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숀_나의 친애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 박현주

오래된 동네에 산다는 건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정 전선이 늘어진 광경을 볼 수 있단 뜻이죠.​<맨숀_나의 친애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오래된 동네에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오래된 동네와 집, 그리고 거주지에 관심이 있다는 걸 차츰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집과 거주지, 동네, 아파트 등 관련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관심의 길목에서 만났다. 어릴 때부터 동네나 오래된 건물에 관심이 많았나 생각해 보니 아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유럽 유학 시절, 자신의 동네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자랑 해대던 귀여운 유럽인들을 만나며 나도 저렇게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고 싶다’란 생각했다.​그 중 기억에 남는 이는 네덜란드 라이든(Leiden)에 살고 있는 로버트! 그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이틀을 보냈다. 라이든은 작은 마을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도시다. 호스트 로버트는 당시 40대 후반, 파란 눈, 갈색 머리(머리가 살짝 벗겨지고 있었다), 키가 크고 몸이 탄탄한 싱글남 네덜란드인이었다. 갈 곳이나 할 곳을 정해서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은 아주 많았고, 유트렉(Utrecht)에서 여름학교를 끝낸 직후라 여차하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거릴까 생각했다. 나의 그림그리기 재주가 외국 친구들에게 잘 먹히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때쯤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로버트를 그려주었다. 얘네는 정말 이런 걸 참 좋아한다. 40대 중반인 아저씨인데 그렇게 순수하게 웃을 수가 없다. 정말 고맙다며 평~생 간직할 거란다. 근데 너는 여기서 뭘 할 거냐는 로버트의 물음에 그냥 산책이랑.. 잠을 자거나.. 라고 했더니 그렇게 아쉬어한다. 혼자 이곳저곳을 지도에 가리키며​“여기는 꼭 봐야 하고 여기는 여름에 좋은데 흠.. 여기는 밤에 보면 좋고..!”‘아니, 로버트 얘야, 나는 나갈 생각이 없다니까..’​갑자기 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저녁을 자기랑 같이 먹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엄마와 함께 밥을 먹을 건데 너도 초대하고 싶다고. 그리고 라이든을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뭐 딱히 하고 싶은 거도 없어서 따라나섰다. 로버트는 혼자 아무 계획없이 온 나를 데리고 5시간 정도 동네를 돌아다녔다. 걸어서 엄마네에 가서 인사를 시키고 그녀가 차려준 네덜란드 가정식을 먹었다. 무슨 맛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맛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다시 집(숙소)으로 돌아와 차를 가지고 시내에 나간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집에 있는 여유 자전거를 빌려줄 테니 내일은 자전거 산책을 제안한다. 이번엔 아빠네 차를 두고 아빠 집을 구경시켜 준다.(로버트의 엄빠는 이혼하셔서 따로 산다) 네덜란드의 집들이 왜 좁고 창이 긴지 등을 한참 설명하고 이쯤이 딱 하늘 보기 좋다며 나선다. 하늘이 예쁘다.​‘얘네는 평소에 이 시간이 예쁜지 생각하면서 사는건가.. 도시가 예쁘면 이런 여유로운 생각도 하는건가..?’또 한참을 ‘내일 여기가 문을 열면 가봐야 하는 박물관이고 미술관이고 샵이고..’ 하면서 길을 걷는다. 구석구석 나무 그늘이 좋은 곳, 여기는 며칠 전부터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은 곳 등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로버트는 평생을 라이든에서 살았단다. 몇 년 정도 공부 때문에 다른 도시에 나가 있던 적은 있었지만 계속 라이든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도시가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오늘 나랑 산책하는 동안에만 동네에 대해 궁금한 게 서른 마흔 다섯 개다. 반짝반짝한 눈을 해가 지고는 ‘여기 공사하는데 오늘 처음 봤어! 내일 뭐 때문에 공사하는지 구청에 물어볼 거야!’란다. 나도 서울 방화동에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동네를 소개할 때 이렇게 설렐 수 있을까? 나도 로버트처럼 내가 나고 자란 이 동네 자신감 있고 설레며 소개하고 싶단 생각이 처음 들었다.​그가 나에게 이야기해 준 거처럼 ‘저 젊은 다코야키 가게 사장님 어제부로 물려받은 거야. 아직은 초보라 두달 정도 뒤에 사먹어보면 괜찮을 것 같아’라거나 여기가 ‘동네 여중, 여고생들의 수선 메카야 다른 데는 무릎 위로 안줄여 주는데 여긴 줄여줬거든’, 같은 진짜 동네 요모조모를 말이다.​생각난 사진 조각들1.’맨숀’ 부록 1번에 수록된 삼우아파트 송정역 부근에 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이 삼우아파트 2층에 있었는데 그땐 그곳이 아파트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방문했다.2.유학 시절 친구의 집이나 숙소 주변을 찍은 사진들. ‘맨숀’ 책을 읽으며 유럽에서 본 쌩뚱맞은 중정이라거나 오래된 벨, 우편함 등이 생각났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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