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신호등 / 해밀

바닥 신호등 한강변을 달려 등촌동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많은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다. 시속 30km를 깔딱깔딱 지키면서 주행하다보면, 보이지 않던 사람들 이 보인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보호하는 게 되겠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30km로 달리다보니 만나는 웬만한 신호마다 다 서게 된다. 서다 보면 조그마한 사거리에서 ‘바닥 신호등’을 만나게 된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녹색빛의 장막. 판타지 세계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든다. 재밌는 광경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던 사람들은 바닥 신호등을 보고 섰다가, 바닥 신호등을 보고 발길을 옮긴다. 신호가 끝나간다는 알림음을 들으며 걸음을 재촉하 기도 한다. 꼭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만 바닥 신호등을 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녹색빛이 옆 사람의 얼굴에 비춰지면 신호등을 흘깃 쳐다보곤 횡단보도로 나선다. 누구 아이디어였을까? 볼때마다 칭찬해주고 싶다. 덕분에 제때 갈 길을 갔던 사람들 중 아주 일부라도 “내가 이렇게 바닥만 보고 다니는구나”하고 생 각하지 않았을까? 사실 그게 나이기도 하고. 도입 초기엔 논란도 있었다.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다니는 걸 확산시킬 거라고. 그리고 이걸 고치려면 대대적인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그런 시도가 있었다. ‘스몸비’.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주위에 집중하지 않고 보행하는 보행자를 이르는 말이다. ‘스마트폰 좀비’의 줄임말이다. 국민캠페인 을 하겠다며 신문 1면에 며칠동안 내건 것으로 기억한다. 누구나 아는 그 신문에서. 이들이 만든 말은 아니지만, 이 단어를 보급하는 데는 큰 공을 세웠을 거다. 그 후 ‘스몸비’란 말은 남았지만, 스몸비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명의 좀비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건, 눈높이에 맞춰 다가온 초록 불빛이지 좀비라고 윽박지 르던 신문이 아니었다. 사람 사는 게 그런 거 아닐까. 노인 무단횡단 사고가 많은 지점에 의자를 설치한 뒤 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신호를 기다리기에 힘든 노인들이 무단횡단을 하다 변 을 당한다는 거다. 사고지점을 관찰하던 한 경찰관의 작품이었다. 단속하고 계도하는 게 임무인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초록 불빛 덕에 인간이 된 글쓴이도 실은 남 잘못 욕하고 헤집는게 더 가까운 인간이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따뜻함에 변화하는 경험이 쌓이고 쌓 이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제멋대로 따스함을 느낀 바닥 신호등 주소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공항대로59다길, 공항대로59길, 화곡로66길이 만나는 작은 사거리.화곡로65길, 공항대로41길, 강서로62길이 교차하는 등현초교 사거리. 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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