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린 줄 알았는데 기러기 우연히 생각지 않던 물건이 소중하게 되었다. <오린 줄 알았는데 기러기>(이하 <오린줄>)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행사와 사람 모이는 것을 싫어했는데, (사실 지금도 퍽 좋아하진 않는다) 싫어했던 행사 순위는 이러하다. ‘결혼식’, ‘오픈식’, ‘생일 파티’, ‘졸업식’, ‘입학식’. 특히 결혼식과 전시 오프닝은 정말 가기가 싫었는데, 동원된다는 느낌과 정작 나를 초대한 주최자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아주 기분 나빴다. 동시에 ‘얼굴 보자’, ’밥 한번 먹자’, ‘내가 이따 전화할게’ 같은 하얀 거짓말이 싫었고,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할 땐 ‘언제 볼 건데? 날 잡자’또는 ‘진짜 밥 먹을 거 아니면 볼 일 있을 때 보자’, ’너 어차피 이따 전화 안 할 거잖아, 바쁘면 그냥 끊자’라고 말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아직 나와 친구인 아이들이 새삼 고맙다) 이제 그 초대가, 그 말이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자 자연스러운 사회적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알았고, 나도 사회성을 장착한 성인으로서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다른 이에게 습관적으로 또는 관행적으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하지만 아무튼 과거의 나는 초대받은 낯선 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하필 이 오리들이 결혼식에서 쓰는 이런이런 저런저런 (과거의 나로 생각하면 완전) 쓰잘데기 없는 물건이라니.. 그래서 이렇게 한꺼번에 여기까지 팔려 온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리로 뭘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혼자보다는 다양한 매체로, 그리고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동료들과의 작업을 꿈꿨다. 이건 아마도 내가 처음부터 원해서 선택한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필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결혼식이란 이벤트에서 사용하던 물건이기도, 혼자서 작업하는 그림과 판화, 평면 매체에서 벗어나 여러 일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동료와의 협업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했던 시기였기 때문으로 짐작한다.현재까지 섭외된 사람은 4명, 1)공간과 제작, 2)사진과 영상, 3)그래픽 디자인, 4)그래픽 노블이다. <오린줄>을 기획 중 맹렬히 나만의 작업실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었고, 공간과 더불어 <오린줄>을 발표할 무언가를 상상했다. 사실 아직도 그것이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작업을 하려면 작업실이 있어야지’ 같은 의식의 흐름 같기도, ‘더 이상 평면 작업을 미룰 수 없어’와 같은 계시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작업실을 구했고, 함께 작업할 사람을 확정 지었고, 작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로 발표할 <오린줄>은 ‘이사각 작업실’ 자체가 될 것 같은데, 함께 작업하는 이가 어떤 컨셉을 원하냐 묻기에 ‘one-man band’라 답했다.「①기획, ②창작, ③디자인」을 할 수 있고, 「①그림, ②판화, ③레터프레스」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 더불어 여기서 만들어진 작업물을 잘 보여줄 이동형 쇼케이스 제작은 <오린줄>의 본격적 작업의 시작이 되리라 생각한다. 쉬운 줄 알았는데 어렵고, 어려운 줄 알았는데 쉬운 이사각 출범식이 <오린 줄 알았는데 기러기>의 첫 번째 발표이다. 6월 말~7월 초에 무엇인지 모를 뭔가를 예정 중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모쪼록 반갑게 안녕을.‥ Joo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