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소리 / 블루니

서울의 소리​ 이 이야기는 신림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 첫 자취는 신림이 딱이란 말에(그렇지 않다) 구한 작은 원룸. 20대 여자 혼자보단 부모님과 함께 가면 양심적인 방을 보여주겠지, 생각했으나 그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였다. 지금 떠올려보면 서울 쥐들 눈에 비친 우린 영락없는 시골 쥐였나 보다.​내 옆방 이웃은 대학생이었다. 그는 행동이 크고 친구가 많았으며 술을 매우 좋아했다. 나는 이를 단서로 그가 신입생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건 모두 얇디얇은 합판 벽이 미처 막아주지 못해 강제로 주입된 소음, 그러니까 벽간 소음으로 인해 알게 된 사실임을 밝힌다.​어느 날 그에게 봄날이 찾아왔다. 매주 술판을 벌이던 남자들의 소란스러움은 하하 호호 행복한 커플의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그 웃음소리가 불러올 끔찍한 재앙의 나날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안일했다. 박장대소하던 그들의 수다는 어느새 환희의 환호성으로 발전하였다. 사랑이 넘치는 밤은 계속되었고 하찮은 이어폰만으론 민망한 사운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나는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 낸다. 인간임을 망각한 수치를 모르는 저들에게 인간성을 되찾아주겠다는 사명감. 얼굴은 붉히지 않고 나름 평화롭게 대처하는, 게다가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 유레카! 작전명은 바로 수련회 촛불 의식.​옆방의 잔치가 대잔치가 되어가던 어느 날 밤. 참을 수 없었던 난 당장에 목청을 가다듬고 부모님에 관련된 구슬픈 유명곡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라디의 엄마로 시작되어 엔딩곡은 인순이의 아버지로 끝난 나의 첫 번째 비공식 단독 공연. 사람 하나 살려달라는 진심을 가득 담은 열창, 과연 그 결과는? 휴~ 효심 메들리의 효과는 매우 굉장하였고 그들의 잔칫상은 엎어졌다.​또 이 시기에 용돈을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는데 연습실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다. 가수를 꿈 꾸며 서울에 상경했건만 다른 사람들의 음악 연습을 위하여 청소기를 미는 아이러니라니... 이런 복잡 미묘한 일 년이 지나 훗날 금천구로 이사하게 된다.​새로운 나의 반지하 원룸아 안녕? 한데 여긴 왜 이리 적막하니? 이 동네엔 아는 사람도 자주 갈 만한 카페도 산책하러 다닐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꿈꾸던 데뷔를 하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때였는데도 난 혼자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아마 정확히 이 무렵부터 완전한 내항인이 된듯하다. 빛이 잘 안 드는 집에 살다 보니 기상 시간이 불규칙해졌고 하루의 루틴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찍은 엽사들은 죄다 눈빛이 공허하다. (엽사들로 시기별 정신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외로움을 무료함으로 착각했던 그때의 난 보라매역에 유기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게 된다. 지독한 외모지상주의로 아기인데도 못생겨서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없던, 어쩐지 구수하게 생긴 그 아이와 함께 세 번째 집으로 떠난다.앞선 두 번의 경험으로 집 보는 눈은 더 좋아졌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 조건이 생겼는데​1.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있을 것2. 빛이 잘 들어야 할 것3. 회사와 기차역을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4. 방음이 잘될 것5.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곳6. 산책할 공간이 있을 것​위 조건들을 다 갖춘 집을 찾을 생각에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어졌다. 어떤 동네가 좋을지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양천구 어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동네인데 괜찮을까... 반신반의하며 가본 부동산에선 꽤 좋은 조건의 집을 보여줬고 그대로 이 동네에 6년째 거주 중이다. 동네 특성상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다. 서울이지만 어쩐지 내 고향이 생각나는 동네. 조금은 시끄럽고 투박해도 인간다운 복작거림이 좋다. 과자 하나 사러 갔는데 갑자기 찬양을 부르자며 붙잡아 놓고선 직접 기른 고추를 나눠주시는 편의점 사장님, 복도에 웬 잡동사니를 잔뜩 쌓아놓고선 가끔 마주치면 장 보고 오는 길이라며 애호박을 주시려는 옆집 아주머니, 매번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화가 많은 1층 아저씨도 모두 귀찮을 순 있으나 밉진 않다. 어쩌면 나도 그들에게 집에서 노래 부르는 시끄러운 아가씨라 불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집에 사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핀잔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떨진 않지만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는 사이. 딱 적당하다.​그런 날이 있다. 회색빛 서울의 소음이 유독 사무치게 서러운 하루. 해 질 무렵 동네 어귀에 들어섰을 때 뚝딱뚝딱 저녁밥을 짓는 소리와 맛있는 찌개 냄새가 코끝에 맴돌면 멀리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게 된다. 분주하게 배달 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집에 가는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강아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 도어록 비밀번호를 꼭 틀리곤 한다. 뭐라 웅얼대며 화내는 강아지들에게 뽀뽀 세례를 잔뜩 받으면 남은 하루를 다시 보낼 수 있다. 이젠 여기가 진짜 내 집이구나 생각한다.​켜켜이 쌓인 기억을 소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풀어내다 보니 시골 쥐였던 내가 조금은 서울 쥐가 되었나 싶다. 8년간 서울에서 버티며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서야 조금 알 거 같으면서도 자꾸만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내 노래가 나오면 나에게 말해 주고 싶다. 있지, 너도 서울의 소리에 함께하고 있었어!​​블루니대전에서 올라와 ouioui로 활동하고 있는 블루니입니다.음악을 하고 있다 보니 저절로 소리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올랐어요.그리고 제 노래 꽤 좋거든요. 한번 들어보셔요~부른이 블루니의 소리~~​https://www.instagram.com/blueny_ouio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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