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도자기 자랑Matilda의 <Blooming> 우리 집에는 도자기가 참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고 너무 너무 많다. 지난번 <방방> 창간호 ‘박가네’에 등장한 그 집이 우리 집인데, 집에 도자기가 가득해 터질 것 같다. 아빠가 모으는 도자기, 엄마가 수리하는 도자기만으로도 꽉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이번에는 딸이 나서서 자랑하냐 하면 아니다. 내 가 자랑할 도자기는 나의 오랜 친구 Matilda가 만드는 도자기이다. 나는 작고 예쁜데 살짝 쓸모가 없거나 또는 쓰기에 애매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오죽 쓸모에서 멀었 으면 본 전공을 순수미술로 했겠나) 이 도자기들이 참 그 렇다. 참고로 쓸모가 애매하다는 말은 나에겐 결코 싫은 소리가 아니다. 쓸모가 덜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나온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이라는 뜻이니까. 순수하고 아름답다. 오랫동안 ‘미술’ 분야의 여기저기를 기웃대다 보니 ‘공예’ 를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우면서 아주 약 간의 쓸모가 있는(거듭 강조하지만 나에게 잘 쓰이거나 막 쓸 수 있으면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업을 사랑한다. 하나하나 작업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저 테스트 버전으로 그치지 않고 시장으로 나온 아이들은 마이 원래부터 그런 모양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지만 수십번 혹은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 겨우겨우 정도를 맞춰서 나온 귀한 아이들이라는 걸 안다. 기술을 이제 막 습득하기 시작한 작업자들이 ‘나도 이 정도는 만들겠네’ 라고 생각 하는 건 결과물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Matilda의 도자기 또한 여러 베타 테스트 중인 아이들과 그 과정에서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아이들, 겨우 상품이 되어 나온 아이들 다양하게 있는데 이번에 자랑하고 싶은 아이들은 <Blooming> 시리즈이다. Matilda는 한국에서 금속을 전공하고 스페인으로 날아 가 도자를 구우며 살고 있다.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은 옳 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으 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재밌는 건 도시적이고 시크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기하학과 도형을 활용한 작업 을 쭉 해왔지만, 자연물을 좋아하는 수수한 취향이 있다 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한국에서의 전공도 차갑 지만 세련된 금속이었다. 계속 하다보니 도자가 더 잘 맞 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이 변한 것인지 원래 그랬던 것을 찾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근래에서야 식물 모티 브 도자기를 만들기로 마음을 굳혔다. 코로나가 시작되 며 자연스럽게 집에서의 생활이 중요해졌고, 식물이 그 녀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단다. 식물을 보살피고 키우며 자연스럽게 자연물을 작업에 넣어보고 싶어 탄생한 <Blooming>!. ‘식탁 위에도 작은 정원을 만들자!’란 작지만 큰 결심에서 세상에 나왔다. Blooming.생명력이 느껴지는 이 단어는 그녀에게 더 이상 상투적 이고 흔한 단어가 아니었다. 접시에 생각대로 꽃과 풀들 을 그려 넣었고 꽃과 풀들을 찾아보는 시간은 재미있었 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이 그릇의 풀은 조금 다르게, 잎 하나 더, 비슷하지만 다르게.-Matilda의 작가노트 중- <Blooming> 도자 작업물은 스페인 전통 기법 중 Cuerda Seca(꾸에르다 쎄까)라는 기법을 응용하여 제 작했다. 도자기 물감이나 산화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다르게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다. 물감이나 안료로 그리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선명한 표현이 특징이다. 사실 이 기법 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데 그럼에 도 불구하고 이 방법이 예쁘다고 고수하는 그녀도 참 그녀 다. 그런 수고가 헛되지 않게 <Blooming> 시리즈는 적당 한 사용감과 적절한 예쁨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작고 맛있는 쿠키와 케잌을 파랑 꽃 접시에 담고 아이스 음료를 동그란 컵에 먹을 때엔 기분이 제법 으쓱해진다. 앞으로 나와 함께 할 이 도자기들도, 그녀의 작업도 기대하게 하는 순간이다. 박현주@e_saga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