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되지 않는 음악, ‘바투카다’를 소개합니다 / 드레

규정되지 않는 음악, ‘바투카다’를 소개합니다 ​저는 <히치모싸>라는 팀에서 활동하는 브라질 타악 장르 ‘바투카다’ 공연예술가이자, <아토>라는 작은 회사의 새내기 문화예술 기획자로서,공연, 교육, 작곡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이 글에서는 몇 가지 경험담과 함께, ‘비주류 음악’으로 불리는 바투카다 공연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편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흔히 비주류 음악을 ‘인디음악’이라고 표현합니다. 제가 하는 ‘바투카다’는 포괄적인 ‘인디음악’의 개념에 부합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디음악이라는 표현은 아직 뜨지 못한 아티스트, 또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인디음악이라고 얘기하기엔 묘한 포지션에 있습니다.​장르로 분류하자면 ‘월드뮤직’으로 통칭하는 음악 중 하나인, 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전통음악에 가깝습니다. ‘너는 월드뮤직 아티스트야?’라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닌데, 이 또한 선뜻 ‘맞아!’라고 답하기는 껄끄럽습니다.​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바투카다‘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가는 여전히 숙제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정확하게 소개하고 싶을 때는 말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게 됩니다. “세계적인 축제인 ‘리우 삼바 카니발’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수백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음악이다, 브라질 흑인 노예들의 놀이문화에서 출발해 현재는 서민 계층이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등,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벌써 듣기 지루할 것입니다. (아찔하네요.)명확하게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공연 지원사업에 참여하려 할 때, 일반적인 서류의 장르 구분을 보면 [대중음악/국악/양악/기타(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의 형식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여기에서 ‘기타’를 고르고, 세부 장르에 ‘브라질 타악’이라고 적고, 다음으로 이 장르가 ‘난타’나 다른 타악 중심의 장르와 어떻게 다른지, 공연 영상과 함께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고르고 골라 적습니다.​애초에 서류에 ‘기타’항목이 없다면, 아예 서류 작성을 포기하거나 너무 참여하고 싶은 사업이라면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적어내곤 합니다. 떨어지지만요.​사업 주최측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저로서는 내심 첫 단계부터 배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보사노바처럼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음악을 했더라면, 하는 대화를 종종 동료들과 나누기도 합니다.그러면,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는 왜 계속 비주류 음악을 하고 있을까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얘기해보겠습니다.​​· 계기저는 영등포의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영상/디자인/공연음악]이라는 3가지 매체 중 하나를 골라 팀 활동을 해야 했는데, 어릴 때부터 취미로 음악을 배워왔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공연음악팀을 골랐습니다.공연음악팀의 주 활동은 여러 사회 이슈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연대 공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바투카다’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바투카다에 대한 첫인상은 ‘색다르고 즐겁다’ 였습니다. 멜로디 악기가 없고, 어딘가 익숙하지만 전부 처음 보는 악기들이고, 일반적인 밴드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앙상블을 구성하는 음악이었거든요. 처음 바투카다를 연주했을 때는 ‘역사’나 ‘문화’에 대한 부분보다는 이런 ‘기술적 특성’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얘기들은 생략하고, 고등학교 시절 수많은 바투카다 공연을 하며 연주에 대한 재미를 키워갔던 것이 지금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된 첫 순간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업으로 삼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요.​​· 브라질 문화에 대한 탐구졸업 이후,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헤매고 있을 때 늘 방향을 잡아준 감사한 친구입니다.)와 함께 한국에 바투카다를 처음 들여온 <에스꼴라 알레그리아>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여기는 대표의 영향으로 바투카다 공연뿐만 아닌 ‘브라질의 문화’ 자체에 대해 깊이 파헤치며, 많은 것을 즐기고 배우고 연주할 수 있던 장소였습니다.​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브라질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부하였는데, 그러다 ‘리우 쌈바 카니발’ 참여를 목표로, 겸사겸사 브라질의 문화와 생활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약 5개월간의 브라질 여행을 기획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인생에서 가장 드라마 같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스물한 살에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네요.자랑을 좀 하자면, 발품을 팔아 여러 삼바스쿨들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몇 개월 합주에 열심히 참여하며 노력한 끝에 친구들과 함께 가장 높은 리그의 카니발 무대에서 연주자로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고막이 터질 듯 연주하며, 8만 명의 관객이 보는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정말 이보다 기분 좋은 순간이 앞으로 찾아올 수 있을까 싶었어요.​개인적인 경험을 뒤로하고, 카니발을 준비하고 무대의 오르기까지 브라질에서 지내며 제가 유심히 지켜봤던 것은 참여자들의 공동체성이었습니다.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삼바스쿨’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문화 커뮤니티가 각각의 지역마다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리우 삼바 카니발에 나가 우승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투카다를 포함해, 카니발을 구성하는 노래, 춤, 퍼레이드 카 등의 요소들을 동일한 콘셉트로 묶어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냅니다.​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의 카니발 준비가 일 년 내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카니발이 끝나면 내년 카니발을 준비하는 거죠.준비가 어떤 식이냐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의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삼바스쿨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제가 참여했던 바투카다 파트의 경우는 연습을 약 2~3시간 정도 쉬지 않고 한 뒤, 모여서 정리하고 고기를 구워 먹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매주 두 번 정도는 그런 식으로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저는 하나의 목표 의식을 가지고 느슨하면서도 끈끈하게 모여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이 ‘순수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딱 맞는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취미생활이 아니라, 삼바스쿨이라는 커뮤니티가 정말로 삶의 일부가 되어 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동경과 꿈스스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삼바스쿨’이라는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언젠가 한국에서 카니발을 열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브라질처럼 커다란 대회를 열기는 너무나도 어렵겠지만,한국의 브라질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팀이 모여 경쟁과 화합이 공존하는 하나의 축제를 열어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얘기가 많이 돌아왔는데, 결국 한국의 카니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제 활동의 원동력입니다. 축제를 여는 것뿐만 아니라,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긴 호흡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와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공연만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합니다. 정말 공연이 너무 적어요. 공연 쪽이 요즘 많이 아픕니다.​​· 요즘 드는 생각들사실 지금은 비주류 예술가로서 팀이든 개인이든 현실의 벽을 조금씩 느끼다 보니, 브라질에서 막 다녀왔을 때의 열정은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해요.긍정적인 것은, 여태까지 적극적인 교류가 많지 않았던 바투카다 팀 간의 교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개인사회’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시기잖아요. 시대상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점점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 지점이랑 바투카다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주류로 떠오르지는 않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더 늘어날 수 있겠다 싶어요.바투카다 진짜 재밌는데, 많은 사람이 알아주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저는 앞으로도 계속 바투카다를 합니다.어디선가 공연을 보게 되신다면 반갑게 느껴주시고, 같이 재밌게 놀아주시고,언젠가는 카니발을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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