되는 유사함으로 인해 지루함, 피로감을 표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을 마주합니다. 형식적 관료주의, 노동으로서의 예술 담론, 공공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죠. 저 또한 그에 동의하는 지점이 있는 한편, 이 지면에서는 문화재단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더 얘기를 나눌까 합니다. 보통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전국 단위 공모의 다음 순서로 지역문화재단 사업이 열리는데요. 이때 지역문화재단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출생, 졸업 등의 연고가 있는 예술인에게 지원 및 선발의 자격을 부여합니다. 저는 미대를 졸업한 후에야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 서대문구, 용산구,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강서구에 문화재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강서구 주민은 바로 옆 동네인 양천구, 영등포구의 재단 사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죠.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왜 이토록 넓은 강서구에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 없을까? 답답했고,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닙니다. 큰 범주에서 살펴보면 겸재정선미술관, 허준박물관이 있고요. 가물에 단비 같은 스페이스K와 LG아트센터가 2021년과 2022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두 축이 나름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나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강서구에 문화재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은 전시 관람이라는 단순한 수용에 그치지 않고 창작과 재생산, 교육, 돌봄, 기록, 미래를 아우르니까요. 문화재단의 역할은 당연한 사회적 권리인 문화권 곁에 있습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재단 관련 문제가 많습니다만 강서구는 문제가 생길 여지조차 없는 게 문제 같습니다. 강서구에 거주하며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는 예술인이 적지 않음에도, 이 인적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마저 못내 아쉽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저는 강서구 공항동의 다시서점을 비롯하여 강서 지역의 문화예술을 위해 많은 분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인스타그램 @gangseo.n과 함께 대표적으로 사용 중인 플랫폼 네이버 카페 <강서 문화 예술>에는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그러모아 아름답게 정리한 1,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있지요. 모두 ‘N개의 서울’이라는 서울문화재단 지역 문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강서구청과 다시서점이 ‘강서 N개의 서울’ 사업을 주관, 운영하여 이룬 성과인데요. 강서 N개의 서울 운영단의 여러 활동 가운데 손바닥 크기의 강서 소식지 『방방』은 2022년을 시작으로 벌써 3년째 발행되고 있습니다. 작년의 저와 비슷하게 강서구 문화예술인들이 노력하는 면모를 처음 보셨다면, 먼저 소식지 『방방』에 주목해 보심은 어떨까요. 발간될 때마다 고정된 형식 없이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목차부터 읽는 재미가 있고요. 종종 보이는 강서구 주민들의 서글픈 에피소드는 간간한 여운을 남깁니다. 크고 작은 문화예술 이벤트를 기록한 글을 통해서 강서구 문화예술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거나, 강서구의 문화적 지형도를 새롭게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고정 코너 ‘걸어서 강서 속으로’는 강서구의 흥미로운 장소들을 추천하니, 숨은 보물을 발견하는 기분이 들고요. 마지막으로 혼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지역의 특별한 역사가 『방방』의 곳곳에 담겨 있죠. 짧은 글을 느긋하게 읽은 것만으로 동네를 파악할 수 있어 참 소중한 기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면 혹은 책자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꾸준히 발행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강서 N개의 서울 운영단의 활동 중 가장 먼저 강서 소식지 『방방』을 『방방』에 소개해 봤는데요. 지금은 개인에 가까운 사람들의 시도가 모여 있을 뿐이라도, 언젠가 강서문화재단이 설립되는 날 그때까지 쌓아온 작업은 더 큰 물결로 이어지는 단계의 초석이 되겠죠? 강서구에도 문화예술을 향한 요구와 그에 응답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신호가 많은 분께 닿으면 좋겠습니다. 『방방』의 기고 창구는 항상 열려 있고, 오프라인 배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강서 문화 예술>과 인스타그램 @gangseo.n을 자주 찾아주세요. 그럼, 『방방』의 다음 호를 기다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이정빈강서구에서 미술과 미술교육을 오가는 페인터. 먹는 고수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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