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한 뼘 - 논이 사라졌어요 / 서울수집

강서구 한 뼘논이 사라졌어요​ 어릴 적 뛰어 놀던 동네풍경을 단서 삼아 시작하는 강서구 탐구생활 <거기, 그 때, 드넓었던 땅은> 어린 시절 동네 풍경 속에 어렴풋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 쯤 살았던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끄트머리 골목에 위치했다. 골목으로 진입하기 직전,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왼쪽으로 가면 집 방향이고, 직진하면 드넓은 땅이었다. 드넓은 땅으로 향하는 길은 갈 수 있는 길처럼 생겼지만, 담으로 막혀 있었다. 먼발치에서 아파트가 보일 뿐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정이 생겨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드넓은 땅’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알지 못한 채 세월이 한참 지났다.​이후에도 우리 가족은 여러 차례 이사했고, 돌고 돌아 최종적으로 ‘드넓은 땅’이 있었던 동네로 돌아왔다. (지금도 살고 있다.)같은 동네지만, 같은 집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시절 ‘드넓었던 땅’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졌다.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어 그 땅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이쯤이겠거니’하고 생각한 곳에서 멈췄다. 위치는 맞는 것 같은데 풍경이 생소했다. 처음엔 잘못 왔나 싶어 돌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 학교가 같은 위치에 있음을 발견하고 그때 그곳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네가 이렇게 한순간에 변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인지함과 동시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논이었고말없이 서 있다 한참 뒤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동네를 벗어나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이동하던 중에 ‘드넓었던 땅’과 유사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벼가 자라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논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봤던 ‘드넓은 땅’은 바로 논이었던 것이다. 동네는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이었고, 도시화 과정에서 농촌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그땐 너무 어려서 이런 부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그저 ‘드넓은 땅’으로만 느꼈다. 버스 안에서 봤던 논도 몇 년 뒤 재개발되면서 사라졌고, 그곳엔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마곡에도? 송정역 인근에 있는 옛) 군부대 자리를 서성이다 궁금해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빈 땅에 비닐하우스와 유사한 구조물이 있었고, 어린 시절 ‘드넓었던 땅’의 풍경이 떠올랐다. 논이 길이 되고,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도시가 되었다. 그렇게 발길 닿는 곳마다 변화의 물길이 찾아왔고, 그 순간을 기억해야 하는 사람처럼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무언가의 시작과 끝에 관해 묻게 되고, 과정에 늘 마음이 쓰인다. 송정역에서 서울식물원으로 향하는 길. 마곡에 찾아온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농촌에서 도시로 변하는 마곡의 순간들. 사람을 압도할 만큼 큰 스케일의 건물을 계속 짓고, 건물 사이로 새로운 길들이 생겨난다. 내가 발견한 땅은 작은 규모의 논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모습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곡의 변화를 오롯이 다 지켜본 사람들은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한편으론, 달라진 풍경에 더 빠르게 적응해서 과거 모습을 잊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문득, 도시공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삶도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논두렁에 오리가, 하지만 오리무중서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네 산책을 했다. 그 와중에 ‘황금오리농장’, ‘논두렁 오리 숯불구이’처럼 오리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여럿 보였다. 궁금해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려고 강서구를 입력했는데 자동 검색어로 ‘강서구 오리고기’가 뜬다. ‘나만 이 생각한 건 아닌 건가.’ 싶다. 잠시 후 가장 먼저 화면에 뜬 건 오리고기 식당으로 붉게 물든 지도였다. 작년 여름 전주 한옥마을 한복판에서 ‘굳이 백배미’ 라는 모내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를 이끄는 팀원 중 몇몇은 농부거나 연구자였는데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한다고 했다. 오리농법이란 논에 오리를 방사하여 잡초를 방제하고, 오리 배설물을 비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벼 재배 방법이다. 강서구에서도 이 농법을 활용해서 벼농사를 지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궁금해졌다.​​“서울에도 추수를 앞둔 황금벌판이 있다. 그리고 서울 쌀은 아무나 먹지 못한다. 10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대규모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 513가구에 2000여명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연간 생산량은 서울시민들이 하루 먹을 분량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 쌀은 청둥오리농법 등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2001년에는 ‘경복궁 쌀’이라는 브랜드도 붙였다.” 2004년 9월 7일자 서울신문​​2004년 한 언론사 기사에 ‘청둥오리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말이 언급되어 있다. 강서구 농촌에서도 오리로 농사했다. 마곡은 1963년 서울로 편입되기 전 드넓은 김포평야였다. 다만, 오리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의 오리가 그 오리인지는 알 수 없다.​​대신, 배수펌프장이 문화유산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네.서울식물원 한켠에는 목조 건축물이자 현재 마곡 문화원으로 사용 중인 구) 양천 수리조합 내 배수펌프장이 있다. 1928년 6월에 준공되어 현존하는 근대 산업시설물 중 유일하게 농업 관련 시설물이다. 2007년에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고, 현재 도시화 된 마곡과 농촌 마곡을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다.​드넓은 논이자 평야였던 마곡은 현재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나 예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해 버렸다. 서울 서쪽 끝에 생겨난 신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과거 마곡이 어떤 지역이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인 것이다.배수펌프장이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해당 건물은 한때 철물 가공공장과 고물상으로 쓰였고, 그래피티도 그려져 있었는데 그 흔적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살려두었다. 문화유산은 그렇게 시시각각 때에 따라, 세대와 시대를 이어 온 일상에 존재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연결되고 있었다. 변해가는 풍경 속 농촌 마곡과 도시 마곡이 공존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지금,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서울수집바라는 이상보다 가까운 현실을 조명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입니다.서울을 수집하고 탐구하는 도시기록가.https://www.instagram.com/seoul_soozip/

DASIBOOKSHOP

logo
LOG IN 로그인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DASIBOOKSHOP

          logo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DASIBOOKSHOP

                  logo

                  DASIBOOKSHOP

                  logo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DASIBOOKSHOP

                          logo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밴드
                          Terms of Use
                          Privacy Policy
                          Confirm Entrepreneur Information

                          Company Name: 다시서점 | Owner: 김경현 | Personal Info Manager: 김경현 | Phone Number: 070-4383-4869 | Email: dasibookshop@nate.com

                          Address: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8길 77-24, 지하1층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101-91-40768 | Business License: 2017-서울강서-1218 | Hosting by sixshop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