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각 셀렉션 <_;COMO MATILDA> 이사각이 고르고 골라 쓰고 있는작품과 상품 사이, 그 어디쯤이사각 셀렉션<_;como matilda>반갑습니다. 「이사각」 박현주입니다. 「이사각」은 예술을 기반으로 동료들과 함께 유·무형의 작업을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공간과 작업,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디자인을 지향하죠. 「사각」은 ‘보고 싶던 장면과 현상’. ‘알고 싶었던 장면과 현상’ 을 보겠다는 바람의 ’scene’을 의미해서 활동이나 작업 과정을 뜻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각 프레임 안 「이사각」이 작업한 그림과 그래픽도 포함이죠. 이번 「이사각」의 ‘사각’은 이래요. 제가 사서 쓰고 있는 작품과 상품 사이, 그 어디쯤 오브제를 만든 창작자에게 묻습니다. 왜,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 길이 내 길이다~ 싶었던 순간은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는지 등이요. 중요한 건 작품과 상품 사이라는 건데요. 작품이라기엔 기능이 있고, 사용에 목적을 둬서 아주 잘 고 있지만 상품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정성스러워 시선이 멈추는 그런 아이들입니다.「이사각」박현주가 묻고 「_;como matilda」현지윤이 답해요.Q. 브랜드 이름과 판매하고 있는 작업물을 설명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자기 소개도요.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인에서 꼬모마틸다 라는 브랜드를 운영 하고 있는 도예가 현지윤이라고 합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마틸다라고 불려서 이 브랜드 이름이 탄생한 거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물레로 컵, 접시,요거트 볼 같은 식기류를 많이 만들고 있고, ’고르디’라는 화분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귀걸이도 만들구요. 음.. 도자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ㅎㅎ저는 Cuerda seca(꾸에르다 쎄까)라는 스페인 전통 테크닉의 변주인 Falsa cuerda seca(팔사 꾸에르다 쎄까)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만의 느낌을 나타내는 작업물이 나와서 만족하는 반면 작업하는 과정이 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Q. 고르디가 뭔가요?고르디는 제 작업 중 지금 유일하게 반복하고 있는, 수영하는 여자 형상을 한 화분이예요. ‘고르도’ , ‘고르다’라는 뜻이 형용사로 뚱뚱한 이라는 뜻인데 좀 더 귀여운 느낌을 담아 이름을 ‘고르디’라고 지어줬습니다.Q. ‘꾸에르다 쎄까’, ‘팔사 꾸에르다 쎄까’는 한국에서 쓰는 기법이 아닌가요? 이 기법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나요? 꾸에르다 쎄까는 스페인의 전통 테크닉 중의 하나예요.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기법이죠. 안료나 화장토로 그림을 그리고 위에 투명 유약을 씌우는 보통의 기법과 달리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보통의 꾸에르다 쎄까는 기름을 섞은 검정 안료로 그림의 아웃라인을 딴 후 그 안에 유약으로 색을 채우는 거예요.배웠을 때 재밌다고 생각은 했는데 너무 알록달록한 색깔과 저 까만 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졸작을 하는 중 많은 레퍼런스들을 찾아보다가 팔사 꾸에르다 세까도 있다는걸 알게됬어요. 팔사는 스페인어로 거짓이라는 뜻인데 풀어보면 거짓 꾸에르다 쎄까 라는 말이 되겠네요 ㅎㅎ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맞지만 전통 기법과 똑같은 게 아니라는 의미예요. 하는 과정은 좀 복잡하지만, 여느 도자기와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아하며 사용하고 있는 기법입니다.Q. 어쩌다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시게 되었나요?저는 대학 때부터 공예 전공이었습니다. 금속과 섬유를 전공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판매에 대한 생각과 연결 지어지면서 브랜드를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는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모든 공예를 하는 사람이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가지는 어떤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꼬모 마틸다라는 이 브랜드는 도자를 시작하기 전, 금속을 하고 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브랜드예요. 꼬모 라는 뜻은 스페인어로 무엇무엇 처럼 , 무엇무엇 같은 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마틸다처럼, 마틸다같은 이라는 뜻이예요. 이름 앞의 언더바와 쌍반점 ( ; )이 있는데, 이 쌍반점은 한국에서는 안 쓰는 문장 기호더라고요. 스페인에서는 앞의 어떤 단어나 문장을 설명하거나 설명을 추가할 때 쓰입니다. 그래서 앞의 언더바에 어떤 물건이나 작업 대상이 들어가더라도 마틸다만의 느낌으로, 마틸다처럼 만들겠다는 뜻인데 그게 금속에서 도자로 확장된 거죠.Q. ‘아, 이게 내 길이구나'를 생각하게 한 결정적인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또는 ‘아, 이제 나 프로구나’ 했던 순간을 나눠주세요.음, ‘아, 이게 내 길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 작품은 사실 딱히 생각이 안 나는데, 흙을 처음 만지는 순간, 그리고 물레를 배우는 순간, ‘아, 이게 나한테 맞는 물성이구나’ 라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어요. 저는 그전까지 금속을 주로 다뤘는데, 금속공예라는 자체가 맞지 않았던 건 아니었어요. 앉아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손을 쓰는 걸 좋아하고 작업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데, 금속을 다룰 때마다는 사실 그 물성이 주는 특징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1밀리 각이 안 맞을 때 오는 그 정확하지 못함에서 오는 나에 대한 실망감부터 시작해서, 마감까지 계속 그런 걸, 정확함을 생각해야 하는 등등 ㅋㅋㅋㅋㅋ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작업을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도자의 경우, 흙은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 나에게 유효기간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심적으로 편하니 작업이 더 재밌어 지기도 하고 이것저것 더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도자를 제대로 배우는 순간, ‘아, 나는 이 길이 맞구나’, ‘이 길로 쭉 나가야겠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프로라고 생각했던 순간…이라기보다는, 이제 진짜 프로의 길로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브랜드를 가지고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를 시작했을 때. 그때 오는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쓰는 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고, 잘 사용했으면 좋겠고, 편하게 썼으면 좋겠고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막 드는데, 아, 정말 내가 제대로잘 만들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Q. 같은 작업(같은 그림이나 시리즈로 그리는 작업이 극히 드물다)은 안 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도자 작품 판매로 돈을 벌고 싶은 게 맞을..까요?이건 사실 저에게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도자 작품으로 돈을 벌고 싶은 건 맞는데,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싫증을 굉장히 잘 느껴요. 이걸 이겨내야 판매하고 수익이 생긴다는 걸 알지만, 이건 약간.. 살짝.. 저에게 작가적인 성향이 있다는 걸 느끼는 부분인 것 같아요. 순수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지만 약간 그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느낌이랄까. 자꾸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새로운 걸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항상 강하게 들어요. 근데 이건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가슴에서 그렇게 시키는 일이라 저도 어떻게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고 이제 같은 작업을 좀 반복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ㅎㅎQ. 순수 작업과 상품 판매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요. 경험을 나눠주세요.순수 작업과 판매에서 고민한 경험은.. 사실 딱히 없습니다. 저는 공예를 시작한 순간부터 순수를 지향하지는 않았어요. 공예라는 자체가 뭐랄까, 순수와 디자인의 경계에 있는 아이기는 한데, 아 우선 그 공예라는 자체가 쓰임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쓰임이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에 더 가치를 뒀고, 근데 쓰임이 있는 걸 만들었으면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도 뭔가 많은 사람이 썼으면 좋겠으니까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공예인의 베이스로서 공장에서 돌리는 건 싫고 내가 다 만들어야 하니까 많이는 못 만들고ㅋㅋ 그러니까 많이 못 팔고 ….하지만 무조건 저는 쓰임이 있는 것을 만들기를 원해요. 하지만 약간 작가의 노동을 곁들인 ㅋㅋQ.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나요? 작업하는 것 자체라거나, 작업하는 나의 모습이라거나, 일상의 나와 창작자로서 나의 차이라거나.. 괴리감..?같은 거라거나 창작자로서 작업 과정과 작품이 만족스럽나요?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좀 더 생산자의 마음을 가지고 작업을 하려고 노력해요. 좀 지루하더라도 반복적인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일상의 나와 작업하는 나는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일상의 나는 같은 일상의 반복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심지어는 음식도 매일 똑같은 걸 먹어도 상관이 없는 게으름뱅이에 무신경한 스타일이라면, 작업자로서의 나는 반복적인 그림을 그리는 걸 싫어하는 약간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네요 ㅎㅎ지금 당장은 작업 과정이 좀 힘들어도 결과물은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또 저의 문제는 굽고 나서 바로 보는 제 결과물은 항상 맘에 안 들어요. 근데 그걸 아주 나중에 다시 보면 굉장히 만족스럽답니다. 이건 왜그러는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주 나중이라도 만족스럽다면 그건 만족스러운 거 아닐까요..? ㅎㅎQ. 작업하는 모습이 궁금합니다. 작업 공간이나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엿볼 수 있을까요?‥ 현지윤 @comomati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