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선물 자랑 / 김경현

우리집 선물 자랑 공항동으로 이사를 오고 난 뒤 바쁘다는 핑계로 집 정리를 못 했던 나는 하나씩 정리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내 방에는 친구들이 준 선물이 많구나.’, ‘내가 아끼는 물건들은 내가 산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구나.’​“달항아리가 갖고 싶어”​하얀 달항아리가 갖고 싶다는 말에 연남동에서 예술 스튜디오이자 복합문화공간 ‘서울콜렉터’ 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그래? 그럼 하나 줄게!’라며 준 달항아리. 서울콜렉터 친구들은 종로4가에서 다시서점을 처음 시작할 때 알게 되었다. 벌써 10년 가까이 봐왔지만 정작 나는 이 친구들에게 뭘 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다. 사실 이번 청소도 이 친구들과 줌바댄스에 빠져있는‘꽃과 꺄바레’ @fleurs_des_cabarets 운영자 호두가 집들이를 온다고 해서 시작했다.​“요즘 많이 바쁘시지요? 주말에도 바쁠 예정이십니까?”“시간은 괜찮은데”​“저녁에 당신 집에 가려고 해요.”“그럼 청소 좀 해놓을게요.”​“같은 엠비티아이로서 미리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그럼 미리 준비 좀 해놓을 게라. ㅋㅋㅋ”​“집들이라는 걸 하려고 해욬ㅋㅋㅋㅋㅋ”“그러면 다음 주부터는 청소를 해야.. ㅎㅎ 퇴근길에 락스 사가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폐 건강에 주의하소서...”​급하게 이사를 하느라 가구를 생각한 대로 배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기왕에 집 정리를 하는 거, 몇 달을 살아보면서 불편했던 구조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창가에 있던 음반은 날씨에 취약하니 방으로 옮기고, 침대는 방 중앙에 위치시키고 아이맥은 침대옆으로. 언제든 작업을 하다가 침대로 뛰어들 수 있도록.​방 양쪽 벽에는 사진작가 김태훈, 차평화가 준 사진을 걸어두었다.김태훈 작가가 준 사진은 방울토마토가 땅바닥에 떨어진 사진인데빅뱅 같아서 좋다. 전에 가게에 걸어두었다가 집으로 모셔왔다. 차평화 작가가 준 사진에는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창밖 하늘과 비행기 날개가 보인다. 공항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준 선물.​커튼은 한남동 BAR 초능력 사장님. 바이홍 형아가 줬다. 키티버니포니 커튼인데 보는 사람들마다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보는 커튼. 이사할 때마다 방을 화사하게 꾸며준다. 다른 커튼이 몇 개 더있기는 한데 거의 달지 않고 이 커튼으로 사계절을 난다. 한쪽에는친구, 손님들이 선물로 준 인형이 모여 있다. 하나하나 소중한 인형들.​글을 쓴다고 매번 친구들이 선물해준 연필, 펜, 만년필. 이번에는시간이 나면 앉아서 글을 쓰려고 잘 정리해 두었다. 음향제작과 동기인 강동옥 과장이 파리여행을 다녀와서 준 모나리자 볼펜, 시 쓰는 서현범이 생일 선물로 준 만년필... 아직 다 쓰지 못한 연필과펜, 만년필이 많다. 아직 다 쓰지 못한 글이 있다는 듯이.​네스프레소 머신은 존애하는 친구 미리가 주었다. 친구는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커피 머신과 나그참파, 양키캔들 등을 줬는데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현관문에는 도형이 형이 준 달력이, 방 곳곳에는 친구들과 손님들이 준 화분이, 주방에는 도쿄 여행 갔을 때 B&B에서 샀다가 깨뜨렸던 걸 전해영 선생님이 킨츠키 해주신 예쁜 컵이.​생일 선물로 받은 이승환 LP와 칸예 웨스트 선데이 서비스 LP.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매번 물건을 만질 때마다 함께한 시간을떠올리게 된다. 거꾸로 나는 친구들에게 무엇을 선물했나 생각해보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너무 걱정하는탓에, 언젠가부터 건강을 걱정하게 되어서 영양제를 선물했던 것같은데.​언젠가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과 음반이 뽑혔다는 기사를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최악이라서, ‘나는 왜 책방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선물은 주는 사람이마음도 함께 주는 것일 테니까 그 마음을 되새기자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는 그런 마음이 쌓여 있다. 그러니 이젠 바빠도 시간을 좀내서 친구들을 만나야지.​김경현@Seoul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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