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안에서 - H의 일기 / H

종말 안에서_H의 일기​7월 31일 월요일오후 1시쯤 집에서 나왔더니 숨이 턱 막혔다.‘이러다 진짜 지구 종말 오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어느 사람, 식물, 동물의 목숨을 가져가는 더위가 이런 거구나.무책임한 생각을 했다.​8월 1일 화요일지구 종말이 쉽게 오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사람들은 바퀴벌레처럼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고.그런 얘기를 하면서 신문지로 포장된 자동차 옆을 지나갔다.누군가 햇빛이 자동차를 달구지 않도록 온 표면을 꽁꽁 싸매어 둔 모양이었다.​친구는 지구 종말이 오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한 순간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리고 친구의 친구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멸망이 오는 순간을 지켜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나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거 말고 공평하게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그런데 얼마 전에는 종말 전에 미리, 고통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세상을 먼저 뜨겠다고 이야기했단다.이리저리 말이 바뀌는 거 보니, 말과 다르게 아직 종말을 현실로 느끼지는 않나 보다. 8월 2일 수요일‘종말 오겠구나’ 생각했던 날 밤엔 미래를 생각했다. 사실 딱히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그냥 누군가 어떻게 살 거냐고 묻는다면, ‘계속 무엇이라도 해나가는 힘을 믿는다.’라고 대답해야지...라는생각을 했다. 종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한 날 미래를 생각하다니.​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친구가 내게 ‘멈추지 않고 무엇이라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줬다.시간은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스스로 후퇴하는 거라고.친구는 지금 삶이 100퍼센트 만족스럽진 않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리고 이렇게 발전해서, 나에게 위기가 왔을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라고.나는 죽기 전에 언젠가 꼭, 친구에게 도움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위기는 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리고 방금 네이버에 ‘위기가 닥치다’를 검색했는데,기후 위기, 지구 종말, 슈퍼 엘니뇨 기사가 가장 위에 떴다.​8월 3일 목요일여러 단톡방에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어떡해? 이게 뭐야? 조심해나도 계속 같은 말을 퍼 날랐다. 8월 4일 금요일‘Perhaps surprisingly, the links between inequality and violent crime are even clearer.A 2002 World Bank paper found strong correlations between inequality and rates of violent crime,both within countries and between them. The authors say the relationship appears to be causal,even after controlling for a number of other known determinants of crime.The implication is that high levels of inequality create a permanent underclass forced to compete,sometimes violently, either with itself or with other classes for scarce resources.’​INGRAHAM, C. 2018. How rising inequality hurts everyone, even the rich [Online].Available: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8/02/06/how-rising-inequalityhurts-everyone-even-the-rich/?noredirect=on&utm_term=.b1feeb2e001a [Accessed].​‘번역하기’ 버튼을 눌러 친구의 SNS 글을 읽었다.​​8월 5일 토요일지속 가능 발전 목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약속.빈곤 종식부터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환경부터 인권, 소비와 생산까지.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해야 할 목표.지금은 2023년이고 30년까지 7년 남았다. 8월 6일 일요일스무 살 때 생각이 났다.대학 신입생 때, 한창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핵 쏘면 다 사라지는 거라며,누구도 모르게 ‘어!’하고 사라진다고 너무 무서운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하교하는 지하철이었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다음 수업 과제 이야기를 했다.다음 수업 과제는 ‘취직하고 싶은 회사 정보 알아 오기’ 였다.(그리고 얼마 전에 그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웨딩사진이었다. 축하한다는 연락은 하지 않았다.학교를 떠난 후로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과제 발표한 그 회사에 취직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도 어쨌든 행복해 보이는구나!)​8월 7일 월요일지구 종말이 코앞이어도 각자의 삶은 계속된다.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계속 멸망하고 있는 지구이지만 (꼭 지금의 기후 위기가 닥치지 않았어도)살고 싶은 사람과 동물, 식물은 살아갈 수 있는 지구였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도 될까?​8월 8일 화요일어떻게? 누가, 어떤 방법으로......?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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